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홍준표, 한국당 향해 연일 초강수 두는 배경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한국당을 향해 연일 쓴소리를 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정치 초년생’이라고 표현하는 등 잇따른 강경 발언을 통해 한국당에 쇄신을 요구하는 동시에 현 국내 정세를 비판하며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대표의 강경 발언 배경에 한국당 내에서 인적 쇄신 요구와 함께 불거진 ‘다선·중진의원 험지 출마론’, ‘중진의원 용퇴론’ 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 전 대표는 21대 총선 출마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뉴시스]

-洪 ‘마이웨이’ 선언…무주공산 창녕 출마 가능성↑
-“黃 보수 대통합은 ‘TK 통합’에 불과…색소폰은 총선 이기고 불어라”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웅크리고 있던 정치권 인사들이 기지개를 켜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서고 있다. 이 가운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한국당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정조준하는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당 쇄신론이 대두되면서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다선·중진 의원 험지 및 수도권 출마론’, ‘중진 의원 용퇴론’ 등이 거론되는 형국이다.

한국당 초선의원들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진의원들을 향해 ‘수도권 출마’를 촉구하는 직접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황교안 대표의 보수대통합에 적극 지지를 표명한다”며 “그 흐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누군가의 헌신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지전에서 승리가 아닌 당과 국가를 구하는 수도권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승전보를 전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洪, 수도권 나가야” vs 洪 “나는 내 정치 하겠다”

홍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뜨내기 보따리상(김병준 전 혁신위원장 지칭)과 함께 엮어서 내게 요구하지 마라”며 “니들은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못 된다”고 일갈했다. 이어 “내가 당을 위해 할 일은 내가 알아서 잘 할 테니 너희들이나 잘 해라”라고 거칠게 덧붙이며 수도권 출마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여론이 가시화되기 전부터 그는 물밑서 일렁이던 수도권 출마 권유 여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지금의 야당에서는 총선까지 내 역할은 전혀 없고 할 생각도 없다”며 “내게 이 당을 위해 어디에 출마하라는 말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마라”라고 험지 출마론에 대해 일축했다.

앞서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원장의 ‘수도권 출마 권유’ 발언이 있던 지난 4일에도 그는 “거듭 말하지만 총선 때까지 이 당에서 내 역할은 없고 또다시 이용만 당하는 그런 역할을 할 생각도 전혀 없다”며 “나는 내년 총선까지 내 선거만 할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하며 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 노선을 가겠단 의사를 내비쳤다.

신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홍 전 대표, 김병준 전 혁신위원장, 김태호 전 한국당 최고위원 등에 관해 “정치에 상당히 비중 있는 이들인데 당이 어려울 때 영남권에서 좋은 자리 차지하려는 것 같은 모습에 ‘보수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질 판에 각자 국회의원이 되면 뭐 하느냐’고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와 더불어 “수도권이 지금 굉장히 어렵다”며 “훌륭하고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비중 있는 분들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서 희생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전 대표의 ‘내 선거’ 발언에 관해 한 측근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영논리나 진영 입장에 선 당략적인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에 들어가겠다는 뜻”이라며 “기존에 가졌던 집단 논리가 온당치 않음에도 무비판적으로 시대 흐름에 영합해 쫓아가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이 이 시대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즉, ‘험지 출마론’ 등 당내 분위기와 무관하게 본인이 줄곧 지녀 온 소신을 전한 것뿐이라는 견해다. 

“요즘 ‘고향만리’ 즐겨들어”…창녕 출마 기정사실화?

그러나 정치권에서 홍 전 대표의 발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와 다르다. 사실상 홍 전 대표가 험지 출마론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경남 지역 ‘출마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대다수다.

현재 홍 전 대표의 총선 출마 예상지로 알려진 곳은 고향인 경남 창녕(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이다. 아울러 그는 2012년 보궐선거에서 경남도지사로 선출돼 이후 2014년에도 재선을 지낸 전력이 있다.

당초 홍 전 대표가 출마할 것으로 여겨지는 지역으로는 3선을 지낸 동대문을 등이 언급됐으나 최근 그가 창녕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며 이곳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추세다.

홍 전 대표는 지난 4일 창녕에서 열린 ‘창녕·합천보 해체 저지 범국민투쟁대회’에 참석해 “4대강 보 만들 때 창녕 출신으로 2개 보에 창녕 이름을 넣었다”며 자신이 이곳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좌파들이 또 이기게 되면 4대강 보 철거는 무조건 추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 철거 반대 운동이 정말 난관에 봉착한다”며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하러 왔느냐. 내년 선거 한번 잘 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여 지지층을 끌어 모았다.

