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IR팀 재정비…황각규 부회장 “여건 되면 빨리 추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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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롯데그룹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호텔롯데 상장`이 재추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최근 열린 롯데 경영간담회에서도 호텔롯데 상장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법원 3부가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신 회장과 롯데그룹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

2016년 6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지 3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유통업계도 호텔롯데가 내년 초 기업공개(IPO)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IR(Investor Relations) 팀을 꾸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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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매체에 따르면 호텔롯데 IR팀은 2015년 12월 생겼다가 이후 경영 비리, 면세점 특혜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상장 작업이 중단되자 지난해 2월 공식 해체됐다.
 
당시 외부에서 IR 팀장을 영입했으나 2017년 3월 퇴사하면서 IR팀 해체 수순을 밟았다. 새롭게 생긴 IR팀은 주관사 선정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가 다시 상장 주관사로 선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30일 황각규 롯데 지주 부회장은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 상장 행사에 참석해 "(호텔롯데 상장은) 기본적으로 빨리 추진한다는 것은 변함없다"며 "마음이야 빨리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봐서 추진하겠다"고 말해 호텔롯데 상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롯데리츠는 이날 시가총액 1조1178억 원을 달성해 국내 6개 상장 리츠 중 가장 큰 규모가 됐다. 사실 롯데리츠의 흥행 대박은 일찍부터 예고됐었다. 10월 초 시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배정물량 3009만4554주에 청약 신청 19억440만8730주가 몰려 공모 리츠 사상 최고인 63.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
 
롯데리츠의 성공적인 코스피 데뷔로 가장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는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 롯데쇼핑이 거론된다. 롯데쇼핑과 지주사 롯데지주의 지분을 각기 9.84%, 11.7% 보유한 신 회장도 대표적인 수혜자다. 신 회장은 롯데리츠의 성공으로 확보한 약 1조 원 가량의 자금을 온라인, 해외진출, 매장 개편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리츠는 지난 3월 설립된 롯데쇼핑의 부동산투자회사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백화점 4곳, 마트 4곳, 아웃렛 2곳 등 상업용 부동산이 주요 투자 대상으로, 이 자산의 총면적은 총 63만8779㎡(19만 평)이며, 감정평가액이 약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뉴 롯데` 구축 가속도 붙나
 
또한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과 더불어 국내외 사업 추진을 위한 걸림돌이 사라진 만큼 호텔롯데 상장을 늦출 이유가 없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도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뉴(new) 롯데` 핵심 과제로 꼽힌다. `뉴 롯데`는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라는 게 재계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데, 호텔롯데 상장은 이 과정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롯데홀딩스가 99%의 지분을 가진 호텔롯데의 국내 증시 상장은 독립적인 지주사 체제의 완성은 물론 `롯데=일본회사`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작업으로도 평가받는다.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99% 이상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는 일본인 종업원·임원·관계사 등 일본인 지분율이 50%를 넘는다.
게다가 올해 들어 롯데손보.롯데카드.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 매각 작업도 마무리하면서 지주사 출범 후 2년의 유예기간 내 지주회사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특허 문제 논란될 수도
 
다만 호텔롯데 실적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 하는 게 걸림돌이다. 호텔롯데 주요 사업인 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이익 1577억 원으로 2016년(3435억 원) 절반도 안 됐다.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면세점 사업이 흔들렸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 점 특허 취소 가능성 정도도 변수로 남아 있다. 특허 취소 문제의 경우 신 회장을 보세판매장 운영인으로 보느냐 여부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관세법 178조 2항에는 `운영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 운영인은 해당 대표이사로 돼 있는 만큼 월드타워 점 취소까지 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관계자는 “외국인투자기업이 맞지만, 국내에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했다. 호텔롯데는 배당도 장기간 하지 않다가 2004년부터 배당을 시행한 것으로 안다. 일본으로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은 상장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상장을 추진한다. 호텔롯데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롯데컬처웍스와 코리아세븐을 차례로 상장시킬 예정이다. 두 회사의 주관사는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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