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선거 근절 못 하고 불법 여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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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총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에서 벌어지는 선거들도 그에 못지않게 치열한 양상을 보인다. 농협중앙회나 대한건설협회 등 연말·연초 새로운 수장을 뽑아야 하는 곳들을 중심으로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지역 대한상공회의소, 수협중앙회 등 전국 곳곳에서 불법 선거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또 다른 대표 경제단체들도 선거 때마다 잡음이 반복되기는 마찬가지다.

일요서울은 '총선보다 치열한 경제계 선거 복마전' 1화 돈 선거 근절 못하고 불법 여전 2화 누가 왜 도전하나 등을 2주에 걸쳐 보도한다.

특정 후보, 지지부탁 금품 제공, 사업권 밀어주기 의혹까지
막강한 권력에 처벌 조항 미비….`솜방망이 처벌` 가장 큰 문제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최대 민간단체 `대한건설협회`가 오는 12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각종 내홍에 휘말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17일 열릴 예정인 대한건설협회 28대 회장 선거에 이철승 전 부산광역시 회장(흥우건설 회장)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건설협회장 경선은 대부분 상호 비방이나 편 가르기로 진흙탕싸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선 싸움으로 인해 선거가 끝나도 승자의 통솔력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선관위 조사 후 검찰 고발 사례 많아
 
일각에서는 건설사를 대표하는 협회장 자리가 군소 건설사 회장들의 인지도 높이기나 정계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전락해 조직의 근간을 흔든다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인다.

농협중앙회도 마찬가지다. 김병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11일까지다. 김 회장은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농협중앙회장 임기 만료 전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김 회장은 조만간 내년 총선 전라남도 나주·화순 선거구에 출마하기 위해 본격적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나주·화순 선거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면 원철희 민선 2대 농협중앙회장 이후 20여 년만이다.

김 회장의 출마를 두고 농협중앙회장 자리가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발판으로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 회장은 임기 내내 불법 선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 열린 재판에서 벌금형이 선고돼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지난 9월 24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공공단체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상 당선인이 법 규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당선이 무효가 된다.

지난 2월 28일에 치러진 26대 회장선거에서 김기문 회장이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금품 선거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이다. 김 회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전임 박성택 전 회장도 임기 4년 내내 선거법 위반 재판에 시달렸다. 당시 신문보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협회 법인카드를 선거에 이용한 혐의와 관련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이 확정됐다. 또 검찰은 12일 선거법(중소기업조합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도 박 전 회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2월23일 제25대 수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임준택 당선인을 당선 하루 만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더불어 낙선자 임추성 후보, 조합장 등 10여 건의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포착해 수사 강도를 높였다.

당시 해양경찰청 형사과에 따르면 해경은 임 당선인이 조합장을 지낸 대형선망수협 사무실과 대신수산 등 부산 사무실 3곳을 약 6시간 동안 압수 수색을 해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해경은 알려지지 않은 추가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또 다른 대표 경제단체들도 선거 때마다 잡음이 반복되기는 마찬가지다.

한인 경제단체들의 송년 모임도 12월 초에 집중됐지만, 일부는 회장 인선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인 원단·봉제 및 의류 관련 협회 중 송년 모임 일정을 확정한 곳은 봉제협회가 유일해 12월5일 옥스포드 팰리스 호텔에서 김기천 현 회장의 연임을 축하할 예정이다. 한인 의류협회와 미주 한인 섬유협회는 회장 선거 지연 등으로 인해 아직 송년 모임 개최 여부조차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자산 수조 원, 회원수 수만 명…
 
그렇다면 임기 4년의 무보수 명예직인 협회 회장직을 놓고 선거 때마다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소기업중앙회의 자산 규모는 4조 원이다. 현 정부 들어 위상도 높아졌다. ‘중통령’이라고 불리는 중기중앙회장은 총리급 예우를 받는다. 여기다 회사 성장 동력이라는 회장 프리미엄까지 덤으로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중앙회장도 ‘어민들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4년 임기직인 회장은 한국 수산산업총연합회장을 겸직하며 전국 수산업 종사자 104만 명, 조합원 16만 명을 대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이 때문에 매번 회장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또한, 막강한 권력에 대해 혼탁 선거에 대한 처벌 조항이 미비하다. 공직자 선거법이 적용되지 않고 각 협회의 법에 따르기 때문이다. 현직 회장이 부정선거로 징역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을 무효 처리된다. 하지만 선거법을 위반해도 후보자 본인의 부도덕한 행위만 드러나지 않으면 관계없다. 솜방망이 처벌이 협회의 근간을 흔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활빈단(대표 홍정식)은 최근에 낸 논평에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썩은 냄새 진동하는 금품수수 등 불법 선거판이 되고 있다"며 선관위,경찰에 "적폐청산 차원에서 철저 조사·엄정수사로 '검은 돈 선거' 뿌리를 도려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활빈단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조합의 주인인 유권자가 조합장 후보자의 면모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이다보니 "한꺼번에 조합장을 뽑아 막판에 불법·혼탁 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며 농협·수협·산림조합 중앙회를 돌며 공명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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