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여성이자 소아마비 1급 장애인인 장향숙씨가 선정되었다. 따라서 한국 정치 사상 최초로 여성 장애인이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온갖 차별을 받는 ‘최후의 식민지’이고, 장애인은 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노골적인 편견과 차별을 받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런 두 가지 생득적 약점을 가진 장향숙 씨가 ‘정신적 여당’의 비례 대표 1번이 된 것이다.

물론 이는 열린우리당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 나온 ‘깜짝쇼’일 가능성이 많다. 실제 열린우리당은 장애인 정책 공약에서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장향숙’이라는 여성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또 다른 ‘감성 정치’의 일단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 장애인 국회의원이 모두 남성이었고, 게다가 교수, 박사, 베스트셀러 작가였다는 점에서 장향숙씨 같은 경우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장향숙씨는 경북 영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1년 6개월만에 치명적인 소아마비 증상에 걸렸다. 그래서 장씨는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다. 그의 학력란 에는 아무 것도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국역 국한문 성경’을 시작으로 온갖 분야의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 만 권이 넘는 책을 독파했다.집에서만 칩거하다가 31살 때 어느 수녀와의 만남으로 세상으로 나온 그는 ‘장애인 직업 재활원’에서 사회를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원의 복지관 작업장에서 한 달에 8만원씩 받으며 하루 16시간씩 일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98년 ‘한국 여성 장애인 연합’을 만들었고, 호주제 폐지, 한미주둔군지위 협정(SOFA) 개정 시위, 반전 평화 운동 등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가 정치를 하려는 목적은 간단하다. “차별과 편견 때문에 실업과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진짜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줄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이 직접 정치 판에 들어가서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고, ‘장애인 연금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어야 밑바닥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 무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이다. <봉>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