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자리에 친인척 앉혀 억 단위 연봉… 수백억 ‘펑펑’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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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 시내버스 업체 중 절반이 친인척을 임직원으로 앉혀 시민 혈세 수백억 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들 중 한 회사는 서울시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받아 이 중 46억1546만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버스 준공영제’가 당초 공익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아닌 사주들의 배만 불리고, 시민들의 세금을 낭비하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며 이르면 내년 ‘외부회계감사공영제’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운송수지적자에 5년간 1조6155억 지급… 지난해 보조금 지원만 5402억

5년간 사주 포함 친인척에 661억 돌아가… “준공영제 통제해야” 지적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한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버스회사 임원 연봉 지급행 현황’에 따르면 65곳의 준공영제 서울 버스회사 중 50곳이 대표이사 및 친인척을 임원으로 선임해 가족경영을 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사주들이 친인척들을 임직원에 앉혀 놓고 매년 수백억 원의 연봉을 챙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회사 사주들은 공동 대표이사, 이사뿐만 아니라 감사 자리까지 ‘처, 자녀, 형제, 조카, 손자, 시누이, 시숙, 사위, 처제, 제부’ 등을 앉혀놓고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고 있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사주를 포함한 친인척에게 661억 원이 지급됐다. 이는 65곳 모든 업체 입원들이 받은 984억 원의 67.2%를 차지하는 금액으로 친인척 1인당(사주포함) 약 1억3000만 원의 연봉이다.

공익성 강화 위한 제도 ‘버스 준공영제’ 

pmg 지식엔진 연구소에 따르면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회사의 수익금을 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부족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한 제도다. 버스 운행 및 차량·노무 관리는 각 버스회사가 맡고, 의사결정 및 책임은 지자체가 담당한다.

버스 준공영제는 수익성 있는 구간에만 편중될 수 있는 버스 노선이 변두리 취약 지역까지 확대 조정되는 효과와 함께 버스 회사들의 안정적 재정 확보도 가능해 회사 경영과 직원 처우가 개선되는 결과를 기대했다. 2004년 7월1일 서울에서 처음 시행된 이후 주요 광역시와 제주도가 도입해 시행 중이다.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지급한 적자 보전금은 총 3조7155억 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1조6155억 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지급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시는 65개 버스회사에 2788억 원을 지급해 운송수지적자를 보전해주고 그간 예산 부족으로 지급하지 못했던 보조금 5402억 원을 한꺼번에 지급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33곳의 버스회사는 사주들에게 283억 원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0억 원이 넘는 운송수지 적자를 낸 한 버스회사는 서울시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받아 약 2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순익의 두 배가 넘는 46억1546만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도 드러났다. 이 회사의 경우 사주가 주식 전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달 16일 국회 교통위원회 송언석 의원은 이 같은 사태에 “현재의 버스준공영제는 구조적으로 사주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준공영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주들이 시민들의 혈세로 수백억 원씩 연봉을 챙기는 동안 지난해 64개 버스회사 직원들은 인건비를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 추승우 의원은 서울시 도시교통실 행정사무감사에서 “과거 2015년 표준운송원가의 임원인건비가 석연치 않게 과도히 증액됐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15년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면서 정비직과 사무관리직 인건비를 각각 4.4%와 4.5%를 삭감했고 그에 따라 버스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비직과 사무관리직 직원들은 각각 16억6500만 원, 21억6500만 원 등 총 38억3100만 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덜 받게 됐다. 65개 버스회사의 직원들 평균 연봉은 약 4400만 원이며 운전기사의 경우 5045만 원, 정비사는 4523만 원, 사무 관리직은 3629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회계감사공영제 도입

이에 서울시는 지난 6일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악습을 끊어내기로 했다. 모든 시내버스 회사에 단일 통합회계시스템과 회계감사를 위한 외부감사인을 서울시가 직접 지정하는 ‘외부회계감사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날 열린 제290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도시교통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정진철 의원은 “서울버스 임원은 수억 원의 고액연봉을 받는데 반해 정비직 종사자는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내버스 회사에 단일 통합회계전산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고 회계감사를 위한 외부감사인을 서울시가 직접 지정해 방만경영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황보연 도시교통실장은 “전적으로 공감하며 개선방안을 조속히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운전기사 A씨는 이 같은 소식에 “시간 지나면 또 잊힐 것이다.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인데 이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것이 ‘보여주기 식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의 방침에 탐탁지 않아 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빠르면 내년에 ‘외부회계감사공영제’를 도입할 계획이다”라며 “준공영제 시내버스 업체들의 경우 사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관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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