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승무원 성추행’ 몽골 헌재소장 ‘면책특권 대상자 아닌데...’
‘女승무원 성추행’ 몽골 헌재소장 ‘면책특권 대상자 아닌데...’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9-11-08 14:42
  • 승인 2019.11.08 14:57
  • 호수 1332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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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정부, ‘면책 대상자’라며 韓정부 압박···외교부 “원칙대로 처리할 것”
오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 [뉴시스]
오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한국의 여승무원을 성추행하고도 면책특권을 요구해 석방됐던 오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르지 소장의 일방적인 면책특권 주장에 경찰이 확인도 하지 않고 석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외교부는 국제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면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이후 도르지 소장은 재입국해 2차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몽골 정부는 도르지 소장이 면책 대상자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우리 사법당국과 외교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1약식조사 후 출국재입국 2차 조사 후 출국 정지

술에 취해 기억 안 나” “술에 취해 그랬을 수는 있다모호한 진술

헌재소장직위 잃을 가능성···2차까지 혐의 부인

경찰, 인터폴에 도르지 소장 수행원적색수배 요청

인천공항경찰단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몽골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KE868편 여객기에서 오드바야르 도르지 몽골 헌법재판소장과 40대 수행원이 기내 여승무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내에서 체포됐다.

도르지 소장은 이날 오후 85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여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고, 40대 수행원도 항공기 내 다른 승무원의 어깨를 만지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대한항공 측은 현장에서 기내 사무장이 도르지 소장 일행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해 인천공항경찰단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기내에서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단은 이들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와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들을 입건했으나 바로 석방했다.

주한몽골대사관에서 국가원수에 준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적용한다는 관례에 따라 도르지 소장도 그 대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르지 소장의 일방적인 면책특권 주장에 경찰이 법리 검토 없이 석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행 4명은

이미 싱가포르

그러나 외교부의 판단은 달랐다. 외교부는 도르지 소장의 면책특권과 관련해 국제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면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 측에 이를 통보하고, 몽골 측에도 이번 사건 수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일행은 총 5명으로 도르지 소장은 지난 1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 환승장에서 대기 중이었으며, 나머지 4명은 싱가포르로 이미 출국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경찰단은 환승장에서 대기 중이던 도르지 헌재소장을 다시 소환했고, 1시간 30분가량 약식조사를 진행했다. 도르지 소장은 1일 오후 540분 발리행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

도르지 소장은 1차 조사에서 기내 뒷좌석에 앉은 다른 몽골인이 승무원을 성추행했는데 자신이 오해를 받았다며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 경찰은 1차 조사에서 도르지 소장이 통역을 맡았던 몽골 국적 승무원에게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폭언을 퍼부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도르지 소장은 발리행 여객기 탑승에 앞서 승무원들의 성추행과 관련한 재발방지 요구서에 서명한 뒤 탑승했다.

경찰단 관계자는 면책특권과 관련해 외교부의 판단이 뒤늦게 통보되면서 인천공항 환승장에서 대기 중인 도르지 소장을 면세구역 내에서 약식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 송치됐지만

협박은 불기소

도르지 소장은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AACC) 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했다가 지난 6일 오전 829분경 몽골행 비행기 환승을 위해 한국에 다시 들렀다.

경찰은 미리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을 토대로 인천공항에서 도르지 소장의 신병을 확보해 인천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도르지 소장에 대해 관련 혐의와 함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참고인 조사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후 1시경부터 9시간가량 조사가 진행됐고, 도르지 소장은 다음 날 70시 무렵 석방됐다. 조사 현장에는 대사관 관계자와 변호인도 함께 참석했다.

그는 2차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면 (내가) 술에 취해 그랬을 수는 있다등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것도, 부인하는 것도 아닌 모호한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모습은 1차 조사에서 강제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여전히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르지 소장이 몽골로 돌아갔을 때 현지에서 헌재소장 직위를 잃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혐의를 깔끔하게 인정하지 않으며 모호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틀간 한국에서 머물다가 지난 8일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몽골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도르지 소장을 출국 정지 조치했다. 추가로 조사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의 수행원 A씨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 받았으며 주한몽골대사관 측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승무원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도르지 소장이 1차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아무런 조사를 받지 않고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우선 도르지 소장을 강제추행 및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다.

도르지 소장은 통역을 담당한 몽골 국적의 승무원에게 협박성 폭언을 한 혐의도 받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협박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협박죄는 피해자의 의사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한편 몽골 정부는 사법당국의 조치에 대해 도르지 소장이 면책 대상자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르지 소장이 외교 여권을 가지고 있고, 몽골 4부 요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면책특권 대상자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도르지 소장이 상주 외교관에게 적용되는 빈 협약적용 대상자가 아니고, 국제 관습법상으로도 헌재소장을 면책특권 대상자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몽골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할 방침이지만 수사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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