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의 허점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중국에서 입국한 원정 사기도박단에게 17억원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는가하면, 내부에서 ‘게임용’ 카드가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강원랜드는 특히, 사기도박단이 원금 상환을 합의함에 따라 경찰 고소를 취소했으며 문화관광부에도 구두로 보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홍보팀을 비롯한 관계자들도 잘못된 해명을 하는 등 ‘쉬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부 카지노 전문가들은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에 설치된 감시·감독(서베일런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여부에 의문을 던졌다. 강원랜드는 뒤늦게 ‘전자슈’라는 첨단 장비를 도입해 설치했다. 또, 서베일런스 전문 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일련의 사건과 관련, 지난 3월 28일 강원랜드 대표로 취임한 조기송 사장의 해법이 주목된다. 조 사장은 조순 전부총리의 장남이다.




강원랜드(사장 조기송)에서 중국인 사기도박단 일당이 ‘블랙잭’ 등 게임을 통해 17억원을 편취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또, 강원랜드가 주문제작 형태로 철저하게 관리해온 게임용 카드가 외부로 유출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부기관이 출자(51%)한 강원랜드가 직원 수만 4,000여명이 넘을 정도로 비대해진 반면 내부 관리 측면에선 여전히 치명적 허점을 지니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내 유일의 내·외국인 카지노가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팽배하다.

사기도박 기술에 물먹은 시스템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4~5일, 사기도박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인 8명이 입국해 감시·감독(일명 서베일런스) 시스템이 미흡한 강원랜드에서 십수억원을 따내면서 불거졌다. 문화관광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중국인 사기도박단은 게임 자금으로 3억원 가량을 가지고 입국한 뒤, 강원랜드에서 게임용 ‘칩’으로 교환했다. 이들은 ‘블랙잭’ 등 게임을 하면서 서로 카드를 ‘바꿔치기’하거나 점퍼의 옷소매를 통해 카드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기도박을 강행했다.

‘블랙잭’ 게임은 딜러로부터 2장의 카드를 받고, 이것의 합계가 21점에 가까워지도록 카드를 바꾸면서 가장 점수가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당일 서베일런스에 녹화된 게임 장면에는 이들이 사기를 치는 순간을 포착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선보였다. 이렇게 해서 모두 17억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넣었다. 정선경찰서 강력계 김석우 팀장은 “10월 5일 아침 강원랜드에서 사건 신고가 접수됐다”며 “중국 사기꾼들의 카드 바꿔치기가 총알보다 빨라 느린 화면으로 봐도 육안 식별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 2003년 19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설치한 서베일런스 시스템을 통해서도 사기도박을 적시에 적발해 내지 못했다는데 있다. 서베일런스 시스템과 이를 관리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강원랜드 서울사무소 이민재 팀장은 “시스템과 모니터 요원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전문인력이 다소 부족했던 부분”이라며 “지금은 인원을 보강하고 시스템을 업데이트 했다”고 해명했다.

이 팀장은 또, “이번 사건은 손님들끼리 카드를 바꿔치기 한 경우로, 중국인들이 순순히 금액을 돌려주고 해서 합의 후 사건을 종결지었다”고 전했다. 통상 카지노 업계에선 회사가 수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았을 경우, ‘겜블러(고객)’의 행태를 집중 감시해 사기 여부를 점검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이에 대한 초동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는 새벽에 사건이 벌어졌지만 아침에서야 비로소 경찰에 신고를 했다.

또, 20억원이 넘는 전체 ‘칩’ 중에서 1억원 가량은 이미 환전된 상태였다. 강원랜드는 사기도박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 사건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강원랜드 홍보팀 김현종 대리는 “가장 중요한 피해금액을 전액 환수했기 때문에 합의 후 고소를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인 사기도박단을 고소한 강원랜드가 ‘증거불충분’ 등의 사유로 합의 직후 고소를 취소했다.

강원랜드는 당시 사기도박단이 게임을 한 녹화테이프 분석을 위해 미국과 국내 전문가에 의뢰하는 수고로움을 거쳐 단서를 잡고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뒤, 8명의 사기도박단은 ‘유유히’ 본국으로 빠져나갔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측은 취재진의 확인요청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내부 카드 유출자 있나

카지노 경영 전문가 A씨는 “사기도박과 관련해서 강원랜드 관계자가 내게 자문을 구해와 사기수법을 확인해 준 바 있다”며 “최고의 시설을 갖췄다고 자랑하지만, 국내 카지노 경영이 미국 라스베이가스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강원랜드는 이번 사건을 감독 기관인 문화관광부에 ‘구두’로 보고하는데 그쳐 사후 처리에도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홍보팀 직원들은 문광부에 보고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문광부 관광산업과 서영길 서기관은 “지난해 강원랜드로부터 중국인 사기도박 사건이 벌어져 피해금액을 전액 환수했다는 구두보고를 받았다”며 “강원랜드에서 중요 사안이 발생하면 우리에게 보고를 하게끔 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광부는 구두 보고를 받은 뒤, 중국 사기도박단 명단을 ‘카지노협회’에 보내 동일 범죄 발생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혀왔다. 강원랜드가 고소를 취소하긴 했지만, 내부 ‘집안단속(?)’에는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인력보강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전자슈’라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해 사기도박 근절 조치를 강화했다.

