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황신영 원장의 안과 이야기] 필자가 예전에 근무하던 병원에서의 일이다. 종합병원이였고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마침 그날은 필자가 당직을 서던 날이였다. 당직실에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환자의 상황을 설명하는 의사의 말에 따르면 한 50대 초반 정도 되는 여성인데 눈이 매우 아프고 뿌옇게 보이며 두통과 구역질까지 동반한다고 하였다. 특별한 수술 기왕력은 없다고 했다. 한밤중에 이런 연락을 받았을 때 안과의사가 반드시 물어보는 것이 있다. 응급실의 의사는 안과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는 아니기 때문에 체크하지못했을 수 있지만 눈이 갑자기 아프며 특별히 구역과 두통을 동반하고 시야가 뿌옇게 될 경우 강하게 의심되는 질환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어두운 방에서 엎드려서 뭔가를 보거나 하지 않았나요?”
“어두운 방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을 듣고 나니 아직 환자를 보지도 않았지만 어느정도 감이 오는 듯 했다. 바로 오늘 다룰 주제인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다. 바로 안과로 불러서 이런저런 치료를 하고 해결을 해주었는데 여담이지만 그 환자는 아직까지도 필자에게 진료를 보고 있다.(심지어 필자가 옮긴 병원까지 와서)
녹내장이란 질환은 안과에서 꽤나 골치 아픈 질환이다. 관련 학회도 아주 많으며 무엇보다도 완치가 되는 녹내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치료보다는 조기 발견 및 증상악화를 막기 위한 유지치료가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녹내장 교과서에 나오는 녹내장의 정의에 따르면 “시신경병증으로 인하여 특징적인 시신경의 형태학적 변화와 그에 따른 시야결손의 기능적 변화를 보이는 질환들의 총칭”이라고 되어있다. 즉,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으로 인한 시신경의 손상으로 보이는 시야가 손상되는 질환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녹내장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하면 고안압을 생각할 수 있는데 물론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안압만 높다고 무조건 녹내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안압증 같은 경우는 안압만 높고 시신경 손상은 없는 상태이다). 또 안압이 정상이라도 시신경 손상이 점점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정상안압 녹내장이란 질환이다). 
우리 눈 안에는 물이 있다. 눈 밖에도 물이 있는데 그것은 흔히 말하는 눈물이고 눈 안에 있는 물을 우리는 방수(aqueous fluid)라고 부르며 이 방수는 적절한 안압(10~20mmHg)을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발생한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각막이나 수정체에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혈관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방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방수는 모양체(ciliary body)에서 생성되어 수정체(lens)앞을 지나 동공(pupil)을 통해 전방(anterior chamber)를 통해 나오고 섬유주(trabecular meshwork)에 있는 전방각(angle)을 통해 85~90%가 배출되고 또 포도막공막을 통해서도 10~15% 정도 배출이 된다. 

 

이러한 기본 구조를 이해하면서 녹내장을 크게 분류를 해보면 우선 방수가 순환되는 전방각의 폐쇄가 동반되는 폐쇄각 녹내장(angle closure glaucoma)와 전방각의 폐쇄는 없지만 방수 유출의 결함이 방수 유출로(섬유주근처)에 있는 경우 개방각 녹내장(open angle glaucoma)로 부른다. 그리고 근원 질환에 따라 원발성, 이차성 녹내장으로 나누기도 한다.
녹내장의 특징 중 하나는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질환들은 대부분 질환 발생시 초기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맹장염이라고 한다면 배가 아프다든지 위염이라면 속이 쓰리고 위액이 역류한다든지 하는 증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없다. 중기 말기를 지나서도 중심 시야는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잘 안 보이지?’하고 느꼈을 때는 이미 심한 시신경이 손상된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가족력이 있거나 만 40세 이상일 경우 안과에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서 미세한 시야 손상을 확인해서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적절한 약물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 안과에서는 안압검사, 시야검사, 시신경유두 및 시신경섬유검사, 우각경 검사등을 통해 전반적인 검사등을 시행하게 된다. 또한 한번 손상된 신경은 다시 회복되는 일이 없다. 물론 녹내장에  걸렸다고 해서 바로 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녹내장의 정의가 바로 시신경의 손상이기 때문에 그때부터 시신경의 손상은 시작되는 것이다. 적절한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추거나 유지 시킬 수는 있지만 다시 회복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가장 중요한 질환이다.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이미 알려진 요인들은 최대한 회피하는 것이 좋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경우나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등 혈액 순환이 불량한 경우, 고도근시의 경우 등에서는 반드시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 녹내장은 백내장과 달리 수술로 치료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주변에서 녹내장 수술을 했다고 하면 이미 말기나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눈을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

<윤호병원 안과원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