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진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구체적으로 편파방송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잔꾀 등 외부적인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한나라당 자신의 문제 때문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외부의 요인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한나라당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차떼기로 대표되는 부패 이미지입니다. 물론 불법 대선 자금은 비단 한나라당 만의 문제를 뛰어넘는 한국 정치 전반의 문제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과거의 관행을 뛰어넘지 못하고 부패에 물든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또 하나는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했음에도 과거와 단절하지 못한, 기득권에 집착하는 수구 이미지입니다. 말만 앞서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한줌도 안 되는 기득권에 연연했습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치, 친노 세력들의 선동정치 역시 영향을 주었지만 모든 것은 저희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내 탓이오’를 외치는 심정으로 부패와 수구의 역사를 과감히 단절하겠습니다.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국민을 위한 정치에만 매진하겠습니다. 아직까지 한나라당에 대한 노여움이 남아 있겠지만 저희의 노력을 지켜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천막당사’의 정신을 유지할 생각이십니까? ▲저희가 8년 간 사용하던 당사를 버리고 여의도 공터에 천막당사를 마련한 것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결코 아닙니다. 천막당사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정당,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실천하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국민들과의 작은 약속입니다. 낮은 곳에서 뼈를 깎는 자성의 시간을 보내겠다는 작은 실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당은 사회 각 분야에 훌륭한 개혁 프로그램들을 제시했지만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말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모면하기에 급급했을 뿐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했고, 당사 역시 매각 작업 중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부패정당으로서의 우리의 잘못을 용서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반성하고 그 반성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언젠가는 국민들이 분노를 풀고 거두어간 신뢰를 다시 보내주시리라고 굳게 믿습니다.천막당사의 정신은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때까지, 한국 정치가 혁명적으로 개혁될 때까지, 그리고 한나라당의 간판을 내리는 그 순간까지 영원할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철회 의향은 없습니까? ▲탄핵과 관련된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과연 너희들이 대통령을 탄핵할 자격이 있느냐’고 말씀하십니다.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탄핵의 이유나 과정에 대해서는 일일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차분히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찬성이든 반대이든 그 결과에 승복하면 됩니다. 절차에 의해 결정된 것은 절차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기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대통령은 누구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든 간에 당선된 이후에는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모든 국민들을 끌어안겠다는 생각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노무현 대통령은 화해와 통합보다는 분열과 대립을 선택했습니다. 국론을 분열시켰고 긍정보다는 부정, 화합보다는 대립을 초래했습니다. 이것이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법을 무시하고, 측근 비리를 모른 척하고, 경제 파탄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오기의 정치로 탄핵까지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안타까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노 대통령이 나라를 힘들게 했다는 점만큼은 대부분의 국민들 역시 인정할 것입니다.

-대구 지역에서 ‘박근혜 바람’ ‘한나라당 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것이 한나라당 전체의 부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탄핵가결 당시보다 조금 나아졌다고 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자기 반성하는 모습과, 거대여당의 출현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움이 좀 될 수는 있겠지요. 다만 특정 지역에 기대는 식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달라진 한나라당은 지역정당의 모습을 과감히 탈피했다고 자부합니다.

-대표님의 취임이 남성 중심의 정치판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리고 여성 대통령의 가능성은 언제쯤이나 이루어질 것인지 그 전망을 밝혀주십시오.▲여성이 대표가 될 수 있을 만큼 한나라당이 변했고, 우리 정치가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싸움만 하는 이전투구의 모습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싸움에만 열중하다보면 국민은 간데 없고, 민생은 사라지게 됩니다. 아마 여성들의 정치 진출 확대는 이러한 반목의 정치를 상생의 정치로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우리 정치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그런 정치가 아닌, 진정 달라진 정치를 펼친다면 국민들의 평가와 기대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냉정하게 밝혀주십시오.▲그 시절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있습니다. 잘한 부분은 계승하고, 잘못한 부분은 과감히 고쳐나가야 합니다. 저는 확고한 국가관과 사심없이 정치에 임하는 점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진 만큼 하는 일은 다릅니다. 우리 시대에는 우리 시대의 몫이 있고, 저는 주어진 책무를 다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할 따름입니다.

-한나라당이 부활하기 위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내 개혁의 그림은 무엇이며 그것을 실천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부패와 수구의 과거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입니다. 당 개혁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반성하겠습니다. 무조건 달라지고, 무조건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습니다. 당 개혁을 위해 저는 이미 구체적으로 1)총선에서의 법정선거비용 준수와 선거비용의 인터넷 공개 2)당의 정치자금 인터넷 공개 및 감사 3)비리연루자 제명 4)방탄국회 근절 등을 약속했습니다. 걸림돌은 마음에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 안주하려 하고,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그것이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한 우리 한나라당 당원 모두는 이미 그 걸림돌을 치워버렸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최악의 위기 상황이어서 대표님의 행보에 반발이 없지만 총선이 끝난 후 결과와 상관없이 여러 가지 견제와 비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헤쳐나갈 생각이십니까?▲국민만을 바라보고, 국익을 위한 정치를 펼치면 어떠한 이견도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항상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혼을 다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이번 총선에서 몇 석(퍼센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까?▲민심을 예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그 심판은 국민에게 맡겨 왔습니다. 이번 역시 그럴 것입니다. 어느 책에선가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에게 들려주는 좋은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은 하느님의 뜻이다. 인간은 만나는 그 순간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함께 하는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나라당 역시 그런 심정으로 저희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의 독재와 독선을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한나라당의 이념이 ‘보수’가 아니라 ‘수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그 동안 보수의 깃발 뒤에 숨어 과거에 연연하고, 기득권에 치중하고, 부패에 혈안이었던 ‘수구’적 모습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나라당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불법대선자금 사건이 터진 뒤부터 그 싹을 잘라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3당 중 가장 많은 현역 의원을 교체했습니다. 때 묻지 않은 신인들을 대거 공천했습니다. 또한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가고, 끊임없이 자기개혁을 실천하는 진정한 보수정당 설립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른바 조중동이 일방적으로 한나라당만을 감싸고 돌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그것이 지금 한나라당 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 시각은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가르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의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온 것입니다. 언론은 언론의 길이 있습니다. 우리 당은 모든 언론의 비판에 귀 기울여 민심과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신문을 편가르고, 신문과 방송을 편가르고, 기존매체와 인터넷 매체를 편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특별한 총선전략이나 비장의 카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전략이 따로 있겠습니까. 지금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한 이유를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변해야 합니다. 무조건 달라져야 합니다. 변한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아가 ‘이렇게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눈물로 호소할 것입니다. 지금 여론조사대로라면 열린우리당이 200석 이상을 석권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일당 독재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은 코드 독재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노 대통령과 그 세력들이 행정부와 사법부에 이어, 입법부마저 장악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습니까?균형이 무너진 사회는 한 쪽 날개가 꺾인 비행기처럼 추락할 것이 자명합니다. 지난 일 년 동안 국민을 힘들게 했던 이 정권이 앞으로 4년간 아무 견제 없이 간다는 것은 너무나 불행한 일입니다. 야당이 건재해야 견제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겠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생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일요서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죄 드립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반드시 달라질 것이라고, 한 걸음씩 국민 속으로 걸어 들어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약속합니다.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국민들의 고통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위기입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저희 한나라당이 나서겠습니다.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우리 손으로 다시 세우겠습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더라도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마지막 기회를 주십시오. 다시는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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