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외양간 잘 고쳐야 다음 송아지 잘 키운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2달여 동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단어는 ‘공정성’이었다. 이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자녀의 대학 입시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회적 의제로 급부상했다.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의 ‘역린’과 같다. 이에 교육 분야에서 사회적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대안이 속속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은 지난달 21일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입학전형과정조사에 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고위공직자 자녀의 대학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 ‘공정’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은 이러한 국민 요구에 눈높이를 맞춰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입학전형과정조사에 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김병철 기자]
최근 고위공직자 자녀의 대학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 ‘공정’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찬대 의원은 이러한 국민 요구에 눈높이를 맞춰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입학전형과정조사에 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김병철 기자]

-“진정한 촛불 혁명의 완성과 결과, 21대 총선에 있다”


최근 고위직 자녀의 대학입시 과정에 대한 비리 의혹 또는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많은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이에 국회의원 자녀를 대상으로 대학입학전형 과정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제도 내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공정성을 제고하는 제도 개선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입학전형과정 조사에 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대표발의한 특별법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후약방문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는데.
▲사후약방문은 ‘죽었기 때문에 처방이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교육 문제는 우리 자녀들의 문제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사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외양간을 잘 고쳐야 다음 송아지를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입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은 의미가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제도권 내에서의 불공정 문제나 ‘내로남불’, ‘조로남불’을 말한 나경원 원내대표 자녀의 입시 관련 불공정 문제 등을 계기로 ‘제도권에서 어떤 방식으로 교육 분야에서 공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화두가 제기됐다. 

내가 대표발의한 특별법은 전수조사 대상을 국회의원 자녀로 한정했다. 5개월 뒤에 국민들은 21대 총선을 통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새로 뽑아야 한다. (특별법을 통해) 현재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입시와 관련해 불공정한 특혜를 누렸거나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내려 한다. 

국회의원 자녀 입시 전형 관련 전수조사는 우리 미래 교육을 위해 과거를 점검해 보고,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해 미래 교육의 공정성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고위공직자 및 국회의원 자녀 입시 특혜 의혹과 관련, 많은 국민들이 ‘공정성’에 많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어떻게 바라보나.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선진 사회가 되기 위해서 당연히 거쳐야 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공정성은 정말로 중요하지만 동시에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 구체적인 촉발이 일어났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공정성,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대한민국 공동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에 아픈 만큼 그 이상의 성과가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공정성 문제는 ‘경쟁 속의 공정성’이다. 하지만 이 단계를 넘어 경쟁은 하되 배려와 포용이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경쟁력이 극한으로 치솟는 사회 분위기 가운데 공정성 문제가 거론됐는데,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본다면 대한민국 공동체가 함께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논쟁도 필요하다. 

-‘입시 특혜’ 논란에 많은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 것은 결국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학벌주의 사상’이 팽배하다는 반증 아닌가.
▲자식이 잘 되는 걸 바라는 게 부모의 인지상정이지만, 이것이 지나쳐 경쟁 일변도로만 자식을 키운다면 사실 대한민국이 포용 국가로 나아가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인지상정이 지나쳐 학연·지연·혈연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바른 방향이라 할 수 없다. 

(이 가운데 국민들이) 학연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지연과 혈연은 스스로가 선택하는 게 아니다. 혈연은 태어나면서 주어진 생득적인 지위고, 지연은 생활반경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취득하게 된다. 반면 학연은 개인이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는 성취 지위였다. 그런데 이 학연조차도 혈연과 지연처럼 부모들의 재산 상태, 지위, 권력에 의해 대물림 되거나 교육을 통한 계층 구조의 사다리가 불공정하다면 국민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학벌주의는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장하는 데 있어 굉장히 조심해야 할 함정이다. 이런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위한 화두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법안 통과 진행 과정은 어떨 것 같나.
▲지금 정쟁을 바라보면 무섭다. 우리가 배를 타야 할 때 옆의 파도를 보면 배를 띄우고 싶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배를 띄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파도가 위험해도 배를 띄워야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지금 정치를 바라보는 주권자 국민의 수준이 높아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쟁의 이름으로 끝까지 막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를 (대상에) 포함하면 적시성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만이라도 전수조사 해보자는 걸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부터 솔선수범하라’는 국민의 요구사항은 기본 전제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층 자녀들의 입시 과정에서 불공정이 내포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도) 끝까지 마다할 수 없다고 본다. 얼마나 적시에, (여러 이견을) 잘 융합해 법안을 내느냐하는 문제라서 (법안 통과 과정을)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기꺼이 손실 감수하면서까지 선거법 통과 진행하는 이유는 정치개혁 원하는 국민 목소리 있기 때문”
“기꺼이 손실 감수하면서까지 선거법 통과 진행하는 이유는 정치개혁 원하는 국민 목소리 있기 때문”

-‘공수처법’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상정돼 있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이 상황에 대한 타개책이 있다면.
▲최선은 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간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고 차선은 지난 4월 여야4당 패스트트랙 공조를 가동하는 것이다. 한국당의 전향적인 태도변화와 협상논의로 여야 합의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이들이 끝까지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고집한다면 다른 야당들과 협의해야 하지 않을까.

남은 기간 동안 이 어려움들을 잘 극복해 나가며 공수처법 관련 여야 간 협상을 진행하되, 만약 이와 관련해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법에 따라 표결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 민주당 역시 의석수를 잃게 된다는 풀이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법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발전을 위한 결단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를 적용한다.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조다 보니 첫 번째는 국민이 지지하는 정당 지지율이 의석수로 반영되지 않는 논리적 모순이 생기고, 두 번째는 지역주의가 강화되는  단점이 있다. 