전자슈는 카드에 새겨진 고유 인식코드를 사전에 읽어냄으로써 카드 바꿔치기는 물론 외부 카드 유입을 식별해내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선 카지노 영업 ‘노하우’가 부족한 틈을 이용해 외국인 사기도박단이 한국으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실제로 ‘문단속’에 심혈을 기울인 강원랜드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3월 말에도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사기도박 사건이 벌어져 겜블러를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경찰에 따르면 4월 6일 강원랜드에서 수천만원대 사기도박 사건이 발생, 사측이 고객을 고소한 사건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이들이 사용한 게임용 카드 중 1장이 강원랜드 전용카드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적이다. 이 카드는 이미 교체된 카드로, 내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원랜드를 비롯한 대다수 카지노는 통상 3개월을 주기로 전체 카드를 일괄 교체해 보안을 유지한다.

카지노 전문가 A씨는 “내부 카드가 유출됐다는 것은 카지노 보안시스템의 결정적 결함이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원랜드 홍보팀은 이와 관련, 해명을 기피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면서 “하지만 이 사안은 ‘카드’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홍보팀 관계자가 부인한 ‘카드’ 관련 사안 여부는 취재진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잘못된 해명’으로 드러났다.

고소인 조사를 맡았던 정선서 담당 C씨는 “고소 내용에 카드 한 장이 강원랜드 게 아니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국내 고객이 이를 이용해 게임에서 수천만원을 딴 사건”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교체되기 전 카드는 일괄 폐기처분하게끔 돼 있지만, 일부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부 직원이 제 3자에게 카드를 빼돌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원랜드측은 내부 조사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확인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이 사건은 지난 4월 18일 피고소인의 거주지역인 서울 광진경찰서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사기도박 사건으로 강원랜드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홍보팀 관계자들은 취재진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쉬쉬’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확인 후 해명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등 ‘난맥상’이 노정됐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 보좌관은 “강원랜드는 정부가 출자한 국정감사 대상 기관”이라며 “사기도박 사건은 철저하게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당선자 초청 만찬

정선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난 강원랜드 김종후 전무는 “직원이 4,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는 커졌지만, 우린 아직 완벽하지 못한 ‘미숙아’다”면서 “빨리 성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며 에둘러 해명했다.김 전무는 또, “노조문제, 내부파벌 등의 문제도 차차 안정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했다. 한편, 강원랜드는 최근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영월, 정선, 태백 당선자들을 순차적으로 초청해 축하 만찬을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선경찰서 김석우 강력범죄수사팀장 인터뷰“바꿔치기 수법이 총알보다 빨랐다”

- 지난해 중국 사기도박단 사건은 어떻게 처리됐나.
▲ 작년 10월로 기억하는데, 강원랜드에서 중국인 8명이 카드 바꿔치기 수법으로 17억원을 땄다. 새벽에 사건이 벌어졌고, 아침에 강원랜드에서 신고를 한 것으로 안다. 사건 발생 후 1억원은 이미 환전됐고 나머지는 지급이 정지됐다고 알려왔다. 강원랜드에서 17억원을 모두 돌려받고 합의한 것으로 안다. 고소 후 얼마 뒤 찾아와 취소했다. 증거불충분 등으로 처리됐다.

- 증거 제시를 못한 이유는.
▲ 구체적인 속사정은 잘 모른다. 다만 영상으로 찍었는데 워낙 사기꾼들의 기술이 좋아서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웠다. 모니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카드가 3장으로 늘어났다가 2장으로 바뀌는 현장이 잡혔는데, ‘캡처’를 뜨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어쨌든 그 달(10월)에 사건이 종료됐다. 강원랜드가 고소를 취소했기 때문에 우리도 거기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 이들의 사기수법을 설명해 달라.
▲ 중국인들이 게임장에 둘러앉아서 일부가 점퍼 옷소매 등을 통해 카드를 바꾼 것 같더라. 녹화된 테이프에서도 옷소매가 움직이는 게 보였던 것으로 안다. 워낙에 빨라서 ‘총알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한 때 중국인들은 ‘정상적인 게임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강원랜드와 관련된 사건·사고는 얼마나 되나.
▲ 강원랜드 개장 이후 사건·사고가 늘어 어려운 점이 많다. 사채, 카드깡, 전당포 관련 사건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강원랜드가 지역발전 등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두운 측면도 상당하다.- 강원랜드에서 사기도박과 관련된 사안이 자주 발생하는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최근에 고소사건이 하나 접수된 부분은 이미 서울로 이첩돼 우리 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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