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3년간 100억 달러 투자”… 사회적 가치 창출 목표

[SK홈페이지 캡처]
[SK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는 앞으로 미국에 3년간 10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SK에 대해 알아본다.

SK이노, 조지아주에 17억 달러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페루 석유 광구 10억 달러에 매각… “경영 효율화 조치”

지난 9월27일 SK이노베이션은 페루 석유 광구를 전격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페루 88, 55 등 2개 광구로 매각 금액은 10억 달러(1조2500억 원)다. 내년부터 3년간 제품 시황에 따라 조건부로 추가금을 지급받게 되며 해당 광구 지분 전량을 플러스페트롤사에 매각하는 PSA(Purchase and Sale Agreement)를 체결할 예정이다.

플러스페트롤은 남미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석유와 가스 탐사 사업을 해 온 전문기업이다. 페루의 88. 56광구의 경우 남미 최대의 가스전으로 천연가스 생산부터 수송, 제품판매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사업으로 페루 88, 56광구에 대한 광권 계약을 각각 2000년, 2004년에 체결하고 2004년, 2008년부터는 천연가스 및 석유 제품을 생산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광구 매각 결정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광구 보수와 미국의 대대적인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가스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점을 악재로 봤다.

반면 광구를 매각한다는 공시 발표 열흘 전인 지난 9월19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앞으로 미국에 3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SK경영진 대거 참석

이날 행사에는 최 회장 외에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K하이닉스 사장 등 SK그룹 경영진들도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지난 3년간 미국에서 50억 달러(5조9300억 원)를 투자했고 앞으로 3년간 100억 달러(12조 원)를 더 투자하겠다.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친환경 재료 사용 등 다양하게 창출된다”며 “앞으로 미국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 정부·기업과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더 큰 행복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SK는 미국에 아낌없는 투자 중이다. 자회사 SK실트론을 통해 미국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고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17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1년까지 시운전. 제품 안정화 등의 과정을 거치고 2022년 초부터는 폭스바겐 물량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2022년 총 생산능력을 60GWh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한 현재 중국 창저우와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내년에 생산을 시작한다.

지난해에는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웠고 베트남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SK종합화학이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AA)'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해 고부가 화학사업을 추가했다.

SK그룹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의 경우 2017년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을 통째로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유럽을 공략 중이다. 현지 생산 설비와 전문 인력을 한 번에 가져온 사례로 현지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설비와 인력을 갖춘 뒤 법인을 통해 현지에서 승인을 받으면 그만큼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미국으로 글로벌 거점 삼아

지난 3년간 SK그룹의 대미 투자액은 50억 달러(5조8500억 원)에 달할 만큼 미국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있다. 해외 투자 환경이 국내보다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도 해외투자에 한몫 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제품에는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SK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생산 기지를 새로 구축하거나 기존 설비를 확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반면 우리 정부는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면서 해당 구간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또한 미국 주정부들은 대규모 세금 감면과 부지 제공 등을 내걸며 기업들을 유치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은 환경 보호를 이유로 기업의 투자를 반대하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달 31일 SK이노베이션은 실적발표를 통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2조3725억 원. 영업이익 3301억 원, 순이익 1742억 원을 각각 거뒀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3%, 영업이익은 60.5% 감소한 것이다. 전분기 대비해서는 각각 5.6%,33.6% 줄었다. 유가 급락에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정유업황 부진 속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에서는 고루 양호한 실적을 보여 그나마 실적방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화학사업이 납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에도 불구하고 벤젠과 프로필젠 등의 마진 확대로 전 분기 대비 91억 원 증가한 193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윤활유사업의 경우 유럽 등 고부가 시장 판매 비중 확대에 따른 마진 개선으로 전 분기 대비 154억 원 증가한 936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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