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분열할 때 與 뭉친다…민주당 총선 앞두고 ‘원팀’ 강조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우리는 하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화합과 단결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원팀 메시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인물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정치 항로가 암초에 부딪혔다. 하지만 최근 이 지사와 민주당 내 핵심 인물들 간 잇따른 만남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 지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회동을 시작으로 전해철 의원과 만찬을 갖는 등 ‘친당(親黨)’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하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하기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지사’ 맞수 전해철, 탄원서 이어 만찬까지…“친문·비문 그런 거 모른다”
-‘이재명 구하기’ 누가 나섰나…최전방 이해찬·물밑작업 ‘오작교’ 양정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잇따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과 밀착 스킨십 행보를 보여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지사는 그동안 민주당내 대표적인 비문 인사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그가 최근 만나는 인물들을 들여다보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전해철 민주당 의원 등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가 대다수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달 28일 양 원장, 김 지사와의 회동을 계기로 지난 10일 전해철·김진표·정성호·박광온 의원 등 경기도 지역 민주당 의원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로부터 이틀 뒤인 12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9 국회 우리 한돈 사랑 캠페인’에 참석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함께 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이들 사이에 무려 3번의 자리가 마련된 셈이다. 이처럼 ‘친문과 비문의 만남’이 급물살을 타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민주당, 총선 앞두고 ‘원팀’…일제히 “親文-非文 없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4.15 총선을 5개월가량 앞두고 당내 결속을 다지고 지지층을 끌어 모으기 위해 단일대오를 형성했다고 풀이한다. 일부 보수 진영과 바른미래당이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거나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원팀’ 정신을 강조해 표 응집력을 높인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과 이 지사 양측 모두 ‘당초 민주당에는 친문-비문 계파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일련의 행보를 통해 그동안 부각됐던 당내 계파 갈등 프레임이 옅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에 친문, 비문이라는 계파는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여야를 떠나 총선을 앞두고는 모두 총력전에 들어가는데 (총선을 대비하는) 당 입장에서는 국민이 오해하는 부분을 해소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면서 “국민, 지지자, 당원의 오해를 푸는 게 당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원팀 메시지’가 여론조사 등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계파 갈등과 보수 통합을 두고) 분열 양상을 띠자 지지자가 불안해 하는 건 사실”이라며 “국민이 보기에도 선거를 앞두고는 (당이) 분열되는 것보다 화합되는 게 좋은 모습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기도청 관계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민주당 내에 친문, 비문이라는 계파는 없다. 모두 다 친문이다”라며 “이 지사는 19대 대통령 후보자 경선을 치른 직후 문 대통령 지지선언을 했고, 이후 일관되게 문 대통령과 함께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고 밝혔다. 이어 “친문, 비문처럼 계파를 나누거나 최근 등장하는 ‘친문’, ‘친이’ 등의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연이은 민주당 인사들과의 회동에 관해 그는 “(민주당 인사들과의 회동은) 다 함께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띤 실천적인 회합”이라면서 “이 지사도 민주당 출신의 도지사이기 때문에, 당의 유력 인사들과 함께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원팀 메시지’가 나오는 것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해찬·양정철·전해철, ‘이재명 구하기’ 나서

민주당은 친문-비문 계파 갈등을 종식하는 동시에 ‘이재명 구하기’ 전면전에 나선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 9월6일 항소심에서 그가 받는 네 가지 혐의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일부 인정돼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재판부가 상고심에서 2심 판결을 확정할 경우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 지사는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로 거명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김 경남도지사 등이 법정 다툼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이 지사가 2심서 실형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발 벗고 구제에 나선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재명 구하기’ 최전선에 선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헌법적 쟁점과 해석 토론회’에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이 지사는 2심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 지사를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현행 허위사실공표죄 제도는 군사독재가 횡행했던 그때 그 시기의 선거제도에 머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이 대표는 과거 민주당 대표 경선을 치를 당시 김진표 의원이 ‘혜경궁 김씨’ 논란을 두고 이 지사의 탈당을 촉구한 데에 대해 “아무 결과도 없는데 누구는 탈당해야 하고, 누구는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당대표로서 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등 이 지사를 옹호해 왔다.

물밑 작업은 양 원장이 맡았다. 실제 이 지사는 양 원장과 회동을 시작으로 민주당 인사들과의 자리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양 원장이 ‘오작교’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들은 양 원장이 취임 직후 광역단체와 긴밀히 접촉하며 정책을 협의하는 등 당과 광역단체 사이 촘촘한 소통망을 구축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당내 단합에도 앞장설 수 있었다고 바라본다.

친문-비문의 화합 무드가 무르익었던 지난 10일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열린 만찬 회동 역시 양 원장이 물꼬를 튼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경기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과 광역단체 사이 결속을 다지고 서로 정책 논의 등을 나누는 자리로 전해철·정성호·김진표·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특히 이 가운데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가운데 한 명인 전 의원의 경우 친문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 동시에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는 이 지사와 경기도지사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인 전력이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전 의원이 만찬에 합류하게 된 배경에 관해 묻자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전에 양 원장이 김 경남도지사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날 전 의원도 합석이 예정됐는데 예결위 의사일정이 많아 그러지 못했다”며 “그 뒤 전 의원이 이 지사와 만나자고 요청했고, 서로 일정이 안 맞아 미뤄 오다 휴일에 모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 역시 앞선 4일 대법원에 이 지사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세를 보태고 있다. 

전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탄원서를 쓴 배경에 관해 “1심 때도 (탄원서를) 썼다”며 “탄원서를 써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나 역시) 대법원에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기대감에서 그렇게 했다(탄원서를 썼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친문-비문 간 화합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친문, 비문 이런 건 전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상황이 연출되면서 민주당의 단결 메시지가 더욱 확고해졌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만일 이 지사가 지사직을 잃게 될 경우 이후 치러질 재보궐 선거에 전 의원이 출마하게 될 공산이 크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이들은 전 의원이 경기 안산상록갑 지역구 재선 의원이며, 또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경험이 있는 것을 근거로 불거진 주장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꼼수’ 아닌 ‘고육지책’”

이 지사 측은 지난 1일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와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 등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이를 두고 ‘이 지사가 임기를 늘리기 위해 신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3심 판결은 오는 12월5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지난 4일 “재판이 이것(위헌심판 제청 신청) 때문에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불법인 상태로 도지사직을 유지하기 위해 부린 꼼수가 아니라 필요한 일이었다”고 부인했다. 

경기도청 관계자 역시 ‘시간끌기용 꼼수’가 아니냐는 물음에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그동안 대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인용률은 2~3% 정도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제청 인용을) 기대하면서 재판 끌기를 위한 꼼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청을 한) 궁극적인 목표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받아들여져 위헌 요소가 있는 법률이 고쳐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확실히 인지하게끔 하는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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