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법’이 진통 끝에 통과됐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최순영(53·비례대표) 민주노동당 의원에겐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법안이다. 최 의원은 10여년 전 부천시의원일 때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급식조례제정 활동을 하는 등 학교급식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 왔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에도 학교급식법개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던 터다.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난 최 의원은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며 보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국회의원 문제의식 부족해

그동안 최 의원은 급식운동단체와 함께 국회 회기가 열릴 때마다 기자회견 등을 열어 학교급식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국회 문턱이 닳도록 호소하였는데도 호응은 없었다. 민생법안을 무시하고 당리당략에만 급급한 정당운영, 국회운영도 법개정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을 위해 교육위를 파행시켰기 때문에 학교급식법을 비롯한 법안들이 표류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국회의원들의 학생건강과 학교급식에 대한 문제인식이 부족했다는 것. ‘무관심’이다.

한편으로 초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자 사후 약방문으로 법개정 논의를 시작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 최 의원은 이번 법 통과의 일등공신은 ‘식중독피해학생’과 ‘국민여론’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민의의 대변자를 자임하는 국회의원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숙원사업이었던 학교급식법이 통과됐으나, 마음은 벌써부터 바쁘다. 정부안을 골격으로 한 이번 법안이 국민의 요구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교육부에 위임한 식재료 품질관리기준과 조건의 구체화 ▶현 지자체 지원에서 국가 재정지원으로 확대 ▶유치원까지 급식대상에 규정 ▶순차적으로 무상급식 운영 등의 문제가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숨 가빴던 지난 2년이다. 최 의원은 “2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개원 첫날이 어제 같다”며 17대 국회 상반기를 정리했다. 최 의원은 교육위와 여성위를 맡아 활동했다. 국회 내 어떤 사람들은 그를 향해 “남들 8년 할 일을 2년 동안 했다”고 까지 했다. 가장 최근엔 사립학교법을 통과시켰고, 지금까지 ‘무상교육’으로 가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데 전념했던 지난 2년이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역시 오랫동안 시민단체와의 논의를 통해 준비해 왔다. 장애인교육지원법의 경우 헌정사상 초유라 할 299명이라는 의원의 동의를 얻어 대표발의했다.

전대미문 국감자료 2톤 분량

국회에 입성하기 전 여성단체에서 활동한 특기(?)도 살려야 했다. 최 의원은 일하는 여성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특히 저출산 문제는 모든 여성문제와 교육문제의 출발점이다. 공공보육의 지원 강화, 비정규직 여성의 권리와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실태 조사도 했다. 하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50년 만에 국회에 입성했지만, 감격과 함께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최 의원의 무거운 책임감은 전대미문의 사건도 남겼다.

2004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경북교육청에서 2톤 트럭 분량의 자료를 요구했던 것이다. “학교 기자재 구입과 관련, 부정과 청탁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많은 양의 자료를 교육청으로부터 넘겨받았는데, 당시 ‘업무 과중’이라고 공무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두 달간 분석해 결국 부정과 청탁 관행의 고리를 끊는데 일조했다.” 현장에서 서민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그것을 정책으로 만드는 순간은 그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뜻 깊은 순간들이었다. 힘든 과정이었던 만큼 보람도 컸다.

그 중에서도 최 의원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법안은 지난 3월 대표발의한 ‘학생인권법안’이다. 법안을 발의하고 난 후 청소년들의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폭발적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거대한 소수’ 민주노동당

지금까지도 학생들이 최 의원의 미니홈피에 들어와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학생은 강제야간자율학습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먹고 화장실도 자유롭게 가면서 공부하고 싶다”는 한 학생의 글은, 최 의원의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한 남학생은 자신은 미용을 공부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자신의 머리모양조차 선택할 수 없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학생인권법 통과를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나요?” 등을 묻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최 의원은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초등학생 체벌 동영상 파문을 거론하며 “요즘 많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하는데. 청소년들이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에 대해 스스로의 일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지난 2년이지만, 최 의원에게도 아쉬움은 크다.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이 9명뿐이라는 현실적 제약이다. 소속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어려움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최 의원의 경우 교육과 여성 분야의 모든 사안들과 현안에 혼자서 뛰어다녀야 했다. 그야말로 ‘일당백’이다. 최 의원에겐 가능했던 이유도 분명하다. 민주노동당 소속 9명의 의원 뒤에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뛰었기 때문이라는 것. 최 의원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거대한 소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 학생인권법안이란?학생 체벌과 일체의 차별 ‘금지’

최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생 체벌과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생인권법안이다. 최 의원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학생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면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12년을 보낸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게다가 정부는 학생들의 인권에 대해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최 의원의 설명이다.

학교운영 자체도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군대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학생회의 법제화와 민주적 참여보장, 인권 실태 조사와 인권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 의원은 “지난 3월에 발의했으나, 학생인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부족, 또 당리당략만 우선시하는 정치논리 속에서 소중한 법안이 잠자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교육주체들은 지난 5월 학생 인권과 건강권·자치권을 보장하고 입시경쟁 구조완화를 위한 아이들 살리기 운동을 사회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그 본격적 실천의 하나가 바로 학생인권법안 제정 운동이라는 최 의원의 지적이다. 최 의원은 요즘 학생인권법의 9월 정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청소년 위원회와 학생단체, 교육사회단체와 함께 학생인권 박람회 등의 사업을 계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최 의원은 “학생들과 국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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