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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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대북사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사업이 오는 18일 초라한 21주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매년 열리는 금강산 관광 남북공동행사도 올해는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요구를 계기로 관광 재개를 위한 '창의적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북측의 대남 강경 태세에 답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오는 18일은 남북이 금강산 관광 및 개발 사업에 합의한 이후 첫 관광객 826명이 관광선 금강호를 타고 북한 장전항에 입항해 금강산을 방문한 지 21년이 되는 날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이후 관광 경로, 범위 확장과 함께 활성화되며 누적 관광객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었지만 2008년 7월 관광객 박모씨 총격 피살사건 발생으로 중단됐다.
 
관광 재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북측은 2010년 4월 남측 자산 몰수·동결과 2011년 4월 현대아산 독점사업권 취소 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금강산 재개에 대한 기대는 이산가족, 관광 사업자, 강원 지역 등을 중심으로 있어 왔지만 올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금강산 재개'를 거론해 더욱 높아졌다.
 
북한이 내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종료 및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경제 발전 성과를 만들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금강산 관광사업을 그런 기회 중 하나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측이 대남 교류협력 차단 방침을 세운 뒤 경제적·인도적 협력에 일절 응하지 않는 등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이어가면서 기대감은 낮아져 갔다.
 
그러던 지난달 23일 김 위원장이 돌연 금강산 현지지도에 나서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고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김연철 통일부장관.[뉴시스]
김연철 통일부장관.[뉴시스]

 

북한은 그로부터 이틀 뒤 문서교환 방식으로 철거 일정을 정해 남측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 철거를 공식 요구했다.
 
정부는 이에 관광 재개를 포함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방침 아래 북측에 실무회담과 공동점검단 방북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지난 11일 문서협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철거하겠다는 최후통첩 의사를 보내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날 "금강산을 우리 식으로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보란듯이 훌륭하게 개발할 것이며 남조선이 끼여들 자리는 없다"면서 독자 사업 추진 의사를 재차 밝혔다.
 
한편으로 "남쪽의 위정자들은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여야만 실효적인 관광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얼빠진 소리를 하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과 비핵화 협상을 연계하는 우리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도 제기했다.
 
북한이 남측 시설 철거 요구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독자사업 추진인지,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금강산 관광을 조속히 재개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 16일 금강산 사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측 입장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북이 만나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남북 합의에 의한 해결 원칙을 고수하면서 북측에 우리측의 대면·방북 협의 요구에 응하라고 거듭 밝혔지만, 북측이 대남 불신 기류가 강해 물꼬를 트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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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이 언급한 금강산관광 시설 철거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김 장관이 17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행정부 인사들과 만남을 갖고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미측의 이해를 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싶어하는 미국의 기본 입장을 고려할 때, 대량 현금 유입을 통한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금강산 재개 논의가 이뤄지기란 어렵다는 전망도 공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 당국 간 협의가 어렵다면 민간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매년 북한에서 열리는 금강산 사업 기념 남북공동행사를 계기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전격 방북할 거라는 관측이다.
 
다만 21주년을 목전에 두고도 통일부가 현 회장의 방북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있어 올해 공동행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현 회장이 방북 논의를 진행하더라도 극비에 추진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강제 철거까지 시사한 만큼 협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비해 금강산 관광 사업자들이 투자한 시설에 대한 재산권 보호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금강산 사업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북측에 협의를 촉구하면서 해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남·북·미,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금강산 문제의 해법은 아직 안갯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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