“경찰로서 부끄러운 일”···민갑룡 청장, 칼 빼 들까

민갑룡 경찰총장 [뉴시스]
민갑룡 경찰총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심야에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간 뒤 집으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거나 술에 취해 클럽에서 여성들을 성추행, 이를 말리던 일행을 폭행하는 등 현직 경찰관들의 기강 해이 현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성매매를 하다가 걸리고, 불법촬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인가 부러진 지팡이인가비난 봇물

시민 폭발, ‘경찰 불신커진다···인사 제도 전반 바꿔야

지난 911013분경 서울 광진구 소재 한 공동주택으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의 뒤를 쫓아 건물 복도까지 진입한 뒤 여성을 집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한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30A경사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A경사는 성폭력처벌특례법상 주거침입강간미수 혐의를 받는다. 현장에서 A경사는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달아났다가 사건 22일 만인 지난달 3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A경사를 검거, 지난달 5일 구속한 뒤 8일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A경사는 성폭행하려는 의사가 없었고 심하게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해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은 A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4A경사를 직위해제했다.

동료와의 성관계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경찰관이 피의자로 정식 입건되기도 했다.

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B순경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B순경은 같은 경찰서에 근무하는 동료 경찰관과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SNS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전날 B순경의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 블랙박스 등 증거물을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B순경은 경찰 조사에서 영상 촬영 등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순경이 촬영한 영상을 직접 시청했다는 경찰관 3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이들의 휴대전화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부인하다

피해자에 무릎 꿇어

지난 1일에는 현직 경찰관이 앞서 가던 연인의 뒷모습을 몰래 찍은 혐의로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C경장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했다.

C경장은 지난 1일 새벽 서울 송파구에서 길을 걷던 남녀를 뒤따라가 뒷모습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C경장은 현장에서 달아났지만, 피해자가 사진을 찍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사진 속 인물을 C경장으로 보고 본인에게 연락했다고 전했다.

C경장은 소속 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자진 출석했으나 혐의를 부인하면서 휴대전화는 분실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경장의 휴대전화 확보 및 현장 CCTV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클럽에서 술에 취해 여성들을 성추행하고, 이를 말리던 일행을 폭행한 현직 경찰관이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일 새벽 240분경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 여성들을 강제추행하고 이를 말리던 일행을 폭행한 혐의로 현직 경찰관 D씨를 체포했다.

D씨는 당초 혐의를 부인하다가 경찰이 출동하자 피해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D씨를 직위해제했다.

경찰 징계 28%

음주성 범죄

최근 5년간 경찰관 징계 중 4분의 1 이상이 음주 또는 성과 관련된 범죄였다. 경찰청이 지난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음주 관련 징계와 성비위 관련 징계는 533, 235건에 달했다. 불륜 등 품위손상 180여 건까지 합치면 전체 징계 3420여 건 중 28%를 차지한다.

성추행, 강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종류도 다양한 실정이다. 성매매를 하다가 걸리거나, 불법촬영도 10건이나 있었다.

지난해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은 취임 이후 여성범죄 근절을 ‘1호 정책으로 내놓는 등 범죄척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 불신을 자초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부러진 지팡이라는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내부 단속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형국이다.

도를 넘어선 동료들의 일탈을 바라보는 현직 경찰관들의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물론 예전부터 사건사고는 비일비재했지만 갈수록 범죄 수위가 높아지는 것 같다. 경찰로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모든 경찰이 이렇지는 않다. 잇단 사건들로 인해 경찰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면서 그러나 각성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승진발령채용 등 인사 제도 전반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범죄나 성비위를 저지른 경찰관이 여성청소년이나 대민 부서에 발령하지 못하도록 막는 인사 규정을 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이러한 인사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경찰을 못 믿겠다는 비난 여론이 잇따르는 만큼 민 청장의 명확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해자들이 있는 경찰에 신고하면 뭐 하나라는 말까지 시민들 입에 오르내리는 형국이다. 쇄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경찰 불신은 더욱 커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투철한 직업윤리 의식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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