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뜻 없어…모든 것은 당 지도부에 맡겨”

[일요서울 | 조주형 기자] 비판과 비난은 동전의 앞면처럼 작용한다. 현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은 일각에서 ‘막말 논란’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곡을 찌르는 발언’도 될 수 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평가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쓰라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통쾌할 수도 있다. 발언의 시기도 적시성이 가미되면 더할 나위없는 ‘평가’가 되지만 시기를 놓치면 무의미하다. 이것이야말로 대변인의 역량인 셈이다. 그래서 전(前) 청와대 대변인직을 거치며 ‘제1야당의 입’이었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만나봤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보수 우파 통합은 필수 사명…적전분열 극복하고 단일대오 이뤄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新)독재 체제가 4개 단계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집권 이후 언론과 사법기구를 장악해 체제를 통제한다. 종국에는 선거제도 개편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기반을 마련한다고 진단한다. ‘청와대의 입’이었던 민 의원은 신 독재 체제를 막고자 내년 총선을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총선 출마에 앞서 모든 것은 당 지도부에 맡긴다고 피력했다. 민 의원을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김성찬·김세연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당 쇄신으로 이어질지.
▲(총선 불출마 선언이)확대될 것이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여론의 추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적 쇄신의 척도가 정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께서 전부 다 나갈 것을 요구하면 모두 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천 기준 정립이다. 이길 수 있으면서도 공정한 공천 기준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당 지도부에 맡기는 심정이다. 이기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통해 쇄신해야 한다.

-재야에서는 한국당이 보수의 ‘빅텐트’가 돼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미워도 합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여론은 그렇게 말한다. 우선 순위는 바로 정권 교체다. 그러려면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 이기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 중도보수를 껴안는 희생이 필요하다.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을 합치는 것이 어렵지 않겠느냐는데 무능한 좌파 세력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분들이 미울 수 있지만 잡아넣은 세력은 좌파 세력이다. 적전분열을 극복하고 단일대오를 이루려면 손을 맞잡아야 한다. 보수우파 통합은 필수 사명이다.

-유승민 의원 측이 제시한 보수통합을 위한 세 가지 조건에도 있듯,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 보수 통합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해법은 무엇인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우리 시대가 들이켠 독배(毒杯)다. 시대가 따라준 독이 든 잔을 우리는 다 같이 마시고 말았다. 나는 탄핵 반대를 주장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탄핵 이후 어떻게 될지 자명했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탄핵이) 기정사실화 됐다. 우파는 우파대로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탄핵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일이 없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분열된 우파들도 입장이 있을 것이다. 탄핵을 찬성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할 말을 허심탄회하게 하면 된다. 과거에 대한 관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키를 갖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한마디가 이 사태를 푸는 큰 방향이 될 것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황교안-나경원 퇴진론과 함께 당 해체론까지 주장했다. 보수 통합을 위해 자유한국당이 우선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결국 진정에서 우러나는 쇄신과 자기 희생이다. 진정에서 우러나는. 진정성 있는 자기혁신과 희생. 시대가 요구하는 덕목이다. 이것이 선행돼야 통합에 속도가 날 것이다. 우선 김 의원의 결단에 대해서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다만, ‘당 해체론’은 잘 모르겠다. 모든 의원들이 다음 선거에 나가지 말라는 것인데, 여당 의원들한테도 요구한 건 아니지 않는가. 당을 해체하면 소는 누가 키우느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새집을 짓자는 조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오는 2020년 총선을 두고 ‘체제 선택 전쟁’이라고 한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지금은 신 독재 시대다. 바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독재다. 일단 카리스마로 집권 후 끊임없이 적폐로 몰아 공격한다. 이어 언론과 사법 권력을 장악하고 마지막으로 선거제도를 바꾼다. 이렇게 좌파 독재를 이룰 수 있다. 현 정권은 촛불혁명이라는 미명 아래 집권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수도 없이 적폐몰이를 했다. 결국 언론과 사법부가 모두 장악됐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면 정부 당국에서 나를 사찰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심었다. 이후 선거 제도를 바꾼다. 지금의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제도)에 실린 ‘연동형 비례대표’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모두 독재를 위해서다. 그 이유는 집권 기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그것이 도입되는 순간 자신이 던진 표가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르게 된다. 이것이 선거법 개정의 목적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이 함께 막아주셔야 한다. 

- 통상 10년 집권론이 그간 있었다. 차기 대선에서 보수 세력이 집권할 것으로 보는가.
▲ 모든 것은 총선에 달려 있다. 총선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대선을 말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반을 맞이하면서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현 정부의 집권 전반기를 평가해 주신다면.
▲이미 국민들께서 다 해 주고 계신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잘살게 됐는가. 일자리와 고용의 질, 빈부격차 등 모두 통계 조작인데 누가 믿겠는가. 외교도 다르지 않다. 중국 혼밥과 워싱턴 1분 회담, 등 총체적 난국이다. 북한과 국방은 또 어떤가. 북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고도화됐다. 이게 2년 반 동안 일어난 일이다. 나라를 단 2년 반 만에 해체 수준으로 이끌었다는 건 기적이다. 포퓰리즘도 큰 문제다. 세대를 거쳐 계속 갚아야 하는 빚으로 남게 된다. 경제 5위 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페론의 포퓰리즘으로 그저그런 나라가 됐다. 당장 자신에게 돈이 적게 들어온다고 하면 더 많이 돈 준다는 정권을 찍게 된다. 좌파 정권이 원하는 게 그것이다. 그렇게 50년 해먹겠다는 것인데 그 와중에 나라는 망해 갈 것이다. 바로 악마의 호흡이다. 이 정권의 나쁜 점이 바로 이것이다.

-막말 논란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내년 총선 출마 여부와 역할론은 무엇인가.
▲가장 큰 목소리로 비판해야 하는 사람은 대변인이다. 그래서 아프게 지적했다. 공천을 받는다면 지역에서 승리해 보수 집권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 크고 작은 전투와 전쟁에서 이겨 최종적으로 승리하겠다. 당이 이기도록 하는 데 주력하겠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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