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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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주요 대기업에 인사 태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기업마다 실적 등 대내외 악재에 허덕이고 있고 젊은 오너 기업인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세대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한 법무부는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고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내년 봄 주주총회 시즌에 약 570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700여 명이 한꺼번에 강제 물갈이될 전망이다.

젊은 총수 등장 파격 인사 전망...각 사 전문 경영인 거취 주목
사외이사, 한 기업에 6년 이상 재직 금지...718명 강제 교체 가능성

‘인사는 뚜껑을 열어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올해만큼은 뜨겁다. 회사를 이끌어온 고위 임원 중 일부는 직접 이름까지 거론되며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대부분 연임에 `노란불` 

특히 재계는 LG 인사를 주목한다. 구광모 회장이 이번 연말 정기 인사에서 성과주의에 기반을 두는 혁신적 인사스타일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LG내부에서도 구 회장이 최근 사업보고회에서 각 계열사가 낸 성적표를 토대로 최고경영자(CEO) 교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오는 28일 전후로 사장단 또는 임원 인사를 한다. 권영수 (주)LG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부회장단을 유임시킬지, 일부를 퇴진시키고 ‘새 판’을 짤지가 관심사다.

SK그룹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등 임명된 지 3년이 된 CEO들의 이동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또한 최 회장 해외출장 시 동행하면서 ‘복심’으로 자리를 잡은 유정준 SK E&S 사장의 이동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그는 2013년부터 SK E&S CEO를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올해 대대적인 구조개선을 시행한 만큼 연말 인사에서는 ‘안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상경영’을 선언한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을 중심으로 대규모 임원 인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말에도 업계의 예상과 달리 큰 폭의 인사를 해 놀라게 했다. 올해도 지난해 유임된 이원준 유통BU장과 송용덕 호텔&서비스 BU장의 교체 여부가 주목받는다. 롯데 유통 부문은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 주력 사업 대부분이 침체를 겪고 있어 교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유통BU장 후임에는 이동우 하이마트 사장,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 등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구체적 임원 인사 시기와 폭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올 연말까지 사업부문별 소규모 인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때문에 인사 시기와 폭이 불투명하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변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난달 25일 열린 첫 공판에서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며 당부했고, 이 부회장 역시 송사와 관계없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계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예년처럼 12월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주주총회 혼란 예고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24일 입법 예고하고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이 12월 결산 상장사 2003곳의 사외이사(총 3973명) 임기를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936개 상장사에서 14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개정안에 따라 6년 이상 재직했거나, 내년 재선임되더라도 임기 중 자격이 상실돼 반드시 교체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 사외이사의 약 5분의 1(18.0%)에 해당한다. 내년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강제로 바꿔야 하는 상장사는 566곳에 이른다.

따라서 내년 봄 주주총회 시즌에 `사외이사 대란`이 예고된다. 사외이사들이 한꺼번에 물갈이되면서 이사회에 공백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마다 쇄신 인사를 통해 경영악화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누룩치 못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금융권, 연말·연초 CEO 임기 만료 줄이어
 
금융권에도 매서운 한파가 예상된다. 신한·우리·농협금융의 회장 임기가 내년 3∼4월 만료를 앞두고 연임 여부를 두고 촉각이 곤두서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다.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내년 1월께 개시된다.

그런데 조 회장은 채용 비리 관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재판 결과에 따라 연임 여부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 체제로 출범한 우리금융그룹도 관심거리다. 지주 체제로 바뀌면서 당시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총까지이고, 은행장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손 회장은 지주사 전환 작업을 탈 없이 마무리하고 다양한 인수·합병으로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차기 회장직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발표를 앞둔 게 부담이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 말 끝난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다음 달 27일에 3년의 임기를 끝낸다. 김 행장의 연임, 내부 승진 인사, 전·현직 관료 임명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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