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초선들 당 지도부에 쓴소리, 진짜 이유는...

[일요서울 | 조주형 기자] 여의도가 초선 의원들이 앞다퉈 불붙인 쇄신론으로 연일 들썩이고 있다. 지난 달 여당 국회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시작한 이후 여야 구분없이 초선 의원들이 잇따라 쇄신을 요구하면서 세대교체론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여당 의원에서 시작된 ‘쇄신 풍(風)’은 야당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게다가 야권의 초선 의원들이 중심이 돼 내세운 ‘중진 용단론’을 내놓은 결과, 야권 중진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중진용단론’이 점차 힘을 받아 ‘중진물갈이’로 실현돼 가는 모양새다. 초선의원들의 움직임이 공천 태풍이 될지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다각도로 분석해 봤다.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의 기자회견. [뉴시스]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의 기자회견. [뉴시스]


-한국당 당 대표 거수기 ‘논란’, 민주당 쿠데타...‘찻잔 속의 태풍’

지난 10월 1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2020년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불출마의 이유를 “한심한 모습”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발생한 ‘조국(曺國) 정국’에 대해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며 “창피하다, 이제 지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열흘 후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불출마 선언에 동참했다. 그 역시 ‘조국 정국’의 격랑의 여파에 휩싸인 국회를 떠나겠다는 것이다. 이후 이들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만나 ‘젊은 층에게 사랑받는’ 당이 돼달라며 쇄신을 주문했다.

‘당 쇄신론’이 최초로 등장한 순간이다.이들은 20대와 30대의 정치권 진입을 강력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외연 확장을 위해 인적 쇄신을 거쳐 신인 수혈이 시급하다는 뜻으로도 분석된다.

여권에서 당 쇄신론이 등장한지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자유한국당에서도 초선인 유민봉 의원을 시작으로 불출마 선언이 나왔다. 그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출마 선언의 이유를 ‘쇄신’에 뒀다. 즉, 당이 중도층으로 확장되도록 마중물이 되겠다는 것.

불출마 선언 속 쇄신 풍(風)

여당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은 청년층 영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약 20여명의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당 쇄신을 위해 불출마 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진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의 이같은 기류에도 불구하고 불출마 선언은커녕 당 쇄신론에 대한 일체 언급을 삼가고 있다.

오히려 이철희 민주당 의원에서 시작된 불출마 선언에 이어진 ‘쇄신 풍(風)’은 한국당 등 보수 야권에서 광풍으로 발전할 태세다. 초선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이후 ‘중진용퇴론’으로까지 옮아간 모양새가 됐다.

지난 11월 6일 초선인 유민봉 의원이 첫 불출마 선언을 한데 이어 이튿날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을 필두고 ‘초선 의원 44인 모임’이 당 쇄신을 위해 중진의원들의 용단을 기다린다고 밝힌 상태다.

일단 이들은 집단행동의 이유로 ‘보수혁신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는 점을 내세웠다. 향후 거취는 당에 백지위임하겠다며 중진의원들의 ‘결단’을 기다린다는 조건까지 내건 상태다. 바로 ‘중진용단론’인 셈.

‘보수통합추진단장’ 인사 추진을 앞두고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출마’를 재선언했다. 김무성 의원 역시 불출마 선언의 이유를 “당이 어려워진 이유는 자신에게 있다. 향후 보수 통합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며 초선 의원들의 뜻과 상통한다는 점을 밝혔다.

비록 여당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서 시작됐지만 ‘여야 중진용퇴론’으로 바뀐 상황이다. 이는 한국당 내 중진 의원들 간 모임 등에서 점차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 ‘중진용퇴론’을 비롯한 불출마 선언 등 모든 이유는 결국 ‘보수 통합론’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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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물갈이 위한 쿠데타!

여야 초선 의원들의 ‘쇄신 풍(風)’이 ‘중진용퇴론’으로까지 번져가는 가운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초선 쿠데타’ 혹은 ‘거수기’로도 볼 수 있다며 각종 해석들이 빈번한 상태다.

‘공병호연구소’의 공병호 소장은 “초선 의원들의 ‘거수기’를 두고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익이 앞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당초 의석 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다선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하게 됐을 경우 세력 확장에 보다 유리하다”고 봤다. 즉 한마디로 “당내 민주화”라고 규정했다.

앞서 지난 7일 한국당의 초선 의원들이 나서서 ‘중진용단론’을 제안한 것을 두고도 “순수성이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바로 다선 의원들의 퇴진과 함께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서도 언급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당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것은 오히려 함구한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다선 의원이라는 이유로 퇴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순수성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오히려 과감하게 ‘중진 퇴진’을 요구함과 동시에 본인들의 거취도 언급했어야 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평했다.

이어 최초로 불출마 선언을 한 이철희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순수하게 ‘당 쇄신’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즉 “‘내가 나간다’고 해서 스타일만 구길 가능성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

다만,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는 “최근 “한번 더 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은 정말로 ‘보수분열’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낸 표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도 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도 “이번 초선의원 발 ‘쇄신 풍(風)’에 대해 순수성이 없다”는 데에 뜻을 함께 했다. 그는 여당 초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에 대해 “여권 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장수 소장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을 ‘물갈이’하고자 한다”고 봤다. 이는 “현 정부가 레임덕을 비롯한 각종 위기가 오면 여권의 중진 의원들은 곧장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어 “여당 중진 의원들 입장에서도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직접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도 덧붙였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최근 언론에 노출되는 ‘익명의 당 고위 관계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황장수 소장은 바로 이런 ‘권력 구도’에 따른 ‘보이지 않는 힘’이 여당의 초선 의원을 움직여 ‘여당 중진 갈아치우기’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 초선 의원들이 내세운 “‘중진용퇴론’ 역시 진정성 있는 혁신 동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당인 한국당은 선거에서 여당에 비해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어 더욱 거센 혁신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승산이 있다”는 것. 황장수 소장은 “여야 모두에게서 불고 있는 ‘쇄신 풍(風)’이 파급효과 없이 당내 분란만 초래하다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 쇄신 주문 등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당 수뇌부가 조용하다는 점을 들어 ‘권력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당 역시 “최근 급격한 통합 물살을 타고 있지만 진정성 있는 쇄신 동력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히려 지도부가 와해되는 등의 고초를 겪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여야 초선 의원들의 ‘당 쇄신’을 앞세운 ‘거수기는 중진 물갈이를 위한 쿠데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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