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 패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각본 없이 120분 동안 직접 국민과 소통을 나눴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문제에는 사과 의사를 밝혔다. 최저임금, 주52시간제 시행 논란과 관련해서는 보완이 요구된다고 시인하면서도 정책의 방향성은 옳다는 점을 피력했다. 임기 후반기에는 ‘대국민 소통’이 국정 운영의 키 포인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MBC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이날 프로그램은 300명의 국민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이에 문 대통령이 대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번 방송은 사전에 준비된 질문도, 각본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손을 들고 때로는 큰 목소리를 내는 등 문 대통령을 향해 앞다퉈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다양한 질문이 나오면서 방송은 당초 예정됐던 100분을 훌쩍 넘겨 약 120여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패널들도 있었지만 정부 정책에 비판하는 패널도 있었다. 인사 문제와 외교·안보, 경제, 사회 분야의 다양한 정책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실책이 있던 부분에는 이를 시인하고 솔직하게 사과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등 논란이 있었던 일부 정책들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문제는 참으로 곤혹스럽다”며 “여러 번에 걸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문제는 제가 그 분을 지명한 그 취지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그것이 많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갈등을 주고 국민들을 분열시키게 만든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 정부 전반기 동안 개진했던 정책들의 방향성은 긍정적이며, 임기 후반기에는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일자리, 경제, 국민 통합 등의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알고 있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얼마나 나아갔는지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나 임기 절반 동안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기반을 닦았고, 지금 드디어 싹이 돋아나고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반에는 보다 확실하게 성과를 체감하고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 나간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진보·보수 진영이 대립각을 세워 주요 개혁 과제와 정책들이 발이 묶인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도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민주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는 일인데 진보·보수 이념 간 문제처럼 다뤄지면서 각각 거리에서 다른 집회들을 하는 것을 보면 참 답답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집권 후반기에는 조국 사태로 인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공정성 회복’을 위해 각별히 노력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에 있어서의 공정의 문제, 또 조국 장관을 통해 한 번 더 부각이 된 교육에 내재돼 있는 불공정한 요소들을 해결하지 못한 실망감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더 각별하게 노력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집권 후반기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나가겠다”며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있어 대국민 소통을 우위에 두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 역시 현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국민 통합을 일구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준비됐다. 방송이 각본 없는 형식으로 준비된 것도 이러한 요인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민식이 엄마’에서부터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 북한이탈주민, 다문화 가족 부부, 고등학생 등 다양한 패널들이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예정된 방송 시간은 오후 8시부터 100분이었지만 질문이 쉬지 않고 이어지면서 오후 10시 가까이 돼서야 방송이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20여개의 질문을 받았지만 질문을 하지 못하고 패널이 더 많았다. 또 국민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국민들이 보내 준 질문지는 1만6034장에 육박했다. MBC는 이 질문지들을 수레에 실어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보내 준 질문을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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