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민주당 대표가 대구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호남물갈이’, 지지율 하락 등 당 내외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쇄신하고 ‘공천혁명’의 기틀을 세우겠다는 의미였다. 조 대표의 이 같은 결단을 지켜보며 눈물을 삼켰던 조 대표의 부인 김금지(62)씨를 그녀가 현재 대표로 있는 ‘극단 김금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씨는 “조 대표의 대구출마는 정계입문 당시부터 준비돼 왔으며, 당 대표 경선 때 이미 한번 결심을 굳힌 것”이라며 “정치개혁을 위해 내린 결단인 만큼 대구시민들이 호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김씨는 또 “<여원>이라는 여성지의 사진소설 주인공으로 활동할 당시, 남편이 사진에 반해 매일 촬영장을 찾아와 프로포즈를 했다”며 연애시절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정치인의 아내로서 ‘앞서 나서는’ 내조보다 뒤에서 조용히 뒷받침하는 내조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 조 대표를 언제 어떻게 만났고, 연애시절은 어떠했나.▲1963년쯤부터 5년 동안 연애했다. 당시 남편은 사업에 실패해 집에서 쉬면서 사진을 배우고 있었고, 친구의 동생이었던 사진작가 주명덕씨가 남편의 수유리 집에서 내 사진을 인화했다. 그 때 떠오른 제 모습에 반했다더라. 나는 <여원>이라는 여성지에서 여류작가 우희정씨가 집필하는 ‘포토스토리’라는 소설의 사진 주인공이었다. 당시 주명덕씨는 <여원>에서 사진부장 조수로 일하고 있었고 그렇게 인연이 된 뒤 어느 날인가 감색 신사복을 입은 남자가 촬영장에 나타났다. 그 남자가 지금 우리 남편이다. 남편은 내성적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끝을 본다. 사진 촬영 때마다 찾아와 프로포즈를 했다. 연애할 때 집에 가보니 내 사진으로 벽을 ‘도배’했더라. 결국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다. 잦은 사랑싸움 등 다양한 일화가 있지만 다 털어 놓기도 힘들다.

- 정치인 아내로서 살기에 불편함은 없는가.▲사실 남편이 주목받기 전부터 나는 이미 관심의 대상이었다. 솔직히 우리 남편이 뜬 건 얼마 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내가 더 주목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으로 고통받아보거나 의식해 본 일은 없다. 다만 남편이 당 대표가 된 이후 나서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하다.특히 내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다보니 남편이 정치인이라고 해서 불편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다만 요즘 공천문제로 시끄럽다보니 공천신청을 한 일부 인사 부인들의 ‘청탁류’의 전화가 자주 온다. 하지만 난 늘 단호하게 ‘지금은 새로운 신인을 원하는 시기’라고 못 박고 ‘심사하시는 분들이 알아서 하실 것’이라며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한다.

- 집에선 서로 어떻게 부르나.▲연애시절 처음에는 ‘아버지뻘’로 보여 ‘조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랐고, 남편은 나를 ‘김양’이라고 불렀다. 요즘은 난 ‘아빠’라고 부르고, 남편은 ‘어이~’라고 칭한다. 가끔 ‘어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불평을 토로해봤지만 쉽게 고쳐지진 않는다.

- 조 대표는 회의 중이라도 김씨에게서 전화가 오면 바로 뛰어나갈 정도로 애처가라던데.▲애처가다. 아내를 위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회의시간에 전화해 본적은 없다. 다만 남편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 ‘나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어’하는 식의 보고(?)를 한다. 마땅히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 조 대표가 공연장에 오는 경우도 있는가.▲연애시절부터 자주 다녀갔다. 다만 정치에 입문한 이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꽃다발을 보내왔다. 특히 당대표가 된 이후 민주당으로서 ‘홍보용’으로 좋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남편이 더 잘 찾아온다.

