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애초부터 EGR 결함한정 리콜 자체가 문제”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위해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뉴시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피의자 신분 조사를 위해 지난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잠잠해지나 싶던 ‘불타는 자동차’ 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차량 화재로 여론의 비난을 받던 BMW코리아(이하 BMW)가 최근 발생한 화재 사고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결함 은폐’ 여부를 두고 조사 중이던 경찰도 이번엔 김효준 회장 등 임직원이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의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BMW코리아 측은 결함이 아닌 관리의 문제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재차 발생한 사고에 불안감만 증폭됐다고 분개했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BMW와 국토부가 EGR 결함뿐만 아니라 근본적 원인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인 입증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BMW, “리콜‧부품 결함 가능성 거의 없다...침수‧노후 등 외부 요인 추정”

국토부, “대체 EGR, 설계변경‧개선 제품...모든 가능성 열고 조사 나설 것”


지난해 EGR 결함 등의 논란이 일자 BMW코리아는 인정 후 재빨리 리콜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5대의 BMW차량에서 또다시 화재가 일었고, 국토부는 이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 후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한 추가 정밀조사에도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화재가 발생한 5대의 차량 중 3대(640d·525d·320d)는 리콜 대상 차량으로 시정조치를 받았고, 나머지 2대의 차량(328i·5GT)은 리콜 비대상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리콜 대상차량 3대 중 525d는 DPF 손상, 640d는 침수사고 내역, 320d는 배기장치 등에 특이점이 확인돼 관련 문제로 인한 화재가능성 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반면, 리콜 받은 EGR의 누수여부 등에 대해서는 정밀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내다봤다.

‘알쏭달쏭’ 화재원인에 혼란 가중

재차 발생한 화재 사고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갈렸다. 무엇보다 화재 발생의 원인이 차량 결함 또는 관리 문제 사이의 명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것과, 단순히 EGR의 문제로 국한해 이뤄진 리콜부터가 잘못이라는 견해다. 

우선 BMW는 “최근 일련의 화재가 특정 기간에 몰리긴 했으나 지금까지 리콜 이후 EGR 관련 문제로 화재가 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으며 리콜 또는 부품 결함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침수에 의한 전손부활차나 노후 차량의 DPF 손상 등 대부분 외부 요인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며 “BMW의 화재는 37건 (0.93%)으로, 전체 자동차‧철도차량의 화재 건수의 1%가 채 되지 않고 국내 판매 비중 대비 낮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대비 (화재 건수가) 57% 감소한 수치(10월 말 기준)인 점도 덧붙였다.

국토부는 리콜 비대상 차량 2대 중 328i는 휘발유 차량(EGR 미장착)으로 촉매장치 등에 대한 수리내역이 확인됐고, 5GT는 디젤차량으로 EGR을 장착하고 있으나 구조가 상이하고 DPF 손상 정황이 있어 525d 차량의 DPF 조사와 연계해 정밀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EGR자체의 설계 결함이 문제였는데도 정부가 단순히 부품교체만을 명령했다는 비판에는 “현재 리콜을 하고 있는 신품 EGR은 작년 대규모 화재를 유발한 문제의 EGR을 대체해 설계변경‧개선이 완료된 제품”이라며 선 그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정밀조사를 통해 화재 사안별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화재 원인에서 EGR 누수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설계 자체의 결함이나 전기 배선에 따른 과부하 등 기타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화재 요인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는 “EGR 설계를 다시 바꿔야 하는 것은 차를 다시 만드는 것과 같은 만큼 소프트‧하드웨어적 변경이 마땅치 않다”면서도 “EGR 리콜을 통해 불이 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불이 붙지 않는 불연성재료로 바꾸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BMW 측이 밝힌 대로 침수‧노후 등에 따른 화재 사례는 종종 발생하지만 중요한 점은 리콜 차량 중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1건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감독기관 책임도 따를 것

앞서 국토부는 작년 8월 발생한 총 15건의 BMW 차량 화재 원인을 분석한 결과, 화재가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흡기다기관과 EGR 모듈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결론 낸 바 있다. 하지만 리콜 이후에도 BMW 차량에서 재차 화재가 발생한 점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관리‧감독기관인 국토부를 향한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EGR 결함으로 리콜 처방을 내린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격’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기관으로서 리콜 발표 후에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한 점에 따른 책임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국토부의 객관적이고 명확한 입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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