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약점이 잡혀 꼼짝 못한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 발사 등의 도발을 12차례나 강행, 우리 안보를 위협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와 유엔 대북제재결의 위반이기도 하다. 김은 남측이 건설한 금강산 관광 시설에 대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한 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했다. 더 나아가 북한측 관영매체들은 문 대통령에 대해 ‘세치 혓바닥 장난’ ‘후안 무치의 극치’ ‘반역적 행태’라며 조폭 꾸짖듯 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북한에 항의 한 번 못하고 도리어 대화만을 구걸한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약점을 잡힌 탓이다. 문 대통령의 약점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성급히 보증해 준 데 있다.

문 대통령은 김과 대화하면 북핵을 폐기할 수 있고 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믿는다며 보증성 발언을 여러 차례 되풀이 했다.
김은 문 대통령의 성급한 비핵화 단정을 역으로 이용한다. 김은 핵 실험을 재개하게 되면, 문 대통령의 비핵화 장담이 거짓으로 판명돼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계산한다.

김은 이 약점을 잡고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해제해 주지 않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주지 않는다면 핵실험을 재개, 문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매장시켜버릴 기세로 압박한다. 문 대통령은 섣부른 비핵화 단정으로 김에게 발목이 잡혔고 김이 핵 실험을 재개할까 두려워 김의 비위를 거스르지 못하며 절절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에게 꼼짝 못할 약점을 잡혔다. 트럼프도 문 대통령처럼 북핵완전 폐기를 성급히 단정했다. 그는 작년 6월12일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트위터에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확언했다.

이어 그는 “내가 취임하기 전 사람들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 그런 일은 더 이상 없다. 오늘 밤은 푹 주무시길!”이라고 했다.

그 후 트럼프는 김정은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해도 “싱가포르 합의 위반이 아니다”며 김을 감쌌다. 그는 김정은이 “똑똑하기 때문에⋯ 친구인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을 치켜세워주면 김이 순진하게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친구’관계를 과시하며 김의 핵실험 중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을 내년 대통령 선거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려 한다.

하지만 김정은은 트럼프의 경솔한 비핵화 단정과 대선 외교업적 과시 의도를 간파하고 거꾸로 트럼프에 대한 대북제재 해제 압박 고리로 이용한다. 김은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하게 되면 “더 이상 북핵 위협이 없다”던 트럼프의 장담이 거짓으로 판명돼 재선에 걸림돌이 된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김은 트럼프가 대북 제재를 풀지 않으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겁박한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시간을 끌자, 김은 지난 달 김영철 로동당 부위원장을 시켜 “시간 끌기를 하며 올해 말을 넘기려 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관계”라고 협박했다. 대북 제재를 올 해 안에 해제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공갈이었다.

트럼프와 문재인은 북핵 폐기를 경솔하게 단정했다가 김정은에게 묶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섣부른 비핵화 속단이 실수였음을 통감해야 한다. 두 사람은 김에게 약점을 잡혀 대북 제재를 풀어주거나 끌려 다녀선 안 된다.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들이 장담했던 대로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하고 북핵 위협 없이 밤잠을 푹 주무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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