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고구마와 사이다! 답답한 현실과 그 답답함을 시원하게 뻥 뚫어줄 청량제로 흔히 듣던 비유다. 요즘 “어디 사이다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시원하게 뚫어줄 젊은 세력 없느냐?”고 말씀 주시는 분들이 부쩍 더 많아졌다. 가히 그럴 만도 하다.

탄핵 이후 정국을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였다고 보수진영에서 이야기하는 ‘조국대전’을 거치고도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반등을 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사 대상인 조국 전 장관이 대권후보 3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거니와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상승은커녕 ‘셀프 시상’에 박찬주 대장 영입 논란을 거치면서 ‘조국대전’ 이전의 지지율로 도로 복귀하였다. 

 집권 진보세력은 또 어떠한가. 기존에 보수진영을 보고 ‘위선 기득권’이니 ‘안보팔이 꼰대’ 등을 외치더니 지난 석달 동안 진영간 전투를 통해 ‘진보 꼰대’ ‘강남 좌파의 위선’ 등에 대해 여과없이 보여주었고, 일각에선 ‘최순실보다 더하다’는 비아냥과 함께 스스로를 ‘개돼지 맞다’라고 자조하는 국민이 늘어나게 만드는 우를 범하였다.

과연 시대정신에 맞는 가치와 철학, 비전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권정당으로서의 정통성을 부여받을 집단, 대통합과 대전환을 이룰 대통령으로서의 정당성을 부여받을 인물과 정당은 누구인가.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 잘 해석이 되지 않을 때 필자는 기업 현장 최고경영자 출신으로서의 경험을 십분 살려 산업과 경영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곤 한다. 김난도 교수가 제시한 “SMART 트렌드 시대의 소비 가치”라는 관점에 빗대어 고구마 같은 정치 현실을 한번 풀어보자. 

지금은 ‘Self-holic consumer(자기만족 극대화)’의 시대다. 모두가 똑똑하고 모두가 잘난 세상인 것이다. 오죽하면 노랫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 내가 제일 잘나가...”가 당당하게 들어가겠는가?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자기만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정치인 스스로 자아도취가 된 나머지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으면 오히려 “니가 가라 하와이”, “나만 빼고 물갈이”를 외칠 뿐이다.

바야흐로 ‘Mom Economy(공감)’ 시대다. 커피 광고를 한번 보자. 과거엔 안성기라는 빅스타가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커피는 000”라는 멘트라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공유라는 빅스타가 먼 곳을 바라보며 “으음~” 정도의 잔잔한 미소로 음미할 뿐이다. 그렇다. 말이 필요없이 교감, 공감이 화두다. 그러나 고개를 여의도나 청와대로 돌려보면 어디 그런가. 그저 일방적인 주장과 진영논리가 난무할 뿐.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누구나 생산, 소비의 주체가 되는 ‘Age of openness’의 시대. 그러나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소위 생산자 중심의 ‘push 마케팅’ 시대를 살아온 산업시대 중심 세대에게는 멀기만 한 이야기다. 다행히 누구나 유튜브를 즐기면서 쌍방향적 소통의 세계로 기성세대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생활 정치의 생산자가 누구인지 소비자가 누구인지 번지수를 제대로 깨달아야 미래의 정치 소비자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엔 공부 안 하고 노래 부르고 춤추고 게임에 빠져 있으면 “맨날 빠져있으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하면서 혼내곤 했다. 그러나 이젠 ‘Return of geeks(괴짜들의 귀환)’ 시대다. 개성과 창의력, 다양성과 다원성이 존중되면서 괴짜들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어떠한가. 진영논리를 떠나 조금이라도 튀거나 소신 발언을 하던 정치인들은 지금 왜, 어떻게, 어디로 사라졌는가.  

마지막으로 모바일 전성시대가 되면서 소비자들의 흥미 요소가 끊임없이 변하고 유행 패턴도 짧아지면서 ‘Temporary market(짧은 유행의 소비시장)’ 시대가 되었다. 재미없거나 시대에 조금이라도 뒤떨어진다 싶으면 바로 도태된다. 즉, 구태의연함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의도는 어떠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히려 젊은 초선들이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와중에도 “인위적인 물갈이는 안 된다”는 식의 힘의 논리로 저항하면서 변화를 외면한다. 

진보든 보수든 기득권 핵심의 현실 인식은 어떠한가. “선거 앞두고 유권자가 어딜 가겠냐? 보수 분열로 이긴다. 집권 여당 똥볼로 우리가 이긴다.” 등 무사안일한 생각들로 변화와 혁신은커녕 ‘한 번 더’라는 기득권 강화에 골몰하고 있다. 결국, 정치 소비자의 철저한 외면으로 ‘낙선’이라는 철퇴를 맞아봐야 그때 비로소 SMART 시대, 정치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를 쓰라리게 실감하고 깨우치리라.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