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서병수 아들 결혼식 참석 놓고 정치적 해석 잇따라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자유한국당의 초·재선들이 21대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초재선 의원들은 하나같이 영남권과 서울 강남의 3선 이상 의원을 거론했다. 초선 의원들이 중진 의원들을 정조준하면서 당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도다. 그런데 겉으로는 초재선과 중진의원들의 싸움으로 비치지만, 속내는 친박계 의원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영남 지역 의원 비중이 높은 만큼, 가만히 앉아 혁신 대상으로 분류되기 보다는 공천 주도권을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당내에서는 친박계 지원을 받은 황교안 대표가 친박계와 거리두기에 성공하느냐, 마느냐가 향후 대권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황 대표가 친박계인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세워 친박계를 정조준할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퍼지고 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 [뉴시스]
서병수 전 부산시장 [뉴시스]

-서병수 “중진 수도권 차출설 동의”...황 대표와 보조 맞춰
-“친박이 비박 치면 분열, 친박이 친박 치면 내부 정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표창장 수여,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철회, 세월호 특수단 출범 등 민심에 역행하는 악재가 발생하거나 황교안 대표를 정조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선거 전망이 희망적일 리 없다. 특히 그 과정에서 보여준 황 대표의 리더십 위기 논란은 “총선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 관계자들도 선거 결과에 대해 ‘참패’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래서 황 대표는 ‘인적 쇄신’과 ‘보수 통합’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보수 통합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황 대표는 “중진이나 당에 책임을 지는 분은 솔선수범하고 희생의 정신으로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 뒤 물갈이 폭에 대해서는 “필요한 만큼, 부족하지 않게 할 것”이라며 과감한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또 보수 통합과 관련해서 그는 “통합은 정의고 분열은 불의”라며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이제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다.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되살리는 길은 자유민주 세력의 대통합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황교안-서병수 밀약설, 속속 포착되는 정황들

이런 가운데 최근 황 대표와 서병수 전 부산시장 간 ‘밀약설(?)’이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서병수 공천심사위원장 내정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관련한 정황들도 속속 포착되는 분위기다.

실제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서 최근 서 전 시장이 공천심사위원장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그 정황 중 하나로 황 대표 부부가 서 전 시장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것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황 대표 부부가 서 전 시장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것은 맞다. 그 자리에서 독대 여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당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 측에서는 그냥 단순한 참석일 뿐, 세간의 의미 부여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당 한 인사는 “황 대표가 의원들과의 스킨십이 많이 부족한 가운데 서 전 시장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것은 많은 정치적 의미를 포함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최근 중진 수도권 차출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 서 전 시장도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서 전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태흠 의원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 총선에 나갈 수도 있고 안 나갈 수도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대한민국이 번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나오는 지역들은 모두 언론에서 투척하는(막 던지는) 수준(의 이야기)”이라며 “내년에 한국당이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게 좋은 건지 딴 데 나가는 게 좋은 건지, 당에서 전략적으로 뭔가 나올 때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서병수, 총선 대신 부산시장 출마?

뿐만 아니라 한국당 안팎에서는 서 전 시장이 ‘공천관리위원장→부산시장 출마설’ 코스를 밟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 전 시장은 2022년 부산시장 선거에 생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총선에서 당선되더라도 지방선거 때 사퇴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해당 지역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서 전 시장의 친동생인 서범수 전 경찰대학장이 한국당 울산 울주군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만약 서 전 시장과 서 위원장이 동시에 공천을 받거나 공천경쟁에 나설 경우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당 관계자들은 ‘황교안-서병수 빅딜’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서 전 시장이 한국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는다면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는 서 전 시장으로서는 차기 부산시장을 노리기 위해 당내 혁신 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

당 안팎에서는 물갈이 폭보다는 어떤 인물을 공천에서 배제시키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는 만큼, 서 전 시장이 친박 세력을 정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친박계 공천심사심위원장이 비박계를 정조준하면 당 분열을 일으킬 수 있으나 친박계가 친박계를 정조준하면 반발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서 전 시장이 항간에 나도는 얘기처럼 ‘공천심사위원장 낙점설’이 현실화된다면 ‘친박은 친박으로 잡는다’는 이이제이 전략을 통해 황 대표의 아픈 부분을 긁어줄 가능성이 있다. 

인적 쇄신 등을 놓고, 친박-비박 갈등 확산

한편, 한국당 내부에선 인적 쇄신과 보수 통합을 두고 초·재선 VS 중진, 친박 VS 비박 등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한국당의 인적 구성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보수 통합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은 소극적이다. 친박계가 주축이 된 한국당 초·재선 모임 ‘통합과 전진’도 회의를 열어 “조건 없는 빅텐트를 펴자”라면서도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의원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를 지향하며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3가지 원칙을 내세운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통합과 전진’ 소속인 강석진 의원은 “국민의 요구는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 우파를 전부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자꾸만 조건을 거는데 모두가 조건 없이 보수 대통합이라는 너무나 큰 가치, 헌법적 가치를 공유한다면 조건 없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적 물갈이에 대해서도 친박과 비박 간의 시각 차가 존재하고 있다. 한국당 재선으로 대표적 친박계 인사인 김태흠 의원은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선배 의원님들께서는 정치에서 용퇴를 하시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당 초선 의원 44명도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7일 국회에서 ‘당 초선의원 모임’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의원 모두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아름다운 자기희생에 앞장서야 한다”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선배 의원님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진 의원들은 초재선 의원들의 인적 쇄신론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친박계 대다수가 초·재선 그룹에 속해 있다. 복당파 출신 등 비박계가 3선 이상에 포진해 있어, 사실상 친박계가 비박계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중진 의원들은 선수와 상관없이 지난 총선에서 친박 기득권을 등에 업고 국회에 입성했거나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에서 일한 인사들도 쇄신 대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당 일각에서는 “교체 비율을 강조하지만, 많이 바꾸는 게 정답은 아닌 듯하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친박계의 지원으로 당대표가 된 황 대표가 과연 친박계 그늘에서 벗어나느냐, 벗어나지 못 하느냐가 향후 대권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즉, 황 대표가 친박세력을 정리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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