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건설사, 서울시·국토부에 ‘혁신설계는 아이디어 차원의 참고용 자료’ 답변

건설사 홍보요원, 조합원 개별 접촉해 ‘혁신설계 무조건 보장’ 불법홍보 지속

정부가 국토교통부, 서울시, 감정평가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을 꾸려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한 특별점검을 진행한 가운데 ‘혁신설계’를 놓고 정부와 조합, 건설사의 숨바꼭질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합동점검에서는 다양한 이슈사항 중에서도 특히 ‘혁신설계’에 대해 강도 높은 점검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혁신설계 제안은 엄연히 불법이다. 한남3구역 조합이 배부한 입찰참여안내서에는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 안에서 제안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를 위반할 경우 ‘발주자는 해당 입찰자의 입찰을 무효화하고 입찰 보증금은 발주자에게 귀속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서도 ‘건설업자 등은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의 범위에서 대안설계를 제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30일 시공사의 허위·과장 홍보와 공사비 부풀림 등 위법행위를 방지하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의 권익보호 장치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

▶ 참여 건설사, “혁신설계는 아이디어 차원 참고용 자료일 뿐 유효한 제안 아니다”

한남3구역 조합은 D사와 G사가 제시한 혁신설계가 서울시 기준 및 조합 입찰지침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지만, 각 사들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D사와 G사 담당자에게) ‘혁신설계는 위법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출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이들 건설사는 합동점검 중에도 서울시와 국토부의 동일한 질문에 ‘혁신설계 기준의 물량내역서, 설계도면도 제출하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의 참고용 자료일 뿐’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설계는 단순 아이디어 차원의 참고용 자료일 뿐, 유효한 제안내용이 아니라는 게 이들 건설사의 주장이다. 이에 조합도 혁신설계를 배제한 대안설계 기준으로 비교표를 작성 및 날인하였으며 조합원들에게 이를 배포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남3구역 전경
한남3구역 전경

▶ D사·G사 홍보요원, 조합원 개별접촉 ‘혁신설계 불법홍보’ 지속

D사와 G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양사가 혁신설계 관련 불법 홍보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D사와 G사의 홍보전담 인력인 OS(Outsourcing) 요원들은 입찰 전부터 합동점검이 끝나 결과를 기다리는 현재까지도 혁신설계 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조합원들에게 홍보 중이다.

혁신설계 불법홍보는 한남3구역 조합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조합원은 “(혁신설계와 관련해) 대외적으로는 아이디어 차원의 참고용 자료였다고 말하면서 조합원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홍보요원들은 여전히 ‘혁신설계 인허가 책임보장’과 ‘혁신안 설계 적용 시 조합원 추가부담 없음’ 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D사와 G사가 정부와 조합에는 위법사항이 없다고 발뺌하면서 조합원 개별홍보 및 홍보물에서는 ‘혁신설계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져 주겠다’며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H사 혁신설계, 아이디어 차원으로 법적 문제없다는 의견 지배적

최근 한남3구역 조합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H사의 혁신설계와 관련해서도 D사, G사와 동일하게 공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사는 입찰 전부터 혁신설계(안)을 만들어 놓았지만 조합의 입찰참여안내서와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 위반하지 않기 위해 혁신설계가 아닌 대안설계 기준의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현재 D사와 G사의 혁신설계가 물량내역서와 설계도면이 없는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라면 H사의 혁신설계 또한 아이디어 차원의 내용으로 봐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대다수 조합원들이 앞서 D사와 G사의 혁신설계를 확인한 만큼 H사의 혁신설계도 공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총회가 다음달 15일로 다가온 가운데 참여 건설사들이 이달 28일 개최되는 1차 합동설명회에 어떤 내용들을 담을 지 조합원뿐만 아니라 국토부, 서울시 등 관계 기관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D사, G사의 핵심제안으로 손꼽히는 ‘혁신설계’를 조합원들에게 공공연하게 홍보를 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밑그림에 불과한 혁신설계가 아닌 대안설계를 기준으로 사업조건 및 상품특화를 집중 비교·분석하고, 최적의 조건을 제안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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