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친문 진영에서 나오는 ‘이낙연 구원투수론’의 속내는 이해찬 독주를 막기 위한 친문의 전략적 선택이다. ‘남의  말을 잘 안듣는 외골수'이자 친노 좌장인 이 대표가 총선 전면에 나설 경우 플러스 보다는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온건 중도성향의 이 총리와 함께 투톱체제로 가야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이 총리가 총선 간판으로 나설 경우 친문 콘크리트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 진영 표까지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최대의 강점이다. 또한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구국민의당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호남표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친문의 이낙연 카드는 이 총리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하다. ‘최장수 총리’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세 없는’ 이 총리 입장에서 당에 서둘러 복귀해 세력을 키워야 하고 차기 당권이든 대권이든 나서기 위해서는 주류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최근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 역시 이 총리의 당 복귀 발걸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친문의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사실 이 총리의 최대 고민은 총리직을 사임하고 세종과 종로 중 어느 지역에 출마를 하느냐였다. 총선 역할론은 그 뒤다. 이 총리 입장에서는 내심 ‘정치1번지’ 종로 출마를 원했지만 이 지역은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이 터를 굳건하게 잡고 있는 데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임 전 실장까지 종로 선거전에 가세해 출마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보니 나온 게 공무원이 몰려 있는 세종 출마설이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이 총선 출마를 접으면서 숨통이 틔게 됐다. 임 전 실장이 물러나고 ‘종로 출마 고수’ 전략을 구사해온 정 의원에게 불똥이 튀면서 두 사람 모두 2선 후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을 꿈꾸던 정 의원 입장에서 임 전 실장의 불출마는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출마를 고집하기가 어렵게 됐다. 여권에서는 금명간 정 의원의 향후 거취가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리의 또 다른 고민인 총리 후임자 역시 청와대가 적극 물색하면서 곧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이 총리는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이 높은 지역구 출마와 함께 이해찬 대표와 전국 유세를 다니면서 차기 당권.대권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이 총리가 최근 민주당 사무처 고위당직자와 만찬을 가진 것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이해찬 대표다. 이 대표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한 친문의 견제에 기분은 언짢을 수 있지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할 처지는 아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데다 대권주자도 아닌 상황에서 총선이 끝나면 물러나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양 원장의 수족같은 이철희 의원을 1차 총선기획단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소극적 저항을 하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이 이 대표에 쓴소리를 한 점도 총선기획단 배제에 영향을 줬지만 막후에 양 원장이 ‘이해찬 총선 체제’로 승리가 어렵다는 비토 정서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게 친문 진영의 시각이다. 결국 친문 진영의 이낙연 구원투수론의 핵심은 이 대표의 총선 독주를 견제하고 이 참에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당에 끌어들이기위한 ‘이이제이’ 성격이 강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