이 밖에도 그는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요즘 듣는 음악이 현인의 ‘고향만리’”라며 “마지막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정치를 해 보려 한다”고 밝혀 창녕 출마 타진설에 무게가 실렸다.

현재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구 의원은 엄용수 한국당 의원이다. 하지만 엄 의원이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 받아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이 지역은 ‘무주공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엄 의원은 20대 총선에 앞선 지난 2016년 4월2일 함안 선거사무소 총책 A씨에게 선거 자금을 요구해 불법 선거자금 2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7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했고, 2심은 엄 의원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엄 의원은 상고심 재판 과정 중이다. 이달 15일 열리는 상고심 선고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다만 홍 전 대표는 ‘창녕 출마론’ 관련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범국민투쟁대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에서 창녕 출마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냐’는 물음에는 즉답을 피하거나 “(출마는) 내년 1월에 결정한다”라고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참석 취지에 관해 그는 “이재오 장관에게 전화가 와, ‘고향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데, 대선 지난 뒤에는 고향에 한 번도 안 내려오느냐’고 해서 온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교안 저격수’로 존재감↑…洪키즈 ‘송파을’ 교체론 솔솔

홍 전 대표는 21대 총선 출마를 두고 “나머지 내 인생을 걸고 하는 마지막 정치”라며 절치부심의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다음 대권까지 염두에 둔 그에게는 내년 총선이 ‘마지막 승부수’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홍 전 대표가 최근 ‘황교안 저격수’로 나선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황 대표는 지난 8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의 대표인 유승민 의원과 전날 나눈 통화 내용에 관해 “(보수대통합 관련해) 지금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다”라고 보수 대통합의 청신호를 밝혔다.

황 대표는 이전부터 한국당 중심의 보수 대통합이라는 의제를 정치권으로 견인해 왔으나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수 대통합’ 애드벌룬을 확실히 띄웠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구민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이런 나라를 위해 총선 승리가 필요하다. 자유우파의 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통합 논의를 더 늦출 수 없다”면서 “그동안 물밑에서 하던 논의를 본격화하고 과정마다 국민 뜻을 받들어 반영하겠다. 이를 위해 당내 통합 논의기를 설치하겠다”고 보수 대통합 의지를 다졌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황 대표가 추진하는 보수 대통합은 자세히 살펴보면 TK(대구·경북)통합에 불과하다”며 “현 시점에서 논의돼야 할 통합은 국민대통합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황 대표를 위시한 한국당 지도부를 향해 따끔한 질책을 서슴지 않고 있다. 

황 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공관병 갑질’ 논란에 따른 영입 무산,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TF 소속 의원 표창장 수여’ 등 여러 논란이 도마에 오르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 지도부 체제 아래서 내년 총선을 대비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 전 대표는 이러한 배경에서 당 지도부를 채찍질하며 압박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당 의원 절반의 정치 생명이 걸린 패스트트랙 수사에 대해 무대책인 당 지도부를 개탄한다”고 직설적으로 밝혔다.

아울러 “(황교안) 당대표는 ‘내 목을 쳐라’라고 호기롭게 기자회견하고 출석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 당 의원들은 불기소해 달라’고 하지는 않고 출석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어설픈 개그쇼를 했다”며 “의원들 모두를 끌고 들어가는 동귀어진(同歸於盡·함께 죽을 생각으로 상대에게 덤벼들거나 또는 상대와 함께 죽는 일)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지도부가 할 일이냐”고 반문했다.

황 대표가 지난 1일 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게재된 ‘오늘, 황교안입니다’라는 영상에서 색소폰 연주를 선보인 것을 두고 홍 전 대표는 이튿날인 2일 “색소폰은 총선 이기고 난 뒤 마음껏 불라”며 “여태 황 대표에게 직접적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최근 헛발질이 계속돼 답답한 마음에 오늘 처음으로 포스팅한다. 새겨들으라”고 당부했다.

한편 홍 전 대표가 ‘황교안 저격수’로 보수 진영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입지를 넓혀 가는 반면, ‘홍준표 키즈’로 거론되는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의 지역구에서는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배 위원장은 지난해 6월13일 재보궐 선거에서 송파을에 출마해 29.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지역구 자리를 내줬다. 그는 고배를 마신 이후로도 꾸준히 지역에서 활동하며 표밭을 다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해당 지역구에 석동현 변호사의 출마론이 피어오르고 있다. 석 변호사의 부인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갑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영아 명지대 교수다. 

석 변호사는 내년 총선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인 해운대갑에 출마하겠단 의지를 피력한 바 있지만, 그의 배경과 연관 지어 ‘송파에 내보내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석 변호사는 “내가 송파에 연고가 있어 지역에서 이런저런 권유를 많이 받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나는 해운대갑에 출마할 생각”이라고 ‘송파 출마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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