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치현안을 타협과 협상보다 장외투쟁과 몸싸움, 막말로 대신하면서 중도층이 이탈하고 무당층이 늘어가고 있다. 선거제와 사법개혁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면서 여야가 몸싸움을 벌였을 때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고발하고 한국당이 민주당을 고발하고 정의당이 한국당을 고발해 난장판 국회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여야 간 전쟁을 벌일 경우 내부는 결집하기 마련인데 여당은 여당대로 제1야당은 야당대로 분열돼 ‘같은 편끼리 총질’하는 내부 분열도 심각하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가 여전히 한솥밥을 먹으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당이 분열되니 보수 지지층도 ‘탄핵은 불가피했다’는 중도보수와 ‘탄핵은 무효’라는 강경보수로 나뉘어 실타래처럼 뒤엉켜 아군끼리 치고받고 있다. 어느 한쪽이 뛰쳐나가거나 참회를 해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아무도 책임을 지거나 반성하는 인사가 없다. ‘샤이 보수층’이 무당층으로 숨은 이유다.

여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당청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서 지지층에 균열이 발생했다. ‘검찰개혁은 필요한데 조국은 아니다’는 중도 진보 진영과 ‘검찰개혁은  조국만이 할 수 있다’는 강경 진보로 나뉘어 설전이 오갔다. 급기야 당내에서도 이철희·표창원 등 초선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국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인적 쇄신론도 주장했다. 

여야가 안팎으로 첨예하게 부딪치면서 당내 콘크리트 지지층은 단단해졌지만 중도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무당층’이 늘어났다.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최소 25%에서 최대 50%대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한국갤럽 10월 정례조사에서 무당층이 대거 안철수 전 대표에게 몰표를 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깜짝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나타난 ‘안철수 현상’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현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처럼 여야가 서로 적대시하면서 정쟁만  일삼는다면 ‘새 정치’를 모토로 내세워 들불처럼 번진 안철수 현상이 내년 총선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실제로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켜 지역구 25석과 정당지지율 12.7%(비례대표 13석)를 얻어 38석으로 원내 3당을 차지했다. 여의도에서 발 빠르게 움직인 진영은 바른정당이다. 손학규-유승민-안철수 등 개혁적 중도 보수정당을 만들었다. 한때 한국당 탄핵 반대파 인사들도 참여하기도 해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총선을 5개월 앞둔 바른미래당은 손학규-안철수-유승민 3인이 언제 결별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분열됐다. 현재는 박지원 등 민주평화당에서 탈당한 인사들이 제3지대 신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시 올드보이즈가 다수에다 동교동계까지 포함돼 있어 총선에서 파괴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범여권발 제3지대 신당 창당 세력들은 대안으로 홍석현 한반도 평화만들기 이사장을 제2의 안철수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안철수 현상이 2012년 대선에서 실패한 이유는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홍 이사장이 정관계 저명인사를 두루 만나는 게 총선전 제3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로 보는 이유다. 성공은 반반이다. 안 전 대표는 대권에 실패했지만 총선에서는 선전했다. 홍 이사장은 안철수 현상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셈이다. ‘홍석현 대망론’은 그 후다. 이번 총선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전초전으로 흐를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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