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영상에 ‘가짜뉴스’ 댓글 도배 논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 캡처]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지난 1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에서는 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2년 6개월 등 총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50)씨 일당이 지난 2016년 12월 4일부터 2017년 2월 1일까지 ‘킹크랩’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기사 7만6000여 개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 개의 공감·비공감 8840만1200여 회를 조작하는데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여론 조작은 엄연한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에서 ‘드루킹 사건’과 유사한 조작을 의심케 하는 ‘유령 계정’의 댓글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 채널 ‘신의한수’와 최근 개봉한 영화 ‘신의 한 수’ 혼돈한 듯
“사람이 직접 댓글 달았다면 헷갈리기 어려워” 지적

문제는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이하 신의 한 수) 홍보 동영상에서 불거졌다. 신의 한 수는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다. 해당 영화의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자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꾸준히 신의 한 수의 예고편과 홍보용 영상 등을 게재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이 영상들에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수 십 개씩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 계정은 ‘가짜 뉴스’, ‘인권 침해’, ‘이런 거 믿는 사람들은 토구(토착왜구의 줄임말)나 다름없다’, ‘fake news’, ‘disinformation’ 등 한국어와 영어를 가라지 않고 댓글을 도배했다. 결국 CJ엔터테인먼트 측은 댓글 도배 상황이 심각한 몇 개 영상에 대해 댓글 제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KBS가 보도한 ‘신의 한 수 선두, 터미네이터, 82년생 김지영 순항 중’이라는 제하의 기사에도 ‘fake news’라는 댓글이 붙었다. 이런 댓글이 많이 달릴 경우 유튜브를 운영 중인 구글 본사에서 영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수익 창출 제한 조치인 ‘노란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의 한 수’와 ‘신의한수’

영화 홍보 영상에 ‘가짜 뉴스’라는 댓글이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같은 명칭을 쓰는 보수 성향 채널 ‘신의한수’를 겨냥한 매크로 댓글이 실수로 잘못 달렸을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사람이 직접 댓글을 달았다면 시사채널과 영화 홍보 영상을 헷갈리기는 어렵다. 혹은 외국인이 포함된 ‘댓글 알바’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마치 ‘드루킹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 유튜브에서 재현된 것이다. 특히 ‘신의한수’는 구독자가 112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보수 성향 채널이다. 영상의 평균 조회 수가 20~40만에 달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에 일각에서는 친여 성향 네티즌들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활동 범위를 분석해 보면 악성 댓글 게시가 상당히 조직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상황을 목격한 네티즌들 역시 프로그램 존재 의혹을 제기했다. 한 네티즌은 “가짜뉴스라는 댓글이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해 조작 도배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며 “댓글 부대가 존재하는 게 아닌지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지순례 왔다”며 집권 여당을 비꼬는 댓글도 달려 네티즌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의 한 수’라는 제목이 붙은 다른 영상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며 조직적 악성 댓글의 존재를 부정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꾸준히 제기된 ‘보수 유튜버 죽이기’ 의혹

보수 성향 채널에 대한 공격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일 40여 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이 모인 ‘자유 유튜버 연대’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이 ‘노란 딱지’를 통해 언론 검열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 유튜버 연대에는 이번 악성 댓글 사건의 주인공인 ‘신의한수’와 ‘펜앤드마이크’, ‘황장수 뉴스브리핑’ 등 구독자가 수십만에서 100만 이상에 달하는 주요 유튜브 채널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자유 유튜버 연대는 “구글이 노란 딱지를 부여해 광고 수입을 감소시키고, 심하면 유튜브 운영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면서 “과거 독재 정부 때 있었던 광고주 압박에 의한 언론 탄압과 같은 것이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란 딱지 정책의 정확하고 세밀한 발부 기준과 발부 절차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인공지능(AI) 로봇이 어떤 방식과 자료로 학습해 정치 유튜버에 노란 딱지를 발부하는지 알고리즘과 소스를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노란 딱지는 도박이나 약물, 성인물 등의 내용이 포함된 콘텐츠에 붙는 아이콘이다. 노란 딱지가 붙은 동영상은 광고 수익이 10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친다.
자유 유튜버 연대 소속 유튜버들은 “시험 삼아 아무 내용도 없는 영상을 올리거나 애국가 가사를 낭독하는 영상을 게재해도 노란 딱지가 붙는다”고 주장했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올리는 영상마다 거의 100% 노란 딱지가 붙는다”면서 “재검토를 요청해도 10% 남짓 살아남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신인균의 국방TV’ 신인균 대표도 “지난 9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 뒤 노란 딱지가 붙기 시작했다”며 “지난달부터는 모든 영상에 붙고 있다. 구글의 블랙 리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유튜브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면서 점차 성장했다”면서 “인기가 많아지면서 이용자 못지않게 광고주의 목소리도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곳에 광고를 게재하고 싶다는 광고주의 뜻 때문에 노란 딱지가 제한적으로 붙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란 딱지’ 기준, ‘유령 계정’ 현황 공개” 주장

보수 유튜버에 대한 노란 딱지 발부와 유령 계정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악성 댓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일각에서는 구글이 세부 기준이나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튜브의 파급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뉴스 못지않은 힘을 가지게 된 유튜브 측이 이러한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비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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