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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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총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등이 내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의든 타의든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도로공사·주금공·국민연금·중진공·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이다. 

대부분은 현재까지 출마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그들은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아직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기관장직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또한 직무대행 체제의 법적 한계 탓에 공단의 신규 사업 추진은 사실상 중단됐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요서울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 의사를 밝힌 재계 인사는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본다.

 도로공사·주금공·국민연금·중진공·가스안전공사 등 출마설
 임기 끝나기 전 사퇴 논란...해당 공사 신규사업 추진 등 올스톱

복수의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총선 출마를 위한 행보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흥행에 스타 기업인으로 주목받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중기벤처부장관 후보로 거명됐고 4차산업 혁명위원회 위원장직을 연임했다.

장 의장은 4차위 2기 활동을 결산하면서 3기 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휴식하겠다는 뜻을 표했기 때문에 정치권에 입문하지 않고 크래프톤의 코스피 상장 준비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스타성과 인지도가 있어,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장 둘러싼 정치 공방 가열 
 
20대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갑 지역구에 출마했던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차관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하태경 의원과의 리턴 매치를 벼르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차기 KT 회장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고 있다.

이 외에 아프리카TV 창업자인 문용식 정보화진흥원장,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장, 유정아 IPTV 협회장 등이 여권 소속으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물들로 알려진다.

허언욱 행안부 안전정책실장(1급)도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허 실장을 영입하기 위한 민주당의 움직임이 있었고, 마침 허 실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로 관측된다. 

1964년생인 허 실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울산시 기획관, 문화체육국장, 경제통상국장, 주독일 공사 및 총영사를 거친 뒤 울산시 행정부시장 등을 지냈다. 민주당에서는 울산에 비중 있는 외부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허 실장을 중구 선거구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에서 허 실장 이외에도 울주군에 차관급인 김영문 관세청장, 남구갑에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의 외부 인사를 영입해 ‘보수 텃밭’인 울산지역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전북지역에서는 출마가 유력시되는 공공기관장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전북 지역 매체들은 내년 총선에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 공단 이사장,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3명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직 중소벤체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전주을 출마가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 설 명절 때 같은 지역 소속 일부 지방의원들에게 이스타 항공 직원이 이사장 명의로 명절 선물을 보내고, 지난 4월엔 책을 선물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공단 측은 이와 관련해 "과거에도 포상금을 받아 사회복지관 등에 여러 차례 기부했고 이번에도 부서 포상금의 일부를 기부한 것"이라고 김 이사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전주병 출마가 예상되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총선과 관련해 생색내기 지역구 행사 참여 논란이 일었다. 공단 직원들이 포상으로 받은 상품권을 관내 경로당에 전달한 데 대해 평화당은 “선거구 노인정에 상품권 100만 원어치를 제공한 것은 명명백백한 공직선거법 제114조 기부행위 제한 위반에 해당한다”며 “그간 수많은 기부, 음식 대접, 선심 관광 의혹들에 비춰볼 때, 철저히 기획된 선거운동의 일환”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남원·순창·임실 선거구 출마가 유력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가족들이 도공 가로등 교체 사업의 핵심 부품을 독점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장 측은 “사실 왜곡에 따른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로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라며 사실무근을 주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 때문에 야당들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당의 반성을 촉구했다.

 
기관장직 경력 관리용 활용…. 부정적 시선도 
 
갑작스러운 기관장 사임에 맞닥뜨린 기관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장 부재의 여파로 일부 공공기관은 신사업 추진이나 장기 사업계획 수립 등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가 안팎에서는 연말이나 연초 기관장 자리가 비는 공공기관이 20곳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기관장직을 경력 관리용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한 관계자는 "기관에 속한 고위임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것과 관련해 시선이 곱지만은 못하다"며 "기관장직을 경력 관리용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공공 개혁 차질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업무 연속성이 중요한 공공기관장 등은 임기 내 총선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치 참여는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사안이므로 법으로 규제할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편 20대 총선에서 13명의 기관장과 2명의 임원 등 모두 15명이 몸담았던 공공기관을 그만두고 여의도 입성을 위해 출마했다. 이들 중 6명이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자 코레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비례대표를 신청해 5순위로 당선,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직을 수행하던 신용현 의원도 비례대표 1순위를 받으며 국회에 입성했다.

박완수 의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그만두면서 논란이 됐다. 퇴임 이후 공석이 된 인천공항은 수화물 처리 지연으로 ‘수화물 대란’이 발생해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구의 탄탄한 지지기반을 통해 당선됐다.

한국공항공사 사장이었던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도 마찬가지다. 퇴임 직후 제주공항 폭설 사태가 벌어져 비판을 받았지만,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또 곽상도 의원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다 사퇴하고 출마해 당선됐으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원장이었던 김선동 의원도 중도 사퇴 후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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