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녹색 돌풍’ 국민의당 싹쓸이, 21대 총선 호남 민심 향배는…

[일요서울 | 강하늘 언론인]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각 정당들이 각 지역별로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는 가운데 특히 호남을 둘러싼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호남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득권을 유지하며 경쟁을 벌여 온 정치세력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쟁투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전국 선거 승리를 위해서도 반드시 승리를 해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호남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제3세력을 선택하게 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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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 ‘민주당vs다야(多野)’ or ‘민주당vs제3지대 신당’ 구도 판가름


호남은 역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에게 일관되게 표를 던지면서 ‘말뚝을 공천받아 꽂아 놓아도 당선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일당 독주체제가 이어졌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92%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후 노무현 정부 당시 각종 인사에서 호남 인사들을 소외시켰다는 ‘호남 홀대론’이 커지면서 ‘반문(반문재인)’ 정서는 거세졌고 결국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호남은 국민의당이 싹쓸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 해 뒤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호남은 다시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호남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호남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하면서 국민의당의 ‘호남 싹쓸이’ ‘녹색 돌풍’이라는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2월 2일 창당된 국민의당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서 ‘친문 패권’을 비판하며 탈당한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호남지역 의원들이 창당한 정당이다. 

20대 총선 ‘민주당’ 버린 호남 2017년 대선 ‘지지’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 총 28석(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가운데 광주 8석, 전북 7석, 전남 8석 등 총 23석을 획득해 완승을 거뒀다. 반면 전통적 텃밭에서 국민의당에 완패한 민주당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민주당은 전북 익산갑과 완주진안무주장수,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3곳에서만 겨우 승리했다. 전남 순천시와 전북 전주시을 두 곳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게 내줘야만 했다. 20대 총선을 통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여당 지위에 오른 것이고 민주당은 새누리당보다 1석을 더 얻는데 그치면서 호남의 야당 신세가 됐다. 

현재 각 정당의 호남지역 의석 분포도는 일부 의원들의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한 의원직 상실과 기존 정당들의 분열로 매우 복잡해진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바른미래당이 탄생했다. 통합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민주평화당을 창당했고 평화당은 다시 제3지대 창당을 추진하는 대안신당(가칭)으로 분열됐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에 합류하지 않거나 평화당의 분열 과정에서 이탈해 어느 정파도 선택하지 않고 정계개편 흐름을 관망하는 무소속 의원들의 존재까지, 호남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광주는 8석 가운데 민주당이 1석, 바른미래당 3석, 대안신당 3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전남은 현재 10석 가운데 민주당이 3석, 바른미래당 1석, 민주평화당 1석, 대안신당 2석, 무소속 3석이다. 전북지역의 경우는 10석 가운데 민주당 2석, 바른미래당 2석, 민주평화당 3석, 대안신당 2석, 무소속 1석이다. 

이처럼 호남이 20대 총선을 통해 ‘국민의당 vs 민주당’ 구도를 형성한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현재 야권의 춘추전국시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이 야권 난립으로 치러지게 될지 아니면 정계개편으로 호남지역에서 통합된 제3지대 신당이 출연하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남에서 제3지대 신당이 출연한다면 ‘민주당 대 제3지대 신당’ 일대일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민심 與 압도적 우위, ‘정당 지지=후보 선택’으로? 

현재 호남에서는 지난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6~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최대 ±3.1%포인트)에서 ‘내일 총선이라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광주전라지역은 민주당이라는 응답자가 67.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뒤이어 한국당 5.5%, 바른미래당 3.2%, 정의당 8.9%, 기타 정당 2.4%, 지지 정당 없음 8.4%, 모름·무응답 4.3%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호남의 정당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각 지역별 인물 대결에서의 승리를 장담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계개편 흐름 속에서 태동할 제3지대 신당이 제2의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또 호남은 민주당이 아닌 야당 의원들이 현역 의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민주당 후보군들이 인지도면에서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총선 때마다 대두되는 새 인물 교체론이 힘을 받을 경우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보군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지역 조직까지 장악하고 있는 현역 의원에게는 역부족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호남지역 탈환을 위해 새 인물을 영입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략공천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호남지역 한 언론 기자는 2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현재 호남에서 민주당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지만 공천에서 잡음이 나오면 결과가 뒤집힐 수 있고 민주당 후보군이 야당 현역 의원들에 비해 인지도가 약해 싸워서 이길 수 있겠냐는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민주당이 안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민주당이 새 인물을 영입해 경선을 시키거나 전략공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당 추진 세력들은 국민의당 돌풍을 다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역에서 제3지대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은 분위기”라며 “그러나 총선이 임박해서 민주당이 호남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총선 자신감 내비치는 與, ‘현역’ 누를 대항마 찾는 野

민주당은 호남 지역 여론 흐름이 여권에 우호적인 만큼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 호남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이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호남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총선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민심이 많다”며 “지역에서는 또 다선 현역 의원들에 대한 변화의 욕구도 강하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처럼 이번 총선에 기대를 걸면서도 막강한 현역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를 탈환하기 위해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 태세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전북 군산에서 ‘민주당 후보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현역 국회의원인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이 맞붙는다면 누굴 찍겠는가’라는 여론조사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에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북 남원에서는 민주당 출신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현역인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맞붙는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는 민주당이 지난 20대 총선에 이어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을 다시 대항마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최근 총선 도전 의사를 밝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을 호남지역에 전략공천 카드로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무소속 손금주 의원의 입당 허가 사례로 미뤄봤을 때 민주당이 기존 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을 감수하고 열세 지역구의 경우 당의 승리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무력화하기 위해 일부 타당·무소속 현역 의원들의 입당·복당 신청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 제3지대 신당 주도권 다툼…‘새 인재 영입’ 관건

현재 호남지역 야권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3각체제 속에서 제3지대 신당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신당 창당을 예고한 가운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미 ‘손학규 선언’을 통해 바른미래당 중심의 제3지대 ‘빅텐트’로 총선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민주평화당은 소상공인연합회 등과의 약자동맹을 통해 세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다음 달 ‘소상공인당’이란 이름으로 정식 창당할 경우 평화당과 당대당 통합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신당은 지난 17일 연내 창당을 목표로 창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했다. 유성엽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으며 발기인에 장병완·천정배·박지원·최경환·장정숙·윤영일·김종회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은 창당 발기인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들(평화당)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반면 정동영 대표는 “기존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제3지대가 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 세력이 결국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신당이라는 한배에 모두 올라탄다고 해도 ‘도로 국민의당’이라는 비판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제3지대 신당의 성공 여부는 외부 세력 영입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성엽 위원장을 비롯한 제3지대 추진 현역 의원들은 최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등과 만남을 가졌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신당 관계자는 일요서울 기자와 만나 “정기국회가 끝난 후 제3지대 신당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급진전될 것”이라며 “정당 지지율과 상관 없이 현재 바닥에서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하기 때문에 호남에서 시작해 수도권까지 전국적으로 의미 있는 의석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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