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했다. ‘조국 논란에서 벗어난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조 전 장관 임명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한때 반짝 상승에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이내 거품처럼 사라졌다.

사실 한국당의 하락은 예견된 일이다. 조국 논란 때문에 하락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주로 2040이다. 2040은 여전히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다. 조 전 장관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 철회는 아니다. 잠시 유보 했을 뿐이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자 원래 제 자리로 복귀한 것이다.

조국 논란으로 인한 피해는 한국당이 더 크다. 잠시 상승했던 지지율은 주로 보수층 결집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를 지지율 상승으로 착각하고 오만하게 굴었다. 조 전 장관 낙마 표창장, ‘갑질 의혹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은 큰 역풍을 불렀다. 한국당은 조국 논란을 너무 즐긴 나머지 쇄신과 성찰의 시간만 낭비했을 뿐이다.

보수 공멸 위기감이 커지자 보수 언론들이 들고 일어났다. 최근 12주일간 혁신도, 감동도 없다며 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어느 칼럼에선 한국당이 잘한 게 하나라도 있냐고 묻기도 했다. 안팎의 들끓는 비판에 황교안 대표는 7일 긴급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황 대표는 바른미래 유승민 변혁 대표, 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에 보수통합을 제안했다. 한국당 간판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통합 이후 황 대표 본인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 제안은 탄핵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으로 우기자는 것과 진배없다.

국민이 한국당을 메신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국정농단 방조 책임과 탄핵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수감생활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일각에선 탄핵에 동의하지 못한다. 동정론도 폭넓게 퍼져 있다. 그러나 탄핵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는 한 한국당은 국민에게 메신저로 대접받을 수 없다. 집권도 불가능하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 제안이 공허한 이유다.

유 대표는 차라리 결기라도 있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 제안에 유 대표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탄핵 입장정리, 개혁 보수, 한국당 해체와 재창당이다. 유 대표의 제안이 모두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총선 승리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다만 보수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맞서려면 세 가지는 필요조건이다.

보수는 지난 3년간 탄핵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한 채 팽팽히 맞섰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저마다 탄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탄핵 입장정리는 되레 어려워지고 있다. 두루뭉술 넘어가는 것은 손쉬운 결정이다. 황 대표도 이런 입장에 가깝다.

선거의 제1요소는 민심이다. 민심을 얻을 때 승리도 가능하다. 보수통합은 일관되게 민심을 얻는 과정이어야 시너지가 발생한다. 아무리 덩치를 키워도 민심과 배치된다면 그것은 봉합일 뿐이다. 손쉬운 봉합은 예정된 패배만 부를 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