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형평성을 잃고 있다”. 제주지역 5선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현경대 의원의 지적이다. 한나라당 최고 의결기구인 ‘상임운영위원’이기도 한 현 의원(전당대회 의장)은 “한나라당이 현재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곧 수습될 것이다. 또 당원들이 단합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현 의원은 현재 <평화문제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하며 ‘통일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의 정치현안과 통일문제 등에 대해 현 의원의 생각을 들어봤다.검사출신인 현경대 의원은 “최근 정치권이 정치자금 문제로 국민들께 큰 실망을 끼쳐 드려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해 현 의원은 “총선과 맞물리면서, 검찰 수사가 야당만 표적으로 삼아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최근 한나라당 내홍이 심한데.▲당내 갈등의 본질은 따로 있다. 여권이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한나라당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지도를 떨어뜨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원내 제 1당이 되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도 노무현 캠프에서는 ‘김대업씨의 병역비리 은폐 주장’, ‘이회창후보 20만달러 수수설’, ‘한인옥 여사의 기양건설 20억 수수설’등 각종 유언비어를 퍼뜨려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를 음해하려했다. 대선 후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 아님이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 당시 이런 음해로 이회창 후보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나. 이번에도 여권이 ‘총선 올인’전략으로 한나라당을 와해시키기 위해,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 하지만 ‘최병렬 총선 불출마론’이 제기되는 등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어느 당이든 지역간·세대간 견해차가 있기 마련이다. 조만간 당내 갈등에 대한 수습책이 마련될 것이다.

-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당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개혁 방향은 무엇인가.▲대선 패배 후, 한나라당은 ‘제왕적 총재체제’혁파, ‘모든 공직 후보에 대한 국민참여 경선’ ‘상향식 공천’등 당내 개혁의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제기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대로 집행한다면, 자연히 한나라당의 개혁이 이뤄질 것이다.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현재 당헌·당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 한나라당의 총선 전략과 승산은.▲현재 정부가 검찰 수사 등을 악용,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는 ‘참여정부의 중간평가’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1년간의 실정에 대해 비판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

- 참여정부 1년을 평가한다면.▲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켜본 국민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 최근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견해는.▲이번 검찰의 수사는 ‘야당 죽이기’의 일환이다. 검찰이 야당만을 표적으로 삼아 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 속성상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없다. 또 여권과 노무현 캠프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쪽도 ‘권력’앞에서 숨죽일 수밖에 없다. 감히 ‘권력자’가 버티고 있는데 ‘불법자금을 제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얘긴가▲당연하다. 대통령 측근 비리의 경우,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 현재 안희정·최도술씨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다. 수사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난 ‘측근 비리’만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삼성 등 4대그룹을 통해 한나라당이 받은 자금은 772억원에 이르지만, 노캠프측에는 0원이다. 누가 믿겠나. 대선 초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가 앞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일화 이후 노무현 후보가 줄곧 선두를 달렸다. 당연히 기업들이 노 캠프 쪽에 자금을 제공했을 것이다.

- 최근 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평화문제연구소가 창립 한지 20년이 됐다. 연구소의 성격은.▲평화문제연구소는 ‘통일·북한문제에 대해 실사구시에 입각한 다양한 연구와 홍보활동을 통해 한반도 통일전망을 구체화하고, 국내외 기관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사업의 효과를 증대시킴으로써 동북아 및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자 1983년에 설립된 단체다.

- 연구소의 회원은.▲회원은 ‘조국의 평화통일 실현에 적극 기여하고자 하는 학계 언론계 전문 연구기관 등에 재직하고 있는 개인 및 이에 부합하는 인사 및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이홍구 전국무총리, 홍성철 전통일부장관, 문정수 전부산시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해외동포까지 합치면 회원만 4,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 연구소 활동은.▲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세미나를 매년 6회 이상 개최하고 있고, 통일독일의 현장 연수 등을 통해 통일한국을 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 20주년을 맞아 남북 최초 출판공동사업으로 ‘조선향토대백과’를 출간했다. ‘조선향토대백과’는 평화문제연구소와 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공동으로 편찬한 것으로, 남북간의 민족동질성 회복과 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기본 토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 연구소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탈북동포돕기, 북한동포돕기, 재외동포사업 등을 꾸준히 실시할 계획이다.

- 화제를 바꿔서, 지역구인 제주도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돼,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서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아직도 제주도 지역경제가 침체돼 있다. 제주도는 그간 ‘감귤’· ‘관광’등의 사업비중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이제 달라져야 한다. 21세기 새로운 ‘제주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청정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을 생명과학 등 기술산업과 연계시켜 제주의 농업과 어업의 소득이 증대돼야 한다. 또 수상레저산업 등도 진흥돼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정치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바른 길을 걷는 정치인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최근 ‘개혁’이 전부인양, 사회 전반에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외면한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 사회·국가의 발전 없이는 개인의 발전도 없다. 국민 개개인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이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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