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인들과 청년들의 모병제에 대한 찬반 ‘팽팽’

[일요서울 | 조주형 기자] ‘모병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7일 민주연구원에서 단계적인 모병제로의 전환을 제기한 정책 보고서가 발간됨에 따라 연일 격렬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모병제 도입 취지로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자원의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모병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력 공백’이 예상됨에도 무턱대고 모병제를 시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 그래서 현재 복무중인 군 간부들을 비롯한 청년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해병대원의 훈련 모습. [뉴시스]
해병대원의 훈련 모습. [뉴시스]


-핵심은 적재적소(適材適所)다 vs 시기상조(時機尙早)일 뿐!

우선 민주연구원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인구 감소 등에 따라 병역자원 확보가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주요 병역자원인 19세~21세 남성이 올해부터 2023년까지 100만여 명에서 76만 여명으로 급감해 약 24%가 감소한다.

이어 오는 2030년부터 10년간 70만 여명에서 46만 여명으로 약 34%가 추가 감소한다. 결국 전체 병력 50만 명을 최소 복무기간(18개월)으로 운용해도 병역자원 확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한편 ‘모병제’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고 밝힌 공공기관 소속 30대 직원 A씨. 인구 감소 등으로 병력 확충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모병제를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게다가 ‘군에 가고 싶어하는 자원 입대자’에게 ‘월급 300만 원을 지급’하고 국방을 맡긴다는 점 등에서 ‘적재적소(適材適所)’라고 평했다.

그는 “입대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병역을 지게끔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굳이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반드시 하고 싶은 사람이 가야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즉 국방 역시도 적재적소(適材適所) 원칙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

동해안 해안 일대에서 순찰 중인 소초원.[뉴시스]
동해안 해안 일대에서 순찰 중인 대원.[뉴시스]

입대 거부자에 병역 지게 할 필요 없어

또한 그는 최근 대졸 이상의 고학력 세대가 첫 월급으로 300만원을 받기가 어렵다는 점에도 집중했다. 그는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라 모두 상향 평준화돼 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며 “하고 싶은 사람이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월급 300만 원짜리 전문병사’는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B씨 역시 모병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방 지역의 한 공군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다는 그 역시 ‘경제성’을 이유로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있었던 헌병 부대는 부대 내 경찰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서, 인접 부대 및 예하부대 내에서 징계를 받은 병사들을 관리하는 임무도 수행한 바 있다.

당시 징계를 받은 현역 군인들을 관리한 바 있어 ‘전투근무’에 현역병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특기와 보직을 없애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폐건물 등을 관리하는 등 부대 내 잡무를 도맡아 하는 병력들을 편제로 두는 것은 전투근무를 목적으로 하는 군의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을뿐더러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군에서 지휘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간부 역시 ‘효율성’ 창출을 이유로 모병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월급 300만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군의 전력구조 효율화를 위한 경제성’을 강조했다. 그는 군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박격포’가 전자시스템화되면서 편제구조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 육군 보병부대에서 사용하던 박격포는 통상 1문 당 3명(사수·탄약수·사격통제관)이 운용해왔다. 하지만 전자시스템화 되면서 운용인원도 축소 가능해졌다.

즉 기술 개발로 인해 병력의 필요성이 줄게 된 것. 실제로 ‘현대위아’가 개발한 ‘81㎜ 박격포’는 자동화 체계가 탑재돼 기존 6명이었던 운용 인원에서 1명이 줄게 됐다. 바로 전자시스템을 통해 전투력을 상승시킬 수 있어 불필요한 병력 구조를 ‘다이어트’하게 된 경우다.

그 결과 단계적으로 모병제로의 전환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병제는 필요하다는 논리다. 기술개발에 따라 편제구조가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고 자원 입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 확보’라는 논리다.

전방 지역의 GOP 일대에서 경계 작전 중인 소초원들.[뉴시스]
전방 지역의 GOP 일대에서 경계 작전 중인 병력들.[뉴시스]

군 현실 모르는 ‘백일몽’ 같은 소리

군 간부 출신인 B씨는 모병제는 국군의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백일몽(白日夢)같은 이야기라고 일갈했다.

국방부 특수무기 운용부대에서 수년간 근무했던 그는 현재 징병제인 병력 보충 체제하에서도 현행 운용 장비에 따른 편제 인원 수급도 안되고 있다며 ‘시기상조’라고 평했다. 현재 있는 감시 장비만으로는 북한군의 침투 장비를 찾아낼 길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소형 무인기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발견된 무인기는 군사분계선(MDL)로부터 7km 떨어진 북한 강원도 금강군에서 발진한 것으로 밝혀졌고, 2014년 백령도 북한 무인기 침투 도발 사건으로부터 3년이 지났음에도 국방부가 대공 방어태세를 완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 사례를 내세워 “무인기에 대한 군의 대공 방어 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가 나오기도 전에 현행 방어체계의 병력 편제를 교란할 수도 있는 모병제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모병제 논의에 대해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모병제 논의에 앞서 국내 현실부터 지적하고 나섰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모병제 요소가 적지 않게 반영돼 있고, 앞으로 증대시킨다는 계획이 이미 나와 있다.

우리나라는 10만 명 가량을 부사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5년까지 이것을 15만명으로 증대시킬 예정으로 5만명이 더 증원된다. 현역 여군 역시 5.5%에 해당되지만 3.3%포인트 증대시킨다.

이렇게 모병자원을 증가시키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군 경력을 선택하지 않는 경향 등으로 우수 자원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병사’를 일자리로 선택하겠는지 의문이라는 것.

박휘락 교수는 이어 ‘모병제의 경제성’ 자체가 모순이라고도 전했다. 앞서 민주연구원 발간된 보고서 등에서 제시한 ‘월급 300만 원’과 모병 인원(25만명)을 감안할 때 연간 9조 원 가량이 인건비로 운영된다. 박 교수는 “2019년 국방 예산(47조원) 가운데 18%가 인건비”라며 “복지 등을 고려하면 국방예산 증대율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앞서 민주연구원 등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 제시한 모병제 선택 국가인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은 냉전 종식 등으로 위협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여전히 휴전상태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군은 총 병력이 128만 명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모병제를 두고 “자신이 선택하지 않으면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은 선호할 수도 있지만 안보는 한 번 잘못되면 만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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