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노회찬 어록’으로 최고의 스타 대우를 받은 끝에 마지막으로 국회입성에 성공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대학 졸업 후 일선 노동 운동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선명한 정책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일반 대중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민주노동당을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친근하게 맺어준 ‘스타’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 불신의 시대에 그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보기 드문 정치인인 것이다. 노회찬 사무총장에게서 직접 궁금한 것을 들어본다.

-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입한 것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한다면.▲한국 정치 사상 최초로 우리 사회의 한 축인 노동자, 농민, 빈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는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대의제 정당정치’가 제대로 실현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한국 정치에서 본격적으로 이념과 정책에 따라 진보 대 보수의 정치구도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이번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제1야당의 수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집권여당에 대한 불신과 영남 지역주의가 뒤섞여 얻은 결과다. 따라서 구태의연하고 퇴행적인 행태가 아닌 합리적 보수로서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보여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 한편, 국정철학이 없는 노무현 대통령과 국정의 파트너가 될 거대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정책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탄핵정국으로부터 분출된 국민들의 정치개혁 의지에 편승해 횡재를 했으나, 국민적 열망인 개혁에 대해 그 동안 보여준 정치 행태로 볼 때 집권여당으로서의 자질 면에서 역사상 가장 무능력한 여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경상도 지역감정과 전라도 지역감정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동일한 측면과 다른 측면에 대해 설명해 달라.▲지역감정에 호남과 영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확인되었듯이 이념과 일관된 정책을 제시한 민주노동당이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를 보였다. 다시 말해 정책중심의 정치와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한국 정치에서의 지역감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정치적 해결책에 대한 생각이 있는가.▲탄핵은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먼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에서 국민에게 사죄하면서 정치적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탄핵문제, 이라크 파병 등 긴급현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에 3당 대표회담을 제기한 상태다. 각 당의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이 차후 노동운동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주리라 보는가.▲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원론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 문제나 노동조합 손배가압류 문제 등 민주적 노사관계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면서 구체적인 사안별로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과 연대해나갈 것이다.

- 항간에는 민주노동당이 제도권에 들어가면 서구 노동당의 전철을 서서히 밟아나가리라고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기도 한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당 내의 제도적 장치를 설명해 달라.▲17대 국회는 기본적으로 ‘10대 289’의 대결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시한 당의 정책을 개별 의원이 아닌 당이 중심이 되어 실현해낼 것이다. 정책위원회 산하에 의정지원단과 공동 정책 보좌단을 둘 계획이며, 정책연구소 설립과 교수지원단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신자유주의라고 했을 때, 그 대안이나 해결책은 무엇인가.▲노동시간 단축과 공공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즉각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근로자파견법 폐지 등 비정규직 차별철폐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동의욕 상승과 중장기적인 인력투자로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 고용확대 등으로 인한 내수경기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 서울대 학부를 폐지한다고 했는데, 그 장점과 부작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서울대 폐지 공약의 핵심은 입시위주 공교육을 야기하고 있는 대학서열화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공립대학을 통폐합하겠다는 것이 서울대 폐지 공약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국립1대학, 국립 2대학 등으로 통폐합하고 각 대학별로 특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학서열화를 없애고 입시위주의 공교육을 개인의 창의성과 학습능력을 고려한, 질좋은 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 부유세 정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과연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가.▲부유세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현재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짐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제가 소득계층간의 수직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유세는 시가 30억원 이상의 순자산(부채제외)에 대해 누진적으로 보유과세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도 지방세인 종합토지세가 이런 형태로 과세되고 있다. 종합토지세가 토지에 한정된 것이라면 부유세는 모든 자산의 총액을 과세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의 원내 교섭단체 진입을 위해 민주당과 합당 또는 연대할 의향은 있는가.▲전혀 없다.

-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서민, 농민의 대변자라고 하나 권영길 대표나 노회찬 사무총장 등 당의 간판은 모두 명문대 출신의 인텔리 노동자이다. 단병호 당선자 같이 정말 현장 노동자가 당의 간판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민주노동당은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정당이다. 그리고 당원의 직접 참여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이다. 특정 개인의 정당이 아니다.

-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로 재벌 그룹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원내에서 제시할 재벌 정책의 큰 틀을 말해 달라.▲민주노동당이 제기하는 재벌해체의 핵심은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과 소유지배구조 개편, 노동자 경영참가 등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집단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강화하고, 기업출연에 의한 노동자소유기금 설치와 노동자 경영참가의 질적 개편이다.

- 원내에서 퇴진해야 할 정치인을 거론할 생각은 있는가. 퇴진할 정치인이 있다면 누구인가.▲정치판 판갈이와 야당 교체론을 개인의원의 퇴진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50여 년간 한국사회를 주도한 보수 기득권세력은 지금 이념적으로는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발상과 비인간적인 시장지상주의로 두텁게 덧칠되어 있다. 게다가 행태적으로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자기 기득권은 조금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무책임하고 부패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러한 정치세력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일요서울>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민주노동당은 이제 일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많은 기대와 지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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