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급부상… 사내 분위기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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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사위이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조현범 대표가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됐다. 조 대표는 영장심사에서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 “피해 금액을 모두 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갑을 관계를 이용해 하청업체로부터 상납을 받은 것에 구속이 필요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밝혀진 혐의 외에도 검찰이 다른 혐의도 조사 중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향후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여론이 주목하고 있다.

법원, “범죄 혐의 중대 사안…구속 사유 필요성, 상당성 인정” 구속영장 발부

회사 경영 악화, 대표 부재 장기화 우려 목소리...이수일 사장 경영 체제 전환

지난 19일 검찰이 한국타이어 대표의 비리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김종오)는 배임수재·업무상횡령·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로 조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대표가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모두 5억 원가량을 챙겼고 2억 원가량의 계열사 자금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것에 혐의를 두고 있다.

검찰은 금융거래 내역도 추적해 조 대표의 차명계좌에 흘러 들어간 8억 원 상당의 부외자금이 대부분 개인적 용도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세청의 중수부’로도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벌인 뒤 범칙 조사로 전환해 세무조사도 실시했다. 범칙조사는 일반적으로 조세범 처벌법의 처벌 대상이 되는 거액의 탈세, 편법 증여, 비자금 조성 등의 범죄 행위가 의심될 때 시행된다. 이후 국세청은 올해 1월 검찰에 한국타이어를 고발했다.

일감몰아주기·조세포탈 혐의도 있어 

검찰은 국세청의 고발 건뿐 아니라 올해 초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불법 증여를 통한 법인세·증여세 포탈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또한 해외 부동산 매입·증여 과정에서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 수사가 이뤄졌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조 대표의 배임수재 및 업무상횡령, 범죄수닉은닉법 위반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검사)을 진행했다.

이날 조 대표는 낮 12시, 심사를 마치고 나온 후 “성실히 대응했다”고 짧게 말했다. 이어 하청업체에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과 계열사 비자금은 따로 받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조 대표 측의 변호인 또한 혐의에 대한 입장은 “이미 (법정에서) 전반적으로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또한 조 대표는 영장심사에서 “피해 금액을 모두 돌려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갑질’한 조 대표 

하지만 검찰은 조 대표가 사업에서 갑을 관계를 이용해 하청업체로부터 상납을 받는 등 구속이 필요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밤 조 대표는 결국 구속됐다. 명 부장판사는 오후 10시쯤 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죄 형태 등에 비춰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라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갑작스러운 조 대표의 구속에 한국타이어 내부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한국타이어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이라 대표 부재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한국타이어 3분기 실적은 매출 1조75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9% 감소한 1875억 원에 그쳤다. 3분기 누적 매출은 5조2163억 원, 영업이익은 4264억 원으로 매출은 2.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5%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이수일 사장 경영 체제로 전환해 조 대표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인 조 대표는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다.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 대표에 선임됐고 지주회사 격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맡고 있다. 2001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 씨와 결혼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사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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