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청년 정당의 전면 등장이 필요하다.”, “싸그리 물갈이하고 4050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86세대는 한 시대의 소임을 다했다. 이젠 뒤로 물러나고 97세대가 전면에 서야 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인가 보다. 아니 정확히는 총선의 계절이 맞겠다. “청년정책 비전 발표회”니 “청년정책 간담회”니 하는 각 정당 주최의 행사들이 요란스럽게 난무하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모든 정당이 그리도 귀하게 모시고 위한다는 청년층에 대해 여기저기서 터지는 청년들의 쓴소리와 직설에 기득권들이 혼쭐 나는 소리만 들려오니.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당대표 면전에서 청년들에게 ‘노땅 정당’이라는 비판과 함께 행사가 오후 2시에 개최된 것에 대해 “사회 생활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란 이야기 아니냐? 부르면 오는 여의도 백수들이나 금수저 청년만 보고 행사를 기획한 거 아니냐?”’라는 뜨끔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 따가운 질책 앞에 채용비리·입시비리 연루자 공천 배제, 국가장학금 1조 증액 등의 ‘청년정책 비전’ 발표로 다가가려는 노력은 공허한 메아리에 가까웠다.

어디 자유한국당뿐이랴, 문재인 정부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청년층은 이미 ‘집토끼’라고 인식하는 양, 청년정책이나 각종 청년문제 현안들에 있어서 느긋한 자세로 임하다가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20대 지지율이 급격히 빠진다는 여론조사를 보고는 ‘앗 뜨거라’ 싶었는지 연일 ‘청년! 청년!’을 다시 외치고 있다. 

이쯤 되면 ‘슈퍼스타 K’ 오디션 방식을 뚫고 청년 비례대표 의원이 되었던 한 전직 국회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질타가 커다란 울림으로 들리기도 한다. “수천억 원대 자산가가 청년 최고위원이었다는 것은 민주당 ‘청년정치의 아이러니’다. 게다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만45세도 청년으로 보는 건 ‘청년팔이’를 넘어서 사기다. 청년 정책을 말할 때는 20·30대를 호명하다가, 청년정치인으로는 삼촌·이모들을 데려다가 청년이라고 해버리지 않나.”

눈을 국회로 돌려도 한숨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청년 관련하여 발의된 법안 229건 중 62개만 처리해서 청년 법안 처리율이 27%에 머문 것은 애교일 정도다. 20대 국회 임기 첫날 발의됐던 ‘청년기본법’은 3년 지나서야 상임위 심사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한 정당 대표가 “우리가 이토록 청년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청년, 청년을 외치는데 왜 이리 청년이 우리 당에 관심이 없는가?”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 “걍요”. “그냥요”의 충청도 버전이자 젊은이 버전으로 짧게 답해주었다. 직관적인 느낌으로 판단하고 흡수할 때 행동으로 옮기는 젊은층에게 전혀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걍”이라는 한마디로 답해주었다.

“지금 귀당에서 취하고 있는 모든 청년 관련 정책과 목소리는 For the young일 뿐입니다. 그러나 ‘꼰대’라고 이미지적으로 개념 규정한 그들에게 직관적으로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한번 By the Young과 정확히 분리해 보십시오”  그렇다. By the young과 For the young의 철저한 분리에서 답을 찾아보시라. 

미용실 안에 가면 네일샵이 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바로 ‘숍인숍(shop in shop)’이다. 기성 정당 내에도 ‘중앙청년위원회’ 등의 조직이 있지만, 기존에는 마치 동원조직처럼 활용된 측면도 강했다. 오죽하면 한 번 쓰고 버리는 ‘휴지’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다 흘러나왔을까.

연중 토너먼트와 리그전으로 청년의 리더를 스스로 선발하고 체계적으로 성장 사다리를 스스로 만들며 전진하는 구조. 중앙당에서 일절 간섭하지 말고 그렇게 32강전, 16강전 이상 올라온 모든 청년 후보를 반드시 공천하겠다고 천명해 보시라. 아마 30% 물갈이나 50% 청년가산점 등 요란스런 각 당의 공천 전략보다 훨씬 폭발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 ‘청년민주당’. 자유한국당 내 ‘청년한국당’에서 자유롭게 날갯짓하며 ‘마크롱’과 ‘블레어’, ‘캐머런’으로 성장하는 청년들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 경각에 달린 제 정당의 명운이 By the young에 답이 있을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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