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한 짝의 구두가 국회의장석을 향해 날아들었다. 경호요원에 둘러싸인 박관용 국회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관련 “투표 195명 중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는 선포가 있은 직후였다. 이어 행위예술을 하듯 온 몸을 뻗으며, 날아드는 구두를 막아선 경호요원들과‘구두 한 짝’이 무서워 잔뜩 웅크린 채 몸을 피했던 박관용 국회의장이 카메라에 잡혔다. 아마도 이들 모두, 그때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구두 한 짝’은 용케 피할 수 있었지만, 국회 밖에서 그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날아드는 국민들의 비난여론은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그리고 이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가, 국민들의 예상 밖 반응에 ‘의아’해 하고 있는 민주당·한나라당 역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표결 전 국회의사당 밖으로 끌어낸 것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 그리고 ‘민주주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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