선거 규칙(개정)을 통해 공정하게 비례성을 높이면 이것이 (정치 개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선거법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선거법이 통과되면) 민주당의 경우 산술적으로는 의석수가 줄어든다. 현재 시뮬레이션으로는 우리 당이 제일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 1,2당은 의석수가 줄고 3, 4,5,6당은 의석수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기꺼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선거법 통과를) 진행하는 이유는 정치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있고, 우리 역시 당위적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과 임명 과정 등을 거치며 2달가량 ‘조국 정국’이 펼쳐졌다. 당시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내려가거나 민주당을 향한 비판 여론도 형성됐는데.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는 조 전 장관의 거취와 검찰개혁을 두고 여야 진영 간 지속적 대립 격화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두 달여 이상 지속된 ‘조국 정국’과 개혁입법 지연에 따른 피로감도 당 지지율 하락 국면에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했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진솔한 사과를 했다. 이 대표가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발언한 것은 여야를 떠나 현재 정치권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부끄럽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사태를 두고 민주당이 ‘제도 내 불공정성’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공정한 비판을 하지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국민도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조 전 장관을 지지하고 그를 통해 검찰 개혁을 이뤄내길 원했던 국민들도 있다. 그들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를 위해 변론해주지 못한 부분에 대한 강한 질책이 있다. 

정부 여당,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는 모든 국민들을 다 안는 발언을 해야 한다. (이 대표의 발언은) 한쪽의 국민들에게는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적절한 비판과 책임감을 얘기했던 것이고, 또 그를 지지하고 포기하지 않던 국민들에게는 그에 맞는 적절한 정서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을 통해 우리가 쉽게 꺼내기 어려웠던 ‘대한민국 공동체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사회 공정성, 교육에 대한 공정성, 공정한 사다리 등에 대한 문제의식 등이 이번에 불거졌다. 조국 인사청문회 정국으로 대한민국이 아픔을 겪었지만 이를 통해 한 번 더 도약하고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후속 조치로 지난 4일 선거기획단을 출범했다. 또 다음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시점도 제시되는 등 쇄신 수순을 밟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들, 큰 부분에서는 공정과 개혁을 끝까지 챙겨야 국민 신뢰와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 민생,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아주 귀한 단초가 20대 국회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경제, 민생,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아주 귀한 단초가 20대 국회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민주당 초선의원인 표창원·이철희 의원이 정치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쇄신의 목소리가 감지되는데.
▲정당은 늘 쇄신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고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한국당은 이들이 ‘민주당에 대한 불만으로 좌절해서 그만뒀다’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 나는 절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을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해석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

지금 극한 정쟁 속에서 민생이나 경제 문제가 뒤로 많이 밀리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특히 초선의원으로서 (정치에) 많은 기대를 가졌지만 (현 상황으로 인해) 현실정치에 상실감이 컸을 것 같다. (그들의 불출마 선언은) 자신이 소속돼 있는 우리 당에 대한 불만을 뛰어 넘어 여야 간에,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한 국회라는 측면에서 온 자괴감에 대한 선언이다. 

국회 내에서도 쇄신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탄핵이 이뤄지기 전,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지기 전인 20대 국회에서 선출된 이들이다. 인적 쇄신보다 더 중요한 쇄신이 어디에 있겠느냐. 지금 21대 총선을 앞두고 내부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 이야기도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에 의한 21대 총선에서의 인적 쇄신이다. 나는 진정한 촛불 혁명의 완성과 결과는 21대 총선에 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손으로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본다. 

-20대 국회도 저물어가고 있다. 20대 국회 임기 활동 소감은.
▲20대 국회는 법안 통과율이 27.5%밖에 안 된다. 법안 통과율만 놓고 본다면 (지금 국회는) 역대 최악이다. ‘20대 국회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금은 나라다운 나라, 국민이 먼저이고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경제 주권을 살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전환기에 놓인 상태다. 우리가 흐르는 물을 다시 한 번 다듬는 과정 속에서 마찰과 갈등, 그리고 힘듦도 있지만 이것은 역사의 대전환기에서 치러야 할 일종의 비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항상 9회말 2아웃에서 만루홈런이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꼭 마음에 든다.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았지만 부족한 대로 민생 법안도 잘 처리하고 역대 정권 누구도 하지 못했던 검찰개혁과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이뤄내고 싶다. 또 하늘의 도움과 국민의 열망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안착되길 바란다.

우리 국민들의 70년 동안의 염원을 통해 경제, 민생,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아주 귀한 단초가 20대 국회 마지막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내년 총선 관련 포부가 있다면.
▲내 이력을 보면 알지만 나는 정치한 지 얼마 안 됐다. 2014년 11월 말에 처음으로 지역위원장을 명 받았다. 내 지역구인 연수구는 민주당 이름으로는 국회의원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곳이다. 민주당에게는 사막 같은 곳이다. 뿌리를 내리거나 싹을 틔워 본 적 없는 지역구다. 

내가 이 지역구에 도전을 해서 지역위원장이 됐고, 이후 1년6개월 만에 하늘의 도움으로 당선이 됐다. 다음 총선에서는 더 겸손한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재선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하늘이 허락해 준다면 초선의원의 경험을 기초로 변하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이고 깊이 있는 의정 활동을 펼쳐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원내대변인을 하면서 지역구 주민들을 많이 못 봬 상당히 죄송하다. 그렇지만 지역주민들께서  내가 중앙에서 국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간간히 지역에서 주민 여러분을 만나뵈면 반갑게 맞아주셨으면 좋겠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서 부족한 능력이지만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