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안 되는 나경원 버리고 보조 맞출 인사 띄운다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자유한국당 투톱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황 대표가 나 원내대표를 향한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황 대표의 단식투쟁도 ‘고도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의 단식을 두고 ‘황교안-나경원 결별’로 연관 짓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황 대표가 단식투쟁을 나선 것은 대외적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내외적으로는 나 원내대표의 재신임 불가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황 대표로서도 경쟁자인 나 원내대표보다는 측근을 새 원내대표로 당선시켜, 당내 세력 기반을 견고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왼)와 황교안 한국당 대표(오) [뉴시스]

-황교안 측근, “지금 미국 갈 때인가” 분노…나경원 정조준

요즘 한국당 정치권 안팎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최대 관심사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일정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나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를 찍고 대선 후보까지 얼마든지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내년 총선 승리 후 대권 행보에 나서야 하는 황 대표와 경쟁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총선 승리 후 대권’으로 같은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황 대표로서는 나 원내대표가 ‘눈엣가시’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다. 

‘투톱’ 사사건건 충돌 이제는 눈엣가시?

이 와중에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방증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 나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위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몸싸움의 전면에 나선 의원들에게 ‘공천가산점’을 주겠다고 나서자, 황 대표는 “공천 규칙은 공천관리위원회의 심사와 엄격한 절차가 있는데,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것과 관련해 근거 없이 자꾸 이런저런 말들을 하면 당 전체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해당(害黨) 행위”라며 나 원내대표의 가산점 제안을 해당 행위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나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의원들을 대신해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 황 대표가 전격적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등 투톱 간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황 대표는 준비가 되지 않은 보수대통합을 제안하는 등 투톱 체제의 신경전으로 인해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만 더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한국당 내 서울시당위원장을 놓고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의 갈등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공석인 서울시당위원장 권한대행으로 김선동 의원을 지명하는 안건이 상정됐으나 보류됐다. 서울시당위원장은 이은재 의원이 지난 9월까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뒤 공석으로 있는 ‘사고지구’로 지정된 상황이다. 

서울시당위원장은 총선 승패를 좌우하고 서울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자리로, 공석으로 두면 총선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선동 의원을 내정하려 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 등이 서울시당위원장 역임 전략을 들며 반대 의견을 내면서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은 당 총선기획단 위원이자 여야 5당 대표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 실무협상에 나서며 황 대표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양석 의원을 밀면서 ‘황교안-나경원 갈등설’이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 관계자들은 ‘황교안-나경원 갈등설’을 잠재우려고 서울시당위원장에 오를 만한 인물들이 고사하거나 추천할 만한 인사가 마땅치 않아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지만 당내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을 간 사이 죽음을 각오하는 단식 투쟁을 돌입한 것이다. 급기야 나 원내대표는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황 대표가 단식을 하면서 나 원내대표는 ‘외유성’ 행보를 하는 것으로 비춰지게 만들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도 “당대표는 목숨을 걸고 문 정권과 단식하는 첫날, 원내대표는 3당 대표와 나란히 손잡고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야당의 행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당대표가 문 정권과 극한투쟁을 예고하는 단식을 시작한다면 (원내대표는) 의원직 총사퇴, 정기국회 거부로 당대표의 단식에 힘을 실어 줄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전제한 뒤 “의원총회 한 번 안 열고 손에 손 잡고 미국 가는 투톱이라는 원내대표의 저의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黃, 단식투쟁으로 승부수 ‘나경원 결별, 당내 장악’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볼 때 황 대표가 단식이라는 카드를 통해 ‘나경원 결별, 당내 장악’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황 대표 측과 교감하고 있는 한국당 한 의원은 “황 대표가 패스스트랙 정국을 앞두고 단식을 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사전에 이를 말렸지만 황 대표의 의지가 매우 강했다”면서 “그가 단식투쟁을 선언한 데는 많은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겉으로는 고위공직자수사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 철회를 하며 단식투쟁에 나섰지만 얼마든지 여야협상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다만 원내대표들 간의 협상으로 인해 황 대표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당 장악을 위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경쟁상대가 되어버리는 나 원내대표의 입지 강화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그동안 투톱 역할 분담상 여야 패스트트랙 협상을 도맡아온 것은 나 원내대표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나 원내대표에 비해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던 상황에서 본회의 통과 이후의 책임론과 역할론이 부담스러워 단식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여야 원내대표 간 주고받기식 협상이 이뤄진다면 황 대표의 존재감이 옅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한 발 더 나아가 당 주변에서는 손발이 맞지 않은 나 원내대표보다는 자신의 측근을 내세워 보수통합 및 혁신공천을 내세워 친박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황 대표는 단식을 시작하면서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며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현역 의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개혁 공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역 의원 중 3분의 1이상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비례대표를 포함해 절반 이상을 새 인물로 공천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총선기획단이 현역의원 절반 이상 절반을 교체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황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고 있어, 의원들이 쉽게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당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당내 기득권 세력과 결별 수순을 밟을 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 안팎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선 황 대표가 ‘친박’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개혁의 공천의 시작은 친박계를 정리하는 것이라는 게 의원들의 중론이다. 

실제 의원들 사이에서도 친박계 책임론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을 비난하기 이전에 2016년 총선을 망친 책임을 먼저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친박들이 공천을 주도하고 ‘진박감별사’까지 자처하고 나왔던 게 사실 박근혜 정권 붕괴의 시초라고 단정한다.  

이에 대해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황 대표가 현재 당직을 맡은 의원들과 측근 그룹부터 더 강력한 물갈이 대상이라고 치고 나가야 쇄신과 물갈이에 따른 당내 반발을 제압할 수 있다”며 “당내 인사를 모두 배제하고 객관적인 인사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과감한 물갈이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이 연장선상으로 한국당 일부에선 주요당직에 친박 인사가 대거 포진한 만큼 향후 당직개편을 통해 대변화를 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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