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인 저자는 대학졸업 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중앙인사위원회, 국회 등 쉽게 가볼 수 없는 국가기관에서 다양한 국정경험을 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운명과도 같이 아무런 목적 없이 무작정 홀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1123일에는 출판기념회도 개최한다.

13일간 제주올레길 1코스에서 12개 코스를 걷고 또 다시 짐을 싸서 8일간 안나푸르나를 걸었다. 저자는 신기하게도 길을 걸은 만큼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발걸음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머리는 회고적이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역사를 지닌 제주섬에서 저자는 루게릭병에 걸려서도 마지막 죽는 날까지 아름다운 제주를 카메라에 담았던 김영갑 작가를 만난다. 깎아 지르는 절벽밖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밤섬에서는 머나먼 타국 땅 고려에서 난을 일으켰다가 죽어간 몽골인 목호들의 넋을 달래준다.

제주 올레길 12코스를 다 걷고 열이틀째에는 폭풍과 폭우를 뚫고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오르며 제주 올레길 걷기여행을 마친다. 열사흘에는 바로 순천 송광사에 도착해 불일암을 찾아나선다. 불일암에서 스님 한 분을 만나 법정의 저서 <인연 이야기>라는 책까지 받는다. 자신의 등뼈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말을 되새긴다.

안나푸르나 걷기여행은 히말라야의 관문도시인 포카라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마음과 육신을 의탁할 수 있는 신을 만나기 위해 빗속을 천천히 걸었다. 여드레를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가 신이 내린 노천온천에서 그동안 쌓인 피로와 마음의 때를 싹 풀었다.

여행객들을 상대로 벌꿀을 팔고 있는 장애인 아들을 둔 네팔 여인을 만난다. 세상 모두를 가진 것처럼 행복한 모습인 네팔 모자(母子)는 풍요의 신 안나푸르나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요, 희망은 예수님이다.

저자는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여 네팔 안나푸르나 B/C와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을 다녀왔으며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등반을 계획 중이다.

저자는 제주 올레길, 한라산, 불일암을 걸으며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다. 또 안나푸르나 걷기 여행을 통해 고승들이 왜 힘든 고행 길을 떠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제주 올레길과 안나푸르나를 걸으며 썼던 일기와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40대 중반 남성이 홀로 걸으며 고민하고 생각했던 진솔한 얘기로 40~50대 남성들에게 권하고 싶은 여행서다.

저자는 살다가 지쳤을 즈음, 꼭 올레길을 걸어보라고 권한다. 걸으면서 바다도 보고, 오름도 오르다 보면 모든 문제가 스스로 해결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제주는 인생의 시작뿐 아니라 중간에도, 결말에도 반드시 와야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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