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음란물‧마약 유통에 무기 거래까지

사이버 범죄. [그래픽=뉴시스]
사이버 범죄.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인터넷에서 주소 추적이 어려운 은밀한 공간 다크웹(Dark Web)’. 각종 마약과 음란물 등의 불법이 판을 치는 곳이다. 최근 32개국 국제 공조수사로 아동 성폭력 음란물 이용자들이 대거 잡힌 사이트도 이곳이다. 청소년들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된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수사 당국의 대응은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웹 접속법유튜브SNS 등에 확산, 10분이면 익혀

다크웹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IP주소 확인이 어렵도록 고안된 인터넷 영역이다. 운영자나 이용자 추적이 어려워 아동음란물 유통이나 마약 거래 등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크웹은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접속을 위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한다. 다크웹이라는 용어는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온라인 암거래 사이트를 적발해 폐쇄하면서 알려졌다.

일반 사용자가 접하는 웹은 서피스웹(Surface Web표면웹)’이라고 부른다. 네이버, 구글 등 검색엔진에 의해 색인된 콘텐츠들로 구성된다.

이와 상대되는 웹 개념이 딥웹(Deep Web)’이다. 웹페이지를 찾아다니는 웹크롤러(Webcrawler웹페이지를 방문해 각종 정보를 수집해 오는 프로그램)에 의해 걸리지 않아 검색 등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웹을 말한다. 딥웹에는 회사 내부망, 의료기록처럼 유료화 장벽으로 막혀 있는 콘텐츠 등이 해당한다. 콘텐츠의 양은 서피스웹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웹은 딥웹에 포함되면서도 구분되는 웹 개념이다. 다크웹은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으며 철저한 익명화가 특징이다.

사실 다크웹 자체를 나쁘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었다. 익명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웹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다크웹의 특수성이 악용되면서 나쁜 것을 넘어, 큰 문제로 떠올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찰이 미국 등 32개국과 한인이 운영하는 다크웹 사이트에 대한 공조수사를 벌여 음란물 이용자 310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223명으로 나타났다.

아동 성폭력 음란물 소지자 중에는 48600여 건을 소지한 이도 있었다고 한다.

여권정보 등

개인정보도 털렸다

여권정보 등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다크웹에 대량으로 노출되기도 했다.

최근 국내 보안업체 NSHC는 동남아 항공사 2곳을 이용한 한국인 고객 개인정보가 다크웹 블랙마켓을 통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유출된 자료는 태국 타이라이언 항공사와 말레이시아 말린도 항공사를 이용한 한국인 고객들의 개인정보로 여권정보, 전자항공권 정보 등이 포함됐다. 이 중 한국인 여권정보가 포함된 개인정보는 약 216858건으로 파악된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일본, 북한 등 해당 항공사를 이용한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전체 개인정보는 약 74766811건에 달한다. 문제는 해당 자료가 간단한 다크웹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누구나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어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다크웹에서의 마약 거래도 큰 문제로 떠오른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국제 마약 조직이 몰래 들여오는 마약의 양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가 발달하면서 젊은층 마약류 사범이 늘고 있다. 특히 다크웹 마약 유통이 활발해진 실정이다.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용자 중 다크웹으로 마약을 구입한 비율은 11.9%로 이는 지난 2014년보다 2배 늘어난 수치다.

기술력대책 논의

걸음마 수준

다크웹에서는 각종 음란물아동 성착취 영상, 마약 유통 등과 함께 무기 거래, 테러 모의, 돈세탁까지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오래 전부터 돌던 얘기다.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수사국이 적발한 대표적인 다크웹 사이트 실크로드에서는 2년간 총 1500만 건, 2억 달러가 넘는 거래가 오갔다. 이곳에서 6명이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국내 접속자만 12000여 명을 넘어서는 등 국내 다크웹 사용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전년 대비 다크웹 이용자는 280% 이상 증가했다.

청소년들은 다크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유튜브, SNS 등에서 다크웹 접속법이 버젓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익히는 데 약 10분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크웹에 대한 여러 괴담, 불법 성인사이트 우회 접속법 등이 퍼지면서 다크웹 접속 청소년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다크웹은 가상화폐와 결합해 더욱 추적이 어렵도록 진화 중이다. 가상화폐로 총기를 살 수 있는 무기 거래사이트까지 있다.

경찰은 연말까지 불법정보 수집추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도 다크웹 전문 수사팀을 꾸리고 사이버 수사 경험이 많은 경찰과 공조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술력이나 대책 논의 자체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걸음마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아동 성폭력 음란물 사건을 두고 법원의 미온적인 태도와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크웹상 아동 성착취물 유통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박예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소속 변호사는 미국과 캐나다는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소지만 해도 징역 5년형인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면서 우리 법원에서는 해당 사이트에 다른 회원들의 영상도 많았다는 점이 손 씨(아동음란물 사이트 운영자)에게 유리한 정산으로 참작됐지만 미 검찰의 공소장에서는 오히려 공모 혐의로 별도 기소 사항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시영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 주무관은 정부 내부에서도 성착취물 관련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가해자 처벌 수준이 상향될 수 있도록 여가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손 씨의 사건을 계기로 범죄의 온상인 다크웹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크웹 접속 자체를 범죄로 여겨선 안 된다는 반론도 존재하지만, 다크웹에서 손 씨의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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