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간판 총선 어렵다”…‘이낙연 역할론’부터 ‘권역별 잠룡체제’까지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여야 모두에게 정치적 생존이 걸린 내년 4·15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일제히 총선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두 달 넘게 정국을 뒤흔든 ‘조국 사태’ 후폭풍을 수습하고 악화된 민심을 끌어올 총선 체제 구상에 골몰한 상황이다.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불거졌던 이해찬 대표 퇴진론은 수그러든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해찬’이라는 간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그를 대신할 어떤 간판으로 문재인 정부 성공의 명운이 걸린 총선을 치를 것인지 전략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발언하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해찬 민주당 대표. [뉴시스]

-‘대표 퇴진론’ 대신 ‘이해찬 간판’ 대신할 총선 체제 구상 골몰

‘이해찬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기는 어렵다’는 민주당 내 상황 인식은 ‘조국 정국’ 이전부터 있었다. 이해찬 대표가 정치적 거물급이기는 하지만 대중적 친화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총선에서 유세전에 나설 경우 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 같은 인식은 ‘조국 정국’을 거치며 제기된 ‘쇄신론’과 맞물며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해찬 퇴진론’에 힘을 실었다. 

초선 중 가장 먼저 ‘불출마’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철희·표창원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 대표를 만나 ‘혁신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철희 의원은 ‘이해찬 책임론’을 들고 나와 파장을 예고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워낙 경험이 많은 분이어서 안정감은 있지만, 역동성은 떨어진다”며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당대표에게 있다고 본다”며 ‘이해찬 책임론’을 주장했다. 

‘이해찬 퇴진론’ 수면 아래로…‘조기 선대위 출범’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원 게시판과 당내 일부 의원 사이에서 불거진 사퇴 요구에 대해 “실제로 우리 권리당원이 70만 명 가까이 된다. 게시판에 들어와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다 합쳐서 한 2000명 정도다. 아주 극소수자가 그러는 것”이라며 “선거가 다섯달밖에 안 남았는데 지도부를 여기서 물러나라는 건 선거를 포기하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주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극소수 의견은 무시해도 되나” 등의 비판이 이어졌고 급기야 지난달 31일에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이해찬 대표를 퇴진시켜 당이 바로 서고 총선 승리를 하도록 해 달라”며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 대표 퇴진론이 더 확산되지는 않았다. 지난 4일 열린 의원총회 분위기도 ‘조국 사태’를 거치며 당이 보였던 모습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주로 나왔을 뿐 이 대표 퇴진론 등 당내에 들끓었던 ‘쇄신론’은 한풀 꺾인 분위기였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 퇴진론이 자칫 ‘자중지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퇴진론을 누르는 데 한몫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해찬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를 냈고 총선기획단 구성과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12월 10일경) 을 예고한 것도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요소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가 조기 선대위 출범을 예고하면서 이 대표가 아닌 새로운 선대위원장이 총선을 지휘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부각됐다는 것이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제가 이해찬 대표라면 단 1명이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얘기하면 그 요구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합법적으로 임기를 갖고 선출된 사람을 특별한 이유, 합법적인 절차 없이 그만둬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안 맞는다고 본다”라고 퇴진론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우원식 의원도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선거 시기라 당 대표를 지금 흔들어서 도움될 게 전혀 없다”며 “선거 국면에서 어떤 사람들을 잘 모셔오는가를 쇄신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 “당대표 간판보다 여러가지 조합으로”

이처럼 ‘이해찬 퇴진론’은 잠잠해졌지만 이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서서 ‘이해찬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은 어렵다는 상황 인식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는 전면에서 빠져 총선 관리자 역할 정도만 해야 하고 어떤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것인지 제대로 된 ‘필승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선거는 상대편과 싸우는 것인데 이제는 시기적으로 지금 잘못해서 당대표가 물러나는 모양새가 되면 선거 기싸움에서 밀리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며 “이 대표가 당의 간판이 돼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뒤에 있고 전면에서는 여러 가지 조합이 가능할 수 있다”며 “당대표는 공천과 관련된 제도 관리 같은 것만 하고 대외적인 대국민 메시지는 다른 사람이 할 수 있고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지난 4일 구성을 완료한 총선기획단의 경우는 당 안팎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윤호중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은 총선기획단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소병훈 조직부총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 당 안팎의 인사 15명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 의견을 밝혀온 금태섭 의원이 총선기획단에 포함되면서 ‘포용’과 ‘화합’ 메시지를 주고 청년과 여성을 각 30%씩 배치해 청년·여성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인적 쇄신’ 효과 여세를 몰아 당내에서는 당이 더 혁신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해찬 대표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 전체의 인적 쇄신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이낙연 총리가 조속히 당에 복귀해 전면에 나서는 것 이외에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 속에서 ‘이낙연 복귀론·역할론’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총리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선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총선 불출마를 고려 중인 원혜영 의원과 김부겸 의원 등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총선기획단에 이름을 올린 금태섭 의원은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낙연 총리는 정치도 잘하시는 분이고 당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다들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심하시면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언론을 통해 “이해찬 대표로 총선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낙연 총리가 빨리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내에서는 각 권역을 상징하는 당내 잠룡들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각각 대표하는 김부겸·김영춘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을 통해 “권역을 상징하는 대표주자들이 장차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올라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선기획단 대변인인 강훈식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권역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 구상’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검토된 바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어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권역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가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미래나 공정, 혁신의 키워드로 선거대책본부를 꾸린다면 권역을 상징하는 것이 그 세 가지 키워드에 부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권역별 공동선대위원장 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 원장, 이 대표와 기싸움할 체급 아냐”

한편 민주당 안팎에서는 ‘총선 체제’ 구상을 놓고 이해찬 대표와 친문 핵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양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당 전면에 복귀할 시점에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친문 핵심인 양 원장을 통해 당을 장악하려 한다는 시선이 존재했다. 

이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아 인재영입 작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인재 영입 작업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양 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이철희 의원이 ‘이해찬 책임론’을 거론하며 쇄신론을 주도한 것도 양 원장의 힘이 작용했다는 시선도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민주연구원 부원장인 이철희 의원이 총선기획단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는 주장도 돌고 있다. 

반면 양 원장의 역할을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양정철 원장의 역할을 외부에서 과하게 평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해찬 대표도 만만찮은 정치력을 가진 정치인이고 양 원장은 친문 핵심이라고 해도 원외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상은 외부에서 보는 만큼 양 원장이 이 대표와 기싸움을 펼칠 만큼의 힘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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