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한 ‘안대희 사단’의 변신 실험은 영욕으로 점철된 대검 중수부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과도 직결돼 있었다.사실 1961년 4월 검찰총장 직속으로 대형 경제·정치 사건을 주로 맡은 대검 중앙수사국에서 시작된 대검 중수부의 역사는 “죽은 권력에는 강하고 산 권력엔 약하다”는 평가가 항상 따라 다녔다.

수사국(62년), 특별수사부(73년)를 거쳐 81년 4월 중앙수사부로 개편된 이후 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비자금 단서를, 97년 한보 비리 사건 때는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 부분을 손대지 못했다. ‘살아있는 권력’ 현철씨는 그 직후 15대 심재륜부장이 들어서면서 결국 구속됐다. ‘이용호 게이트’의 부실수사(2001년)도 오점이다. “특검 할아비가 해도 더 나올 게 없다”던 중수부 관계자의 큰 소리는 차정일 특검팀이 이수동 전 아태재단이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등을 구속하면서 쏙 들어갔다.

지난해 나라종금 로비 사건 때도 노무현 대통령 측근(안희정·염동연)이 거론됐지만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이철·장영자 부부 어음 사기사건(82년)을 수사해 세상을 흔들기도 했다. 2대 김두희 부장 때는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 사기대출 사건(83년)을 파헤쳤다. 88년 5공비리(6대 박종철), 91년 수서비리(7대 최명부), 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13대 안강민)에서는 전직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을 줄줄이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