- 서일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로 6년째 강단에 서고 있고, 극단의 대표이기도하며 구두가게도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남편에 대한 내조는 언제, 어떻게 하나.▲가끔 내가 정말 연극배우인가, 구두장사인가, 혹은 정치인의 아내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나는 틀림없는 연극배우다.그러다 보니 앞에 나서서 하는 내조는 하지 않았다. 다만 남편이 집안일, 아이들 교육문제, 돈 문제에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내가 벌고 도와주면서 내조해 왔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정치에 뛰어들면서 나서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라일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집안문제로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소극적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만 오히려 나서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까딱하면 욕먹기 쉬운 자리지만, 나서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굉장히 나설 줄 알았는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조 대표에게 `’젊어 보여야 한다’며 모자가 달린 외투를 입으라고 권했다고 전해지는데 평소에도 남편의 옷맵시에 많은 신경을 쏟는가.▲몇 년 전인가 ‘톱 디자이너들이 뽑은 한국의 베스트 드레서’에 선정된 적이 있다. 남편 역시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그럴 땐 속옷부터 넥타이 하나 하나 골라준 보람을 느낀다.수첩에 옷 치수를 적어놓고 어울리는 옷이 보일 때마다 사둔다. 그동안 가르쳤기(?)때문인지 요즘에는 곧잘 ‘알아서’ 챙겨 입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 조 대표는 일명 ‘미스터 쓴소리’로 통한다. 부인 역시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데.▲언제인가 모 언론에서 라는 제목의 기사로 우리 부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집에서는 쓴소리를 많이 하는 내가 ‘미세스 쓴소리’이고 정작 남편은 집에 오면 쓴소리 대신 유머와 장난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저 국민의 시선으로 남편에게 조언을 할 뿐이다. 최근 영입인사와 관련해서도 개혁적인 인물이 아닌 경우 ‘절대 안된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해 본 적이 있다. 또한 우리 남편도 대표자리에 있다보니 시류에 영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지지도 떨어지는 이유를 알겠다’며 난리를 친다.

- 정치인의 코스로 볼 때 당대표 다음에는 당연히 대통령이 아닐까? 혹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면 내조에 자신이 있나. ▲평범한 삶이 좋지 그런 삶은 싫다.더욱이 한국에서 대통령은 할 노릇이 못 되는 것 같다. 대통령이 되면 아무리 잘 해도 비난받기 일쑤 아닌가. 김대중 전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도 제 각각 좋은 점이 있고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다양한 이익집단을 상대하다보니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더욱이 내 남편은 국회의원으로서는 뛰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국회의장 정도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감은 아닌 것 같다. 바람직한 국회의원상을 정립해 온 만큼 ‘잘 할 것이다’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안하는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1등 국회의원으로 지내는 것이 ‘욕 먹는 대통령’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다만 국가가 원하고 국민이 원한다면 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아내의 시선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 줄 자신은 있다.

- 조 대표가 대구출마 의견을 사전에 가족들에게 꺼낸 적 있나.▲사실 대구출마 이야기는 남편이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해왔던 말이다. 선친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대구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하다. 사람들은 ‘대구에 연고도 없으면서 정치시험대로 삼으려느냐’고 비판을 하지만, 남편은 그 부분을 가장 섭섭하게 생각한다. 대구는 선친이 처음으로 당선됐던 곳이며, 6·25때 피난길에 올랐던 남편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그리고 실질적으로 거론됐던 건 당대표에 출마했을 때였다. 남편이 ‘뭔가 터뜨려야 겠다’며 대구출마 선언과 관련해 내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그때 ‘그보다 더 좋은 시기가 있을 것’이라며 지켜보자고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설 연휴 전 가족회의에서 남편이 대구이야길 꺼내기에 모두 찬성했다. 공천혁명, 호남물갈이를 위한 남편의 결단은 적절한 것이었다.

- 지난 1월 20일 조대표가 대구행을 발표할 때 느낌은.▲남편이 대구 출마선언을 하던 날 ‘몰래’ 당사를 찾아갔었다. 물론 기자들의 눈에 띄어 곤욕을 치르긴 했다. 어찌됐건 무척 마음이 아팠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타파와 당내 공천혁명을 위해 결단을 내린 남편의 모습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편하게 안주할 수 있는 선거구를 뒤로한 채 정치개혁을 위해 내린 결단인 만큼 대구시민들이 호응해 주길 바랄 뿐이다.최근 모 언론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대구 시민의 25.9%가 남편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민주당 소속 의원 어느 누가 대구에서 그만큼의 지지를 받겠는가.

- 아내로서 조 대표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난 ‘대표 마누라’를 원해본 적은 없다. 난 착하고 순수한 인간 조순형이면 족하다. 요즘은 남편이 당 대표직을 맡고 있다보니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 보인다. 대표값을 톡톡히 치르는 것 같다. 제발 지금처럼만 건강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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