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 선도해 나갈 것”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이번 호는 미국에서 활발한 투자와 함께 인도네시아로 생산 거점을 마련한 현대자동차에 대해 알아본다.

美자율주행 기업에 20억 달러 투자...동남아, 아프리카?중동 확장 계획

인도네시아 대규모 투자 예고…“2020년까지 연간 20만 대 생산 목표”

2018년부터 2년간 29.1%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법인세 최고세율 25% 인상 등으로 기업들은 점점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제조업은 무너지고 일자리는 국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해외로 나간 제조업 일자리는 92만1646개에 달했다. 외국 기업의 경우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에 만든 일자리는 6만5072개에 그쳤다. 10년간 일자리 85만6574개가 사라진 것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해외 공장 설립은 증가하는 반면 국내 투자는 줄어드는 상태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한·중·일 전자산업 주요 품목 동향’에 따르면 한국은 8개 주요 전자 품목 가운데 6개의 지난해 생산액이 지난 2013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생산시설이 해외 이전을 하게 된 영향으로 파악된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1997년 아산공장 투자 후 국내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현대자동차는 창사 52년 만에 처음으로 조 단위의 투자에 나섰다. 미국 자율주행 기업에 20억 달러(약 2조3574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수준 높은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자동차 부품 및 SW 기업인 ‘앱티브’와 미국에 합작회사를 세운다고 밝혔다.

친환경 자율주행 개발 계획 

내년 중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신설 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및 로봇택시 사업자 등이 사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플랫폼용 SW를 개발해 공급한다. 합작회사는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자율주행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며 기존 앱티브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 등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 시범 사업에도 현대·기아차를 대체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합작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특허 제공과 차량 개조, 인력 지원 등을 통해 기술교류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자동차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 가치인 합작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소유하게 됐다. 앱티브는 차량용 전장 부품 및 자율주행 분야의 인지시스템과 SW 등을 보유한 회사로 임직원이 전 세계에 14만 명을 넘는다.

앱티브는 핵심 사업 분야로 개발 역량을 모으고 있는 레벨 4단계(운전자 개입 없이 주변 상황에 맞게 주행) 이상의 순수 자율주행 분야에서 글로벌 3위로 평가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 기술 사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 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자동차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직접 찾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대자동차는 동남아시아로 뻗어 나갔다. 지난 7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인도네시아를 찾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현지 시장 진출 여부 때문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매우 도전적인 시장”이라고 밝히며 “시장 진출을 위한 해답을 찾기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90% 이상 인도네시아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시장 진출 및 장악력이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코위도도 대통령은 “필요한 지원을 다 하겠으며 (나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를 낙점한 이유는 2억7000만 명이라는 인구 숫자가 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현대자동차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는 다르게 인도네시아는 정치적인 위험성이 덜하다고 판단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통했을까.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대자동차는 이달 말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이달 25일부터 부산에서 사흘간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투자협약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협약 내용은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델타마스공단에 2020년까지 연산 20만 대 규모의 완성차공장을 짓는 것이 목표이며 동남아시아 지역 첫 생산기지로 공장 건설에만 약 1조 원이 투입된다. 이달 말 투자협약을 맺은 뒤 구체적인 공장 규모와 착공 시기, 투자금액 등을 공개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현대자동차는 베트남 시장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1월 베트남 ‘탄콩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탄콩그룹은 2009년부터 베트남 현지 현대자동차 판매를 대행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베트남 시장에서 5만5924대를 팔았다.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현지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9.4%를 기록했다.

또한 반제품조립(CKD) 방식으로 소형차 i10을 생산하고 있어 내년 하반기 베트남 2공장을 설립해 연간 최대 10만 대로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아시아 생산 구축이 마무리되면 아프리카와 중동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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