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명 바꾸고 이사해도...끊이지 않는 불공정 구설수

라-피에스타 양산[리드건설 홈페이지]
라-피에스타 양산[리드건설 홈페이지]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업무방해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근로자 폭행 논란, 전 고위 공직자 간의 불법 커넥션 의혹 등으로 논란이 일었던 정우건설산업(대표 이순재, 이하 정우건설)이 또다시 말썽이다. 정우건설이 하도급업체와의 공사대금 지급계약을 두 차례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공사대금을 미지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여기에 자금관리를 맡은 KB부동산신탁(이하 KB신탁) 역시 지금대급 문제에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들 간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뒷말도 무성하다.


하도급사 “인감 찍힌 계약서도 무용지물...이순재 대표 ‘자존심’ 때문?”

정우건설 “공사비의 약 90% 지급했다...‘미시공’ 해놓고 돈 달라는 격”



논란에 자주 휘말려온 정우건설이 지난 7월 사명을 리드건설(주)로 변경하고, 본사를 인천에서 서울 강남으로 옮기며 재도약에 나섰다. 그와 동시에 ‘최적의 공간·인재, 최선을 다하는 시공으로 고객과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재도약 의지가 얼마 가지 못해 이전과 다르지 않은 불공정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우건설로부터 공사를 도급받은 하도급업체 S사의 직원 A씨는 “정우건설로부터 7억 원에 달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등 정우건설의 이순재 대표가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갑질 행태를 보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점차 깊어진 갈등의 골

발단은 2017년 정우건설과 하도급업체 A사가 복합상가인 경남 ‘라-피에스타 양산’ 건축 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라-피에스타 양산은 오픈 전부터 각종 논란과 구설수에 휘말렸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분양대금 지불 등의 문제를 놓고 분양계약자들과 정우건설 간의 마찰이 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도급업체 S사와 묶인 갈등의 실타래는 1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풀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도급업체 직원 A씨에 따르면 건축면허 전문면허인 소방/통신/전기공사업이 등록된 S사는 공사 준비 당시 라-피에스타 양산 공사를 맡기 위해 정우건설과 계약을 체결했다. 대체로 건설업종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대개의 경우 건설법인 설립 후 건설면허를 취득한다. 하지만 정우건설은 건축면허 전문면허인 소방/통신/전기공사업등록이 돼 있지 않아, 이를 보유한 S사와 계약했다. S사는 정우건설과의 계약과 동시에 정우건설의 자금관리를 맡은 KB신탁과도 동시 계약했다.

두 기업의 마찰음은 공사 시작 직후부터 공사 내내 끊이지 않았다. S사는 공사 당시 당초 정우건설이 제시했던 설계도면대로 공사가 이뤄지지 않자 증액공사할 것을 주장했고, 정우건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공사는 한동안 중단됐지만 계약서 작성과 함께 이내 재개에 나섰다. 하지만 갈등의 폭은 점차 커져만 갔다. 공사가 완료되고 준공허가가 난 뒤에도 정우건설이 하자와 ‘미시공(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을 이유로 S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A씨는 “공사가 65%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표가 양산시에 준공허가를 신청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조건부준공허가가 났다”며 “공사가 끝나고 하자와 미시공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하자보증이행각서 등을 통한 보수공사 등의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지급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적잖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수 차례 설전이 오간 끝에 양사는 또 다시 계약 테이블에 앉았다. A씨는 이것마저도 다중이용시설에 필요한 전기통신소방 허가를 S사가 처리해야했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던 자리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공사대금을 받는 것이 절실했다 보니 억울하더라도 꼭 주겠다는 말을 믿고 8억 원 상당의 공사대금을 7여억 원으로 감면하는 등의 방안으로 삼자 합의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시공·시행사 넘나들며 “못 줘”

하지만 ‘꼭 주겠다던’ 공사대금은 이번에도 받을 수 없었다. 공사대금을 관리하는 KB신탁은  시행사가 공사에 문제 제기를 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라-피에스타 양산의 시행사(발주처)는 2015년 3월 설립된 (주)제이엔씨파트너스로, 대표자는 정우건설의 이순재 대표다. 이를 두고 A씨는 “시행사는 신탁사 등에 자금관리 등을 의뢰하는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공사 하자 등의 문제를 제기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긋난다”며 “문제 제기를 한 시행사가 이순재 대표 소유인 만큼, 이는 분명 의도적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자존심 싸움’을 하는 행동 같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정우건설 측은 반박에 나섰다. 현 리드건설 측 경영지원본부 법무팀 관계자는 “이순재 대표가 해당 시행사 대표직에 있는 것은 맞지만 법인 자체가 다르고, 주주들이 있는 만큼 이는 별개의 독립적인 회사로 보는 것이 맞다”며 “시행사는 미시공됐다는 입장인데, 만약 이 대표가 시공사 대표로서 대금을 지급 하면 오히려 이 대표가 배임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미 담당 판사 3명 등이 현장 확인을 거쳤는데도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공사비의 90%에 해당하는 63억 원을 해당사에 지급 했는데도, 해당사는 공사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부분까지 대금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KB신탁사 유착 관계 의혹도

정우건설의 신탁을 맡은 KB신탁사가 지나치도록 편파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정우건설과 KB신탁과의 유착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천억 대의 도급계약을 하는 정우건설의 규모가 작지 않은 탓에 해당 신탁사도 위탁받은 건설사의 입김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는 “업계 내부적으로는 이순재 대표가 KB신탁의 사장실에 출입하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도급업체 직원 A씨는 “공사대금을 지급해 주겠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이 대표의 인감도장과 신탁사의 도장이 명백히 찍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급되지 않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KB신탁 측에 이런 점을 호소하니 도리어 정우건설의 승인 없이는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만큼 양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식의 대응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라-피에스타 양산은 활발히 운영 중이다. 하지만 양산시가 임시사용허가를 2018년 11월6일에 내준 것에 대해 당시 분양계약자들은 “영화관과 은행 때문에 시가 사용가승인을 급히 내주면서 모든 게 꼬였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고, A씨 역시 “이 대표의 주장대로 공사가 덜 된 미시공의 상태라면 준공허가 자체를 취소해야 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양산시의 책임론을 두고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이에 양산시청 개발주택국 건축과는 준공허가를 두고 공사가 거의 완료될 시점에 다방면의 조건에 따른 완료 필증 등을 첨부해 신청해야만 허가를 내준다는 입장이다. 준공허가가 난 뒤에 생긴 미시공 등의 문제는 A씨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하자보수’ 등의 문제로 갈등을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고도 했다. 건축과 관계자는 “준공허가가 난 뒤에는 준공허가를 재승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해당 사안을 파악해 보고 미비했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봐야 알 문제”라고 밝혔다.

현재 정우건설과 마찰 중인 S사는 KB신탁을 상대로 공사대금을 지급해 달라는 공사비 지급명령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서를 작성한 만큼 공사대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S사측과 공사가 아예 진행되지 않은 미시공에는 애초부터 성립될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는 정우건설 측의 대립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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