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상 민주당 의원의 문집이 발간됐다. 주요내용은 노동계, 정계, 학계 등 각계인사 40명이 들려주는 전 한국노총 위원장인 박의원에 대한 술회. ‘영원한 위원장’이라는 제목 역시 독특하다. 하지만 이 문집의 제목이 결정되고 난 뒤 벌어진 몇 가지 정치적 사건 때문에 문집발간위원회는 물론이거니와 박의원 역시 골치를 앓았다는 후문이다. 그 이유는 뭘까. ‘박인상 문집 발간위원회(위원장 조평래)’는 이 문집의 제목을 <영원한 위원장>으로 결정하게 된 배경은 지난 2002년 10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있은 박인상 의원 후원회라고 설명했다.

당시 방명록 대신 행사장 한켠에 만들어 놓은 ‘나도 한마디’코너는 참석자들의 애교섞인 덕담들로 넘쳤다고 한다. 그리고 행사가 끝났을 때, 그 안에 무언가 통일된 이미지로서의 ‘박인상’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영원한 노동자’, ‘영원한 두목’, ‘노동의 총대빵’, ‘영원한 노동자의 버팀목’ 등이 그것이다.그 가운데 문집발간위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쓴 ‘영원한 위원장’.문집발간위원회 한 관계자는 “당시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노 대통령이 ‘나도 한마디’ 코너에 썼던 ‘영원한 위원장’이 가장 박의원을 잘 표현한 문구라고 생각해 문집의 제목으로 결정하게 됐었다”며 “당시 노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통령이 지어준 제목이라는 것을 강조할 수도 있는 등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대선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당되고,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는 등 예상밖의 정치적 사건들로 인해 ‘영원한 위원장’이라는 이 문집의 제목은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한때나마 같은 정당에 적을 뒀던 노 대통령이지만, 결국 등을 돌려버린 상황인데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과 명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당내 분위기상 ‘문집 제목을 대통령이 지어줬다’고 홍보하기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하지만 끝내 문집의 제목은 ‘영원한 위원장’으로 결정됐다. 그 문구만큼 박의원과 ‘딱’ 어울리는 것이 없었다는 설명이다.하지만 발간된 문집의 표제이야기에는 노 대통령이 썼다는 글귀 이외에 여러명의 ‘필적’이 함께 들어갔고, 노 대통령의 서명은 반쯤 지워졌다. ‘어수선한 주변환경’을 감안한 ‘눈가림’인 것이다.이에 대해 문집발간위원회 관계자는 “사실 이름을 살짝 지우긴 했지만 누구나 알아볼 것”이라며 “다만 어수선한 주변상황을 감안, 그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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