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보고라인’ 아냐···‘주한미군-한국군-안보실’ 협력 문제?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뉴시스]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정부가 ‘16명 선상 살인’ 혐의를 받는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이후 정부와 군 안팎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중령)이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북한 선원 2명 추방 사실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직접 보고(이하 직보)’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는 사실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군 현장 지휘관이 청와대와 직보 체계를 구축한 것이 적절했는지가 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보를 두고 주한미군-우리 군-안보실의 3자 간 신뢰‧협조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JSA 경비대대, ‘유엔군사령부 통제’···안보실, 유엔사국방부 합참 거치지도 않아

직보수시로 이뤄졌나···안보실 놔두고 JSA 대대장만 조사 유야무야

앞서 해군이 북한 남성 2명을 태운 오징어잡이배를 동해상에서 나포한 것은 지난 2일이다. 닷새 뒤인 지난 7일 정부는 이들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가혹행위를 한 선장을 살해한 뒤 40분마다 2명의 동료를 불러내 모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대한민국 영토 안에 들어온 북한 주민을 추방한 것은 이번이 첫 번째 사례다. 통상적인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이탈주민법에 규정된 보호 신청을 할 경우 심사를 거쳐 보호 또는 비보호 결정을 받게 된다. 보호 대상이 되면 정부로부터 주거, 의료, 취업, 교육 등 정착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통일부, 선원 추방

어쩔 수 없는 조치

이번에 추방된 북한 선원들은 합동심문 조사 과정에서 남한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정부는 범행 사실과 이동 경로, 북한 내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이들이 순수한 귀순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보호 신청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이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및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추방 결정을 내렸지만 북한 선원들의 신병 처리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으로도, 외국인으로도 볼 수 없는 북한 주민의 이중적인 법적 지위가 문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헌법 제3(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근거해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강제퇴거 대상이 아니며 재판 기회를 부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개 대북인권단체들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영토에 도착한 북한 주민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 절차의 틀 안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고 형사책임 문제를 규명할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상 조항일 뿐, 남북 분단의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때 북한 지역에 대한 주권이나 통치권도 인정되지 않고 있어, 사법적 관할권의 실효적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따라서 북한 주민은 잠재적 국민에 해당하며, 실질적인 관할권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으로 수용하기 위한 이른바 귀순절차를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선원들의 귀순 의사를 인정했다고 해도 북한이탈주민법상 비보호결정이 내려질 것은 확실시된다. 이 법 제9조에 따르면 테러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등에 대해 정부는 보호 대상으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

살인을 저지른 인물은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심사 결과 비보호 결정이 내려져도 한국에서 살아갈 수는 있다. 이들이 재판에 가더라도 증거가 없어 진실규명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될 수밖에 없다. 살해한 사체는 이미 바다에 버려졌고, 배는 북한으로 돌려보내졌다. 두 선원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인 상황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다면 사회적 혼란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추방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있었는지와 관련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추방 결정을 내렸다면서 다른 옵션은 고려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방장관 패싱논란도

일련의 과정에서 특히나 논란이 된 것은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JSA 대대장 A중령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직보를 받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안보실의 처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선 부대장이 청와대 안보실 1차장에게 직보를 하는 것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JSA 경비대대의 작전은 미군이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JSA의 한국 측 병력은 청와대 안보실로 직보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JSA에서 중대한 사안이 발생하면 한국군도 유엔사와 함께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 공유한다. 구체적 사례로는 지난 201711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 오청성 사건이 있다. 청와대 안보실이 JSA 관련 상황을 확인하고 싶다면 유엔사,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등을 통하면 될 일인데 왜 직접보고를 받았냐는 논란이 이는 것이다. 결국 김 1차장의 직보는 공식 보고라인이 아닌 비선(秘線)인 셈이다.

이번 사건은 국회에서 김 1차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사진에 찍히면서 드러났다. 1차장의 휴대전화 사진에서는 또 다른 직보가 있었던 정황도 포착됐다. 결국 JSA 상황과 관련한 비선의 직보가 이번 사건 전부터 지속됐고, 수시로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유엔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주한미군과 우리 군, 안보실을 둘러싼 3자 간 신뢰협조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매뉴얼을 따랐으면 전혀 문제가 없을 상황인데 굳이 비선을 통해 JSA 상황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청와대 안보실이 의도를 가지고 직보를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국방장관 패싱(배제)’ 논란도 일고 있다.

안보실 비선, 국방장관 패싱 논란이 가열되자 국방부는 “JSA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직보가) 적절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또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A중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김 1차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선 실체와 직보 이유 등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대응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직보 사건을 두고 군의 기강과 보고 체계 문란이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1차장과 A중령은 각각 육군사관학교 36기와 57기로 지난 2012~2014년 김 1차장이 육군 8군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작전처 실무장교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고,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국방부의 진상 조사는 군 현장 지휘관이 청와대 직보 체계를 구축한 것이 적절했는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 1차장에 대한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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