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정가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광화문 관가도 술렁이고 있다. 내년 4월 15일 실시될 21대 총선에 출마하고 싶은 국무위원들, 출마를 강요받고 있는 국무위원들의 거취 때문이다. 여의도 정가의 움직임과 광화문 관가의 움직임은 연동되어 늦가을 단풍보다 더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이낙연 국무총리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현재 범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다. 그가 범여권의 대권주자 1위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그의 뛰어난 정치력 때문도 아니고, 그를 따르는 정치세력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를 국무총리로 발탁하여 87년 체제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총리직을 맡기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탁월한 선택 덕분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개인적인 능력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작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 국무총리 하마평이 무성하다. 해프닝으로 끝난 것인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국가 의전서열 2위였던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후임 국무총리로 거론된 적도 있다.

최근에는 당내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5선의 원혜영 의원, 노무현 정부시절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4선의 김진표 의원, 박근혜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고 현재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4선의 진영 의원, 대안신당의 4선 의원인 박지원 의원마저 후임 국무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는 이낙연 국무총리보다 연령이 모두 높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낙연 국무총리보다 정치경력이 됐든 행정경력이 됐든 모두 앞서서 경험했다는 것이며, 셋째는 이들이 모두 현역 의원으로 국회인사청문회를 통과하여 국회 동의를 얻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공통점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는 정치적 현실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 국무총리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허들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대통령의 인사권이 제약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대통령이 자격미달이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자초한 것이므로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포스트 문재인을 염두에 둔 이낙연 국무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떠한 결과를 내야 할 것인가? 조국 정국 이후에 상황이 많이 어려워진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어떻게 활용하여 총선 승리를 가져올 것인가?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의 공통의 이익은 실현될 것인가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내년 총선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철저하게 쓰이는 소모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낙연 국무총리를 필요로 하는 것은 그를 대권주자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그를 활용하여 총선에서 승리, 적폐청산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권을 위해 그 길을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에 복귀하고, 국회에 복귀하여야 하는데 그 길이 생각보다 험난하다. 일단 국무총리 자리를 자연스럽게 인계해야 하는데 생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그것이 잘 된다고 하여도 그의 위상에 걸맞은 총선에서의 역할이 주어질지도 미지수다. 총선 승리를 한다 해도 그것이 온전히 그의 공으로돌아갈지는 알 수 없다.

현재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국무총리 사임 후에 당에 복귀하여 책임 있는 위치에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가는 길이 하나의 길이고, 또 다른 하나의 길은 국무총리직을 유지한 채 총선 이후의 상황에 대응하는 길이다. 그가 택할 길이 그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 그의 진정한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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