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내가 죽였냐’ 태도 보여” VS “강제 합의문 철회, 고발장 제출”

사진은 사망자 유가족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달 부산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유족 측은 원청업체인 ‘경동건설’에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사고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동건설측은 안전 설비 등의 문제가 없었으며, 유족이 사고와 관련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동청과 경찰은 조사·수사에 나서고 있으며 합의를 둔 양측의 입장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유족, 안전조치·규정 미흡 은폐…‘단순 추락사’ 조사관·노동부 유착 의심도

경동건설, 직원 감금·폭행 및 2억 지급 각서 강요 주장…“합의 계획 없다”

지난 11월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억울하고 비참하게 사망한 저의 아버지 원한을 풀어주시고 건설사의 갑질과 횡포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15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이 청원은 3363명이 동의했다.

사고 발생일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신축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에서 하청업체 J사 소속 근로자가 일하다 건물 아래로 추락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머리와 목을 다치면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다음 날 31일인 오후 11시 반에 A씨는 결국 사망했다.

유족 측은 건설사는 A씨가 2m 높이에서 추락사 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당시 4.2m에서 추락한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목격자 CCTV도 없는 상태이며 최초 목격자도 1명만 조사한 상황이다. 또한 사고현장 차량 블랙박스도 미확보 상태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지난 11월1일 A씨의 빈소에 경동건설의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관계자가 찾아와 조문했으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건설 관계자들은 처음에 빈소에 나타나지 않다가 유가족이 사건경위 확인을 요청하자 이틀 후인 11월3일 하청업체 대표와 이사가 빈소에 찾아와 사고 보상에 대한 합의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에 갑자기 하청업체 대표가 “합의문서는 원천무효”라며 돌변했다는 후문이다. 하청업체 대표는 ‘자기가 죽였냐’라며 적반하장 식으로 나왔고 이후 청원을 올린 이날까지 원·하청업체로부터 연락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9가지 안전관리 조치 미흡·허술 

유족 측은 타 건설사 및 안전관리자, 전문가 등에게 사건 전과 후의 현장 사진을 비교하기 위해 의뢰를 신청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안전보호구 지급대장확인 ▲안전난간대 누락 ▲안쪽 벽 난간대 미설치 ▲발끝막이판 미설치 ▲벽이음 미설치 ▲쌍줄비계 이상 ▲추락주의 타포린 미설치 ▲생명줄 미설치 ▲안전망 미설치 등 9가지의 안전관리 조치가 미흡하고 허술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족 측은 한 언론사에 ‘부주의에 의한 실족사’라고 주장하는 시공사 측의 입장은 억지라며 고인의 머리 부분 한쪽은 12~13cm, 다른 한쪽은 8cm가량이 찢어져 있었던 상태로 2m 높이에서 추락한다면 이와 같은 외상 흔적이 나타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유족은 목격자와 CCTV가 없다는 것은 사고 당시 안전조치 미흡과 안전규정 위반을 은폐하기 위한 의혹이 분명해 보이며 현장 조사관 및 노동부 의견서를 통해 단순 추락사로 단정 짓는 것 또한 유착의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하청 업체 “억울하다” 

유족 측 입장에 원청업체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J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동건설 측은 11월1일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하청업체 J사 소장과 사장도 조문했다. 3일에 유족 측에서 합의 관련으로 연락이 왔고 오후 8시에 빈소에 도착하니 유족들이 J사 관계자들을 주차장으로 끌고 가 5시간 동안 감금 및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계자들은 합의금으로 2억을 요구한 강제 각서를 쓴 후 새벽 1시에 겨우 빠져나왔으며 이후 인근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했다고 밝혔다. J사는 현재 합의문은 감금과 폭행을 당해 쓴 것이라며 이를 철회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황이다.

경동건설 관계자는 “11월4일과 5일 몇 차례 유족과 통화를 했다. 하지만 유족 측에서 제시한 합의금이 너무 많아 합의를 할 수가 없었다”며 “성실히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일단 경찰 조사를 지켜보고 입장을 낼 계획이며 현재 회사 입장은 합의를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족 측에서 주장하는 안전규정 위반과 관련해 경동건설은 “법에서 정해 놓은 안전장치는 모두 갖춘 상태였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정리가 안 된 상태인데 합의를 하게 되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 부산노동지방청은 사고 현장에 ‘산업안전보건법시행규칙 제2조에 따른 중대 재해 발생’에 따라 ‘작업중지 명령(옹벽 외부 비계작업)’을 내린 상태다.

사고를 은폐한다는 의혹 및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며 원·하청 업체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유족과 유족에게 감금과 폭행을 당했다는 하청업체, 현재까지 ‘합의는 없다’라고 입장을 밝힌 경동건설의 갈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앙되는 상황이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노동청의 조사와 경찰의 수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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