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학적인 글을 올렸다. 그는 “나라다운 나라에 우리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라다운 나라에 도달하지 못한 주요 원인들 중 하나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아직 나오지 못한 데 있다. 1948년 건국 이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으로 추앙받지 못한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의 제도적 초석을 닦았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처럼 국부로 추모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우의(牛意)·마의(馬意) 관제시위를 동원하며 3선 개헌 등 장기 독재로 빠졌고 결국 4.19 학생 데모로 쫓겨났다. 워싱턴 대통령이 취임했던 1789년 당시 모든 나라들은 종신 왕권제 였다. 그때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임기 제한도 없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종신 대통령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워싱턴은 8년 중임으로 물러섰다. 이승만도 중임으로 끝마쳤더라면 국부로만 숭배될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도 8년 중임으로 그쳤더라면 산업발전의 기반을 세운 산업의 아버지로만 추앙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유신 독재 흠결을 남겼고 시해당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7년 단임으로 퇴임, 장기집권의 악순환 고리를 끊었다. 하지만 신군부 독재와 4000여억 원에 달하는 불법정치자금으로 감옥에 갔다.

노태우 대통령은 물 대통령으로 풍자되며 우유부단했고 4000여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쇠고랑을 찼다.

김영삼 대통령은 왕년의 민주투사답게 자유화에 기여했고 금융실명제 등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둘째 아들 현철 씨가 소통령으로 행세하며 무소불위로 날뛰는 등 국정을 문란케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씨 같았다.

결국 현철 씨도 감옥에 갔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는 등 업적도 세웠다. 하지만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하기 위해 현금 4억5000만 달러와 물품 5000만 달럭어치를 뇌물로 찔러줬고 김에게 내내 굴종적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대한민국을 북한에 바치려 한다는 저항에 부딪혔다. 그의 아들 셋 모두는 비리로 쇠고랑을 찼다. 노무현 대통령도 김정일에게 퍼주고 비위 맞춰주며 끌려다녔다. 그는 불법 돈 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자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보수를 표방하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중도를 내세우는 등 정치적 소신과 신의를 저버렸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대통령의 형(兄)을 통하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의 권력형 비리로 오랏줄에 묶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자금 횡령과 삼성 등에서 뇌물을 챙긴 죄로 감옥에 갇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 당해 투옥됐다.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처럼 북한 독재자에게 굴종적이며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으로 훼자된다. 좌편향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으로 경제를 외환위기 이후 최악상태로 빠져들게 했다.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수십만 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집결해 ‘문재인 탄핵’을 절규했다. 그는 말로는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실제로는 ‘적폐 청산’ 구호 아래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감옥으로 쳐냈다.

또 ‘공정’ ‘정의’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공언했으면서도 불공정과 파렴치 인간으로 지목된 사람을 법무장관에 임명하고 비호하는 등 소통 없는 불통의 대통령으로 간주된다. 문 대통령도 ‘대통령다운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다. ‘나라다운 나라’에 도달하지 못한 불행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아직 나오지 못한 탓이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등장할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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