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국회의원 K씨가 “(아나운서 지위를 유지하거나 승진하기 위하여)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라는 등의 말을 함으로써 여자아나운서협회 등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한 사례가 있었다. 그 판결은 1,2심은 유죄가 선고되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된 바 있다. 그러면 이러한 집단 전체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하는 경우 어느 경우에도 다 무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단적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경우 모두 다 무죄는 아니다. 법원의 판례들을 살펴보면 집단적 명예훼손 등의 죄가 성립하려면 그 집단의 규모가 어느 정도의 범위로 특정되어야 한다.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야 하지만, 그 특정에 있어서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그 표시가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본다. 

아울러 직업, 학력, 지연, 출신 등에서 유래하는 공통성을 가지는 사람들의 집단에 대하여 그 집단에 속하는 일부 구성원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는 명예훼손 사실이 보도된 경우 그 보도로 인하여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 개개인 모두에 대하여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는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의 수(집단의 크기), 그 집단을 다른 집단이나 단체와 구별하게 하는 구성원들 사이의 공통 요소, 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즉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구성원 수가 적거나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집단의 크기, 집단의 성격과 집단 내에서의 피해자의 지위 등을 들 수 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 

예컨대 A법원의 판사들, B경찰서 경찰관, 모든 국회의원 등의 경우 구성원의 수가 수백 명 이내로 특정될 수 있으므로 모욕이나 명예훼손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학자, 경찰관, 여자 또는 기업가” 등과 같은 포괄적 명칭의 경우 집단 내 개별 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 사례로 “학교 교사 66명 중 37명이 소속하고 있는 ‘3.19동지회 소속 교사들이 학생들을 선동하여 무단 하교하게 하였다”라고 적시한 때에는 그 개별 구성원 모두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대법원 2000. 10.10. 선고 99도 5407판결). 하지만 “서울시민, 경기도민”등의 막연한 표현은 명예훼손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사례에서 국회의원 K씨가 “A방송국의 아나운서”라고 특정했다면 모욕죄가 성립되었